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수트 속 근육질, BMW 7세대 520d

    입력 : 2017.02.28 08:24

    BMW 7세대 5시리즈
    BMW는 다시 BMW가 될 수 있을까. 7세대로 돌아온 520d를 시승하면서 든 생각이다. 날카로운 핸들링과 과감한 코너에서도 머리부터 휙 돌아가는 BMW만의 느낌이 그동안 많이 희석됐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BMW가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기 위해 스스로 자충수를 둔 것이라 생각한다. 6세대 5시리즈 등장과 동시에 국내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 들어있던 옵션까지 빼 가면서 가격을 낮췄고 독일차 특히, BMW의 쫀득한 핸들링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말랑말랑한 세단을 내놨다. 당시에는 BMW의 변신이라고 받아들였다. 변화는 시장의 호응으로 긍정적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연속으로 수입차 판매량 1위를 차지한 모델이 바로 520d다. 잘 팔리면 좋은 차라는 인식 때문일까. BMW는 이제 말랑한 승차감과 고급차의 엠블럼을 단 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차가 됐다. 2017년 서울. 이렇게 많은 BMW가 도로를 달리다니…여기는 뮌헨인가.

    7세대 520d를 시승하고 영종도의 BMW 드라이빙센터 문을 나서는 순간 직감했다. ‘BMW가 돌아왔다.’ 말랑말랑하던 승차감은 사라졌고 2.0리터의 새로운 디젤 엔진은 묵직한 토크로 차를 밀어냈다. 뒷바퀴에서 시작한 힘이 시트 엉덩이를 거쳐 페달을 밟은 오른발에 전해지는 것은 순간이다. BMW는 다시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갖고 돌아왔다. BMW는 BMW가 됐다.

    BMW 7세대 5시리즈
    주차장에서 만난 5시리즈는 당혹스럽다. 새롭다던 7시리즈를 만났을 때와 비슷한 당혹감이다. 이 차를 두고 누가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라는 말을 믿을까. 마음 같아서는 손가락으로 콕콕 짚어가며 설명해주고 싶지만 언뜻 보기엔 그다지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벤츠의 ‘대중소’ 전략처럼 패밀리룩도 좋다지만, 모두가 아이폰만 들고 다녀도 만족도가 높다지만 수천만원 들여 새 차를 사는 사람의 마음도 그럴까 궁금해진다.

    겉모습에서는 헤드라이트와 키드니 그릴의 연결부위 변화가 가장 크다. 3시리즈와 7시리즈에서 익숙하게 봤던 규칙이다. 헤드라이트를 키드니그릴과 붙였다. 전면은 헤드라이트 2개와 키드니그릴만 있을 뿐이다. 키드니그릴은 주행 상황에 따라 열리고 닫힌다. BMW는 ‘액티브 에어 플랩 컨트롤’이라고 부른다. 이와 함께 에어커튼, 에어 브리더를 장착하고 언더커버를 추가해 공기저항을 낮췄다. 기본 모델의 공기저항계수(cd)는 0.22다. 전면부 면적이 달라 동일 조건 비교는 어렵지만 연비를 강조한 하이브리드카 아이오닉이 0.24인 것과 비교해도 인상적인 수치다.

    BMW에 따르면 유럽기준으로 공차중량을 115kg이나 줄였다. 반면, 크기는 길이, 폭, 높이를 각각 29, 8, 15mm 늘였다. 휠베이스 역시 7mm 늘어나 이제 뒷좌석 공간도 넓어졌다. 전장은 4936mm. 대형세단급이다. 5시리즈는 더 크고 넓고 강해졌다. 국내에서는 준대형 세단급의 크기다.

    비오는 인천공항고속도로에 올라가자 진가가 나타난다. 제한속도까지 올렸는데도 안정적이다. 당연하다. 추월을 위해 좀 더 속도를 올렸다가 내려와도 안정적이다. BMW그룹의 5시리즈 프로덕트 매니저 볼프강하커는 시승 직전 식사 자리에서 “새로운 5시리즈는 독일 아우토반에서 시속 260km/h로 달려도 옆 사람과 대화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아쉽게도 이번 시승코스, 아니 우리나라 안에서는 이 속도를 합법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제로백 7.5초라는 520d의 가속력은 실제로는 그 이상이다. 사실 디젤 엔진의 토크가 강하게 밀어주기 때문에 좀 더 가속하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앞 유리에 와이퍼가 쉴 새 없이 오가는 사이에도 가속은 계속됐다. 물안개가 피어올라 앞뒤의 안개등을 모두 켜고 달리는 와중에도 하체는 안정적이다.

