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운전자 사망' 후 문재인 후보의 조문까지 31시간, 무슨 일이 있었나

    입력 : 2017.04.18 13:13 | 수정 : 2017.04.18 13:41

    16일 낮 유세차량 운전자 사고 직후 어디론가 통화만.. 제3자가 119 신고
    유족 "세월호처럼 골든타임 놓쳤다" 격앙.. 민주 사무총장 조문도 거부
    文 17일 밤 제주행 일정 취소하고 빈소 찾아 40분 조문 "도의적 차원"

    17일부터 전국을 돌고 있는 문재인 후보 유세차량 견본. /연합뉴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 차량과 충돌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와 관련, 문 후보 측의 책임론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전말은 이렇다.

    선거운동 시작 하루 전인 지난 16일 오후 1시45분,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국도에서 이모(60)씨가 몰던 1t 포터 유세차량이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차선 변경을 하던 중, 1차선 뒤에서 직진해오던 1200㏄ 오토바이와 추돌했다. 사고 지점은 차선 변경 금지 구역이었다. 오토바이 운전자인 조모(36)씨는 구급차로 병원에 후송되던 중 사망했다.

    이씨는 영업용 화물차 기사로, 문재인 캠프 측과는 17일부터 26일간 유세 차량을 운전하기로 계약한 상태였다. 이씨는 당시 단월면의 모 간판 제작공장에서 문 후보의 홍보 간판을 차량에 설치한 후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고 한다.

    이 사고는 당일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이 즉시 조사에 착수했지만, 문 후보 측과의 직접 관련성은 없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일반 교통사고로 처리됐다. 문 후보 측에서도 당일 이 사고 사실을 인지한 이들은 유세차량 계약 업무를 맡은 팀의 극소수 실무진 외에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6일 문 후보 유세차량과 오토바이 추돌 사고 후 출동한 구급차량. 트럭 운전자가 아닌 제3자가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화면 캡처

    그러나 선거운동이 개시된 17일 오전, 조씨의 유족이 이 사고를 '세월호 참사'에 비유하며 문 후보 측을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소식이 급속히 퍼져나갔다. 조씨의 삼촌으로 알려진 게시자는 "화물차 운전자가 죽어가는 제 조카를 버려둔 채 앰뷸런스를 부르기보다는 그 시간에 다른 곳과 통화하고 있었다"고 했으며, "세월호 참사 당일 부적절한 대통령의 행위에 분노하는 그 정당에서 어느 한 사람도 조문 한 번 오지 않았다" "문 후보 본인과 상관 없는 일이냐"고 주장했다.

    조씨의 매형도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현장을 지나던 다른 오토바이 운전자가 119에 신고를 하고 유류품을 수거하는 사이, 유세차량 운전자는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고 한다. 사고 상황을 문재인 캠프에 보고한 게 아니었나 한다"며 "지체없이 신고했다면 (구급 조치가 빨리 이뤄져)달랐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조씨 유족의 주장을 정리하면, 119에 최초로 신고를 한 사람이 트럭 운전자 이씨가 아니라 제3자였고, 가해자가 무슨 이유에선지 신고를 미적거려 '구조의 골든타임'을 흘려보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인터넷상에선 '문재인 캠프가 사고 보고를 받고도 은폐에 급급, 응급 조치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망한 오토바이 운전자 조씨의 삼촌이 17일 오전 올린 글. 이 사고를 '세월호 참사'에 비유해 인터넷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캡처

    이 같은 사실이 17일 오전 급속도로 퍼지면서 민주당 지도부나 문 후보도 사고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이를 '우리의 문제'로 인식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17일 낮까지만 해도 당시 첫 유세지인 대구에 있던 문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소식을 듣고 "어머, 그런 사고가 있었대"라며 놀라기도 했다. 납품 계약업자가 일으킨 사고여서 당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족 측의 주장이 주요 매체에 보도되기 알려지면서 민주당의 분위기가 '공식 대응'으로 바뀌었다.

    먼저 17일 오후 3시쯤 안규백 선대위 총무본부장이 선대위를 대표해 처음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의 조씨 빈소를 찾았다. 그러나 유족 측이 조문 자체를 거부, 안 본부장은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같은 시각, 윤관석 선대위 공보단장이 브리핑을 갖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위로를 드린다. 문 후보는 사고에 대해 보고 받고 고인에게 조의를 표할 것을 당부했다"며 "민주당은 공당으로서 책임질 일이 있다면 그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5시께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하는 길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사고를 처음 공식 언급했다. 그는 이날 오전에 보고를 받았다며 "고인과 유족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위로를 드린다"며 "단 한 치의 억울함이 없도록 제가 먼저 챙기고 주변에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문 후보가 직접 챙기는 방법'에 대해 문의하자 당시 민주당 관계자는 "사고 전말에 대해 경찰 조사가 명명백백히 이뤄지도록 협조한다는 얘기"라며 "사실 우리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했다.

    문재인 후보가 17일 오후 조씨 유가족을 위로하며 올린 글. 17일 저녁까지도 문 후보의 직접 조문은 결정되지 않았다. /페이스북 캡처

    문 후보는 이날 대구에서 상경해 오후 6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유세를 가졌다. 이 때쯤 문 후보가 직접 조문을 가는 문제가 처음 거론됐으나 선대위 내부에서 격론이 있어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문 후보가 직접 나서는 순간 엉뚱한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반대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가족의 '은폐 의혹' 주장이나 '(당직자를 내세운)대리 조문'에 대한 비판 등을 제지할 방법이 없고,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며 찬성론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 후보는 이날 밤 8시 제주 유세를 위해 비행기를 타려던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8시 30분쯤 조씨 빈소를 직접 찾았다. 사고 발생 후 약 31시간만이었다. 문 후보는 사전에 표창원 의원 등을 통해 조문 의사를 전달했고, 유족 간에 의견이 엇갈렸지만 조씨의 아버지가 조문을 받기로 했다는 게 문 후보 측 설명이다.

    문 후보 측에 따르면, 문 후보는 빈소에 40여분 머무르며 절을 하고, 조씨의 아버지·삼촌 등과 이야기를 나누며 '제 선거 유세 때문에 이런 일이 빚어져 통감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조씨의 누나·매형 등은 문 후보에게 "조문을 거부했는데 왜 맘대로 오느냐"고 계속 항의했으며, 이후에도 "문재인이 경호원을 대동하고 오더니 절만 하고 가버렸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 후보 측은 "조씨 누나가 감정이 격앙된 상태여서 사실이 왜곡돼 전해진 것 같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일 기미다. 양순필 국민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18일 "이쯤 되면 진심으로 사죄하고 위로하기 위해 조문을 간 게 아니라, 억지 조문으로 사건을 덮고 심지어 선거에 이용하려고 조문을 간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우리가 도의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며 "이후 사고 경위 조사 등은 경찰 관할 사항"이란 입장이다. 문 후보는 18일 예정된 제주도와 전남·전북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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