[시승기] 폭스바겐 티구안 타깃 삼은..푸조 3008 GT라인

    입력 : 2017.12.11 14:51 | 수정 : 2017.12.11 14:51

    푸조의 기세가 무섭다. 해치백과 소형차 중심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푸조는 올해에만 3종의 SUV 신차를 소개하며 SUV 라인업에 힘을 주고 있는 모양새다.

    근래 몇 년 간 2008을 통해 소형 SUV 시장을 이끌었다면 다음 첨병은 3008과 5008이다. 내년 중 폭스바겐의 판매 재개가 확실시 되는 가운데, 폭스바겐코리아가 국내 시장의 주력으로 삼고 있는 티구안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서다.

    이런 점들을 의식해서인지 푸조는 올해부터 충분한 격차를 벌려두려는 모습이다. '푸조 SUV'라는, 다소 어색한 단어 조합을 설파하며 캠페인을 펼치고 있고, 시승행사와 다양한 마케팅 활동 등을 통해 ‘푸조 SUV'의 강점을 어필하고 나섰다.

    눈에 들어오는 건 5008 보다는 3008이다. 기존의 3008은 MPV의 감각이 강조됐지만, 신형 3008은 보다 SUV 같은 감각을 가진, ‘모두가 좋아할 만한’ 그런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이 차는 작년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된 이후 유럽에서만 약 10만대 이상이 팔려나갔다. 폭스바겐이 없는 국내 수입차 시장의 전환기. 유럽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친 3008은 어떤 강점을 지녔을까.

    ■ 닮지도 않았고, 그저 새롭다.

    크로스오버 스타일을 지녔던 3008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성형수술 전 사진을 철저히 감추고 삭제하는 사람의 심리와 비슷하다면, 3008도 과거 사진을 들춰내는 건 다소 부끄러워 할지 모르겠다.

    신규 플랫폼이 적용된 탓에 차체 사이즈는 더 커졌다. 이전 3008 대비 전장은 88mm 늘어난 4450mm의 차체 사이즈를 지녔으며, 특히 휠 베이스는 62mm 늘어난 2675mm에 달해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전면부 그릴은 최근 푸조의 디자인 방향성에 따른 크롬 패턴이 적용됐는데, 그릴 자체에도 입체감을 강조해 고급스러우면서도 유니크한 감각을 선사한다.

    독특한 형상의 풀 LED 헤드램프 또한 재밌는 디자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특히, 헤드램프를 뚫고 들어가는 듯 한 전면 범퍼의 캐릭터 라인이 인상적이다.

    자동차 디자인이 최근의 유행을 따라 대부분들이 비슷해진다고 하지만, 3008의 디자인은 그 어떤 차와도 닮지 않았다. 물론 푸조만의 ‘펠린 룩’은 그대로 묻어난다.

    앞범퍼 하단에 덧댄 스키드 플레이트, 플라스틱 처리 등은 이 차가 SUV의 감성을 강조했다는 걸 드러내는 디자인 포인트다. 그래서 차명도 ‘3008 SUV'다.

    후면부는 푸조의 어떤 콘셉트카를 보는 듯 한 아이코닉한 디자인이 잘 묻어난다. 푸조 측이 ‘사자가 할퀸 듯 한 형상’이라고 강조하는 3D LED 타입의 리어램프는 푸조의 후면부 디자인의 핵심적인 포인트다.

    ■ 콘셉트카 연상시키는 실내 디자인은 독보적 영역

    운전자를 완벽하게 감싸는 인테리어 디자인은 흡사 우주선을 연상케 할 정도로 미래지향적이다. 소재의 촉감과 마무리 등의 감성품질에도 제법 공을 들인 모습이 보인다.

    푸조만의 인테리어 디자인 ‘아이 콕핏’은 새롭게 디자인된 콤팩트 스티어링 휠, 풀 LCD 타입의 클러스터가 핵심이다.

    LCD 디스플레이는 별도의 조작 버튼을 통해 총 4가지의 디스플레이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이 콤팩트한 사이즈로 세팅된 탓에, 계기반을 가리지 않아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한 강점이다.

