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무법자' 전동 킥보드·휠 '위험한 질주'

    입력 : 2017.04.18 03:02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로 분류, 공원 인도·자전거도로 불법주행]

    - 불법 부추기는 대여업체
    운전면허 있어야 탈 수 있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빌려줘
    시속 30㎞… 사고 나면 "고객 책임"

    - 단속 손 놓은 경찰·구청
    서로 관할 떠넘기고 팔짱만

    일요일이었던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벚꽃 구경 인파가 몰려 있는 인도(人道)로 전동 킥보드를 탄 10대 청소년들이 '곡예 운전'을 하며 빠르게 지나갔다. 한 중년 여성이 벚꽃 사진을 찍기 위해 걸음을 멈췄다가 뒤에서 질주하던 전동 킥보드에 부딪혔다. 시속 20㎞로 달리던 킥보드와 부딪힌 여성은 허리를 다쳐 인근 병원에 실려갔고,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이날 올림픽공원을 휘젓듯 달린 전동 킥보드와 전동 휠 수십대는 공원 인근에 있는 대여 업체 4곳에서 빌린 것들이다. 대여 업체 직원 김모씨는 "요즘처럼 화창한 봄철 주말엔 60명 이상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전동 킥보드 시간당 대여비는 1만2000~1만5000원 정도로 자전거 대여비보다 2배가량 비싸다. 주민 이윤정(여·55)씨는 "전동 킥보드가 갑자기 등 뒤에서 앞으로 '쌩' 지나갈 때가 많은데 혹시 부딪힐까 봐 겁이 나 인도 가장자리로 다닌다"고 했다.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인도에선 전동 킥보드(왼쪽 사진) 또는 전동 휠(오른쪽 사진)을 타는 사람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전동 킥보드·전동 휠은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와 같은 취급을 받고, 원동기나 자동차 면허가 있어야 탈 수 있다. 하지만 불법 운행에 대한 단속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인도에선 전동 킥보드(왼쪽 사진) 또는 전동 휠(오른쪽 사진)을 타는 사람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전동 킥보드·전동 휠은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와 같은 취급을 받고, 원동기나 자동차 면허가 있어야 탈 수 있다. 하지만 불법 운행에 대한 단속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형식 기자

    봄철 나들이객으로 붐비는 주요 공원에서 전동 킥보드와 전동 휠이 상춘객(賞春客·봄 경치를 즐기러 나온 사람)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원래 전동 킥보드나 전동 휠을 공원에서 타는 것은 불법이다.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와 전동 휠은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된다. 배기량 50cc 이하의 오토바이와 같은 취급을 받기 때문에 공원 인도나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없다. 인도로 주행하다 적발되면 벌칙금 6만원이 부과된다. 또 아무나 탈 수 없고, 원동기 면허증이나 운전면허가 있는 만 16세 이상만 운전하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기면 3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대여 업체들은 이런 규정을 알리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다. 한강 공원이나 서울숲 등 서울 주요 공원만 따져도 전동 킥보드 대여 업체가 20곳을 넘는다. 본지가 대여 업체 10곳에 "공원에서 타도 되느냐"고 묻자 8곳은 "문제없다"고 답변했다. 또 "면허가 없어도 탈 수 있느냐"고 묻자 10곳 중 9곳은 "상관없다"고 했다.

    면허도 없이 처음 전동 킥보드를 타다가 운전자 본인이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정모(40)씨는 지난 1월 말 인천 소래습지생태공원 인근에서 전동 휠을 타다가 넘어져 쇄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한 달간 입원했다. 최고 속도 30㎞로 달리던 중 갑자기 나타난 행인을 피하다가 균형을 잃어 넘어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대여 업체는 '임대 기간 중 고객 부주의로 인한 모든 사고는 본 업체와는 상관없음을 명시한다'는 안내문을 붙여놓고 사고를 대여자 책임으로 돌린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전동 휠 관련 교통사고는 2013년 3건에서 2016년 26건으로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신고되지 않는 사고나 인도에서 일어난 가벼운 접촉 사고까지 감안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전동 운행 수단의 불법 운행을 단속해야 할 경찰과 관할 구청은 손을 놓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공원 내 인도, 자전거 도로에 대해선 경찰이 단속할 권한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공원 전체는 구청이 관리하기 때문에 단속을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도로교통법 위반은 경찰 소관이기 때문에 구청 부서에 따로 단속 인원은 없다"고 했다. 그나마 한강 공원은 전동 킥보드로 인한 피해 사례가 늘면서 작년 8월부터 서울시한강사업본부가 직접 단속에 나서 지난 2월부터 약 한달 동안 64건의 불법 주행을 적발했다. 한강사업본부 김윤수 주무관은 "전동 휠이 워낙 빨라서 도망가면 단속이 어렵다"며 "대여 업체에 수시로 '공원 내 진입 금지' 협조 공조문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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