    코너를 공략하니 머리가 먼저 움직이는 느낌이다. 핸들링이 좋다는 BMW의 특징이 살아났다. 덩치 큰 세단에서 느끼기엔 다소 어색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기대 이상으로 코너를 빠져나가는 동작이 과거의 스포티한 BMW로 회귀한 느낌이다. 서스펜션도 단단하다. 겉모습은 세단이지만 잘 달리기 위한 준비를 마친 느낌이다. 수트 속에 만져지는 근육 같다.

    실내를 둘러보면 무엇인가 익숙하다. BMW가 3시리즈에서 처음 보여줬던 불쑥 솟은 내비게이션과 상징과도 같았던 붉은색 조명의 계기반은 이제 디지털화면으로 대체됐다. 공조장치를 조절하는 부분도 디지털화면이다. 그러나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아날로그의 감성을 이어갔다. 계기반에는 은색의 플라스틱 마감을 더해 디지털 바늘의 움직임에 생동감을 더했고 공조장치는 아날로그 다이얼과 이질감 없이 어울리는 디지털 화면으로 일체감을 강조했다.

    특히, 시트는 6세대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6세대 초기에 요추받침대도 없이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7세대를 시작하면서 나온 첫 모델인데도 상품성이 매우 좋다. BMW 시트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보통의 상품설명에도 비중 있게 설명하지 않는다. 바로 헤드레스트 에어백이다. 후방 추돌을 당할 경우 센서가 감지하고 헤드레스트에 들어있는 일종의 에어백을 폭발시킨다. 순간적으로 헤드레스트는 머리쪽으로 밀려나오고 탑승자의 목이 뒤로 꺾이는 순간 보호해준다. 이번에도 이 같은 기능을 추가했기 때문인지 헤드레스트는 두툼하다.

    신형 5시리즈에 들어간 반자율주행 기술은 의외로 요긴하다. 고속도로에서는 앞차와 거리를 설정해두고 큰 신경을 쓰지 않고도 운전할 수 있다.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차선을 유지하며 주행하기 때문에 자율주행에 아주 가깝다. 하지만 차선이 흐려지거나 앞으로 급작스런 끼어들기가 일어난다면 기능이 해제되거나 급브레이크가 작동하니 주의해야한다. 실제 반자율주행 기술은 고속주행 보다는 아주 느리게 막히는 구간에서 운전자를 편하게 해준다. 시승도중 올림픽대로의 막히는 구간에서 앞차를 따라 흘러가듯 주행하는 과정이 꽉 막힌 도로의 스트레스를 줄여줬다.

    제스쳐컨트롤
    가격에 관해서는 BMW코리아의 정책이 놀랍다. 20년간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BMW는 5시리즈의 주력모델을 항상 6000만원 중반대로 유지해왔다. 1996년 BMW의 528iA는 6820만원이었다. 같은 해 등장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3는 1265만원이었다. 10년 뒤인 2006년에도 BMW의 5시리즈 주력모델 523은 6520만원이었다. 같은 해 현대자동차 NF쏘나타는 기본옵션에 자동변속기만 넣어도 1900만원이 됐다.

    그리고 또 다시 10년 뒤인 2016년. BMW의 5시리즈 주력트림인 520d는 6330만원이다. 다시 비교하자면 쏘나타의 가격은 2225만원부터 시작한다. 20년간 BMW의 5시리즈 주력모델 가격은 항상 비슷했다. 그리고 2017년 출시한 7세대 신형 5시리즈의 가격 역시 주력 트림은 6000만원대로 정해졌다. 520d의 기본 모델은 M스포츠 패키지를 적용하고 6630만원이다. 4륜구동 옵션인 xDrive가 추가되면 350만원이 더 붙는다.

    **총평**

    이 차는 타봐야 안다. 겉모습의 변화보다 손과 발과 몸으로 느껴지는 변화가 훨씬 크다. 다만, 전 세대의 디자인을 계승한 패밀리룩이 새로움을 찾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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