    이는 3008 뿐 아니라 푸조의 전 라인업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인데, 온전히 전방 시야만을 주시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은 인체공학적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편의사양도 대거 강화됐다.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운전자 주의 알람 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액티브 블라인드 스팟 디텍션 시스템,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등 첨단 주행보조시스템(ADAS)가 기본 적용된 것은 눈길을 끈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4존 독립형 에어컨, 핸즈프리 자동식 테일게이트, 개폐가 가능한 파노라믹 글래스루프 등 고급화된 사양은 인상적이다.

    경사로 속도 조절장치인 힐 어시스트 디센트, 어드밴스드 그립컨트롤 등 SUV로써의 성격을 강화하는 주행 편의장치도 함께 적용됐다.

    SUV엔 반드시 사륜구동 시스템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통념이 존재하지만, WRC와 다카르랠리에서 검증된 푸조 이기에, 그립컨트롤 만으로도 충분한 험로 주파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 잡는다.

    ■ 수치 이상의 체감성능, 보편성 택한 6단 자동변속기

    고객들이 푸조를 선택하는 데에 가장 망설이는 것 중 하나는 호 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MCP 변속기다. 그래서인지 푸조는 신형 3008을 내놓으면서 과감히 MCP 변속기를 삭제했다.

    수동변속기 기반의 MCP 변속기는 운전자와 자동차가 호흡을 맞춰나가는 재미, 이에 더해지는 효율성이 매력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지만, 다소 익숙하지 않은 변속 충격 등은 국내 소비자들에겐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 점으로 미뤄볼 때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더 많이 팔기 위한 확장성 측명에선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MCP 변속기가 부재하다고 하더라도 푸조 특유의 운전 재미는 여전하다. WRC와 다카르랠리에서 이미 그 경쟁력을 인정받은 푸조 답다는 생각이다.

    신형 3008은 1.6리터 블루 HDi 디젤엔진과 함께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최고출력 120마력 30.6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복합연비는 13.1km/L를 달성했다.

    일상 구간에서 자주 사용되는 영역인 1300~1500rpm 인근에서 최대토크가 발생한 탓에 주행 스트레스는 전혀 없다. 120마력이라는 수치가 다소 낮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강력한 토크 탓에 이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감하게 치고 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강한 토크 탓에 추월을 위한 가속에도 무리가 없다. 1.6 이라는 숫자만을 놓고 보면 다소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직접 타보면 2리터급 디젤엔진에 맞먹는 성능이라는 건 단숨에 체감할 수 있다.

    반복된 코너링에서도 안정적인 움직임이다. 장거리 운전과 산길이 반복되는 주행에서도 스트레스는 별반 크지 않다. 다소 거친 콘크리트 노면을 주행하는 상황에서도 차체는 흐트러지지 않고 완연한 극중주의 자세를 유지한다.

    그립 컨트롤은 다분히 SUV로써의 주행감각을 강조한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한 차는 아니지만, 구동력 제어를 통해 험로 주파능력을 강화한 푸조의 좋은 아이디어다.

    일반 도로, 모래, 진흙, 눈길, ESP 오프 등 총 5가지 주행 모드를 제공하는 그립 컨트롤은 비단 오프로드 주행뿐만이 아닌, 도로 보수 및 비포장길, 악천후가 잦은 국내 지형에도 잘 맞는 시스템이다. 2륜구동 대비 연료 효율이 떨어지는 사륜구동 보단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 티구안 출시를 앞둔 지금. 더 돋보이는 SUV

    시승 차량인 3008 GT라인의 가격은 4250만원, 이보다 낮은 알뤼르 트림의 가격은 3890만원에 책정됐다.

    정말 좋은 가격에 책정됐다며 박수를 쳐주고 싶은 건 비슷한 가격대의 폭스바겐 티구안이 떠올라서다.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던 티구안의 상품성을 상기시킨다면, 푸조는 이 차를 거저 판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신형 티구안이 판매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3008의 판매가 크게 줄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데, 그럴 정도로 3008은 충분한 상품성과 주행성능을 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경쟁자가 있으면 시장의 판은 더 커지는 법. 합리적인 가격과 국산차 수준의 풍부한 편의사양, 높은 연비효율까지 갖춘 3008은 독일 브랜드의 대체재가 아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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