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일기 #2] 쉐보레 캡티바, 사골은 끝날까?

    입력 : 2017.01.11 10:06

    쉐보레의 고향이자 미국 자동차의 중심도시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모터쇼. 쉐보레 부스에 나타난 세 명의 일본인들은 손이 바빴다. 무엇인가 미리 메모한 종이에 체크를 하고 오른손으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실내의 모든 재질을 만져보고 기록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하체를 들여다봤다.

    모터쇼가 미디어 공개를 시작한 9일 오후. 모든 회사들이 본격적인 벤치마킹을 시작했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 ‘스바루’의 연구원이라는 명찰을 단 일본인들은 쉐보레의 신차 에퀴녹스에서 10분째 떠나지 않고 있다. 추측컨데 스바루의 대표 SUV 아웃백의 경쟁 모델이여서가 아닐까 싶다.

    쉐보레 에퀴녹스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공개한 새로운 중형(미국에서는 컴팩트라고 부른다) SUV다. 우리나라에서는 캡티바라는 동급의 차가 있다. 따라서 이 차를 공개한 직후 ‘국내에도 에퀴녹스가 들어올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냐’, ‘수입해서 판매만 한다면 우리나라의 한국지엠 임직원들은 무엇이 좋을까’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왔다. 온라인 기사에 달린 소비자들의 의견은 ‘쉐보레 캡티바를 그만 울궈먹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제 10년이 훌쩍 넘은 쉐보레 캡티바는 우리나라에서 생산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중형 SUV다. 국내에서는 2.0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 7인승 시트 배열을 갖춰 인기를 끌었다. 지엠대우 시절부터 있었던 이 차는 초기 ‘윈스톰’이라는 이름과 함께 지엠대우의 앰블럼을 붙였다. 이후 ‘캡티바’로 개명하고 최근에는 쉐보레의 보타이를 붙여 판매하고 있다.

    눈 앞에 있는 이 차 ‘에퀴녹스’는 공공연하게 캡티바의 후속 모델로 주목받는 차다. 그러나 한국지엠의 관계자는 어느 누구도 “에퀴녹스를 국내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혹은 “꼭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을 아낀다. 그러면서도 한국서 찾아간 미디어들에게는 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쉐보레의 에퀴녹스는 북미에서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중형 SUV다. 기존 모델 대비 외부 크기는 줄였고 실내는 늘렸다. 또, 경량화도 진행해서 엔진에 따라 1500kg~1700kg으로 기존 대비 200kg 정도 군살을 뺐다. 현대나 기아의 동급 SUV가 1900kg 정도 되는 것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변화다. 사륜구동 옵션인 AWD를 갖췄지만 뒷좌석에는 동력을 전달하기 위한 샤프트 통로가 없다. 중앙을 평평하게 만들어 거주성을 개선했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쉐보레의 브랜드 특성을 따라갔지만 어딘가 모르게 한국이나 일본의 느낌도 나온다. 길이를 줄였지만 높이 역시 낮추면서 오히려 차체는 더 커보인다.

    
    실내는 전형적인 쉐보레의 디자인이다. 기어노브에 변속 버튼을 넣은 것도 똑같다. 애플의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8인치 디스플레이와 2열 시트를 폴딩하면 트렁크부터 완전히 평평하게 이어지는 공간은 1798리터의 화물도 적재할 수 있다. 2열 시트는 폴딩할 경우 엉덩이 부분이 전방 아래로 이동하며 공간을 만든다.

    엔진은 1.5리터와 2리터의 가솔린 터보로 각각 170마력과 252마력을 낸다. 유럽 시장을 겨냥했다고 발표한 1.6리터 디젤 엔진은 136마력으로 평범한 수준이다. 여기에 GM의 9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이외에도 전륜에는 6개의 링크를 가진 서스펜션을 사용했고 후륜에는 고무 부싱의 재질과 연결 방식을 사용해 승차감을 크게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 차를 개발한 GM의 래리 미할코는 “차의 전반적인 컨셉은 크기를 줄여도 공간은 늘리고 무게를 줄여도 안전성은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두꺼운 철판 하나를 쓰던 기존 방식을 얇은 철판 두 개를 쓰면서 접착제나 스팟 용접을 사용해 강성을 유지했다. 따라서 기존 모델 대비 200kg 이상 크게 무게를 줄이면서 NHTSA의 충돌 시험에서도 별 5개를 받는 것을 목표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이 차를 한국에 출시할 계획은 없다. 한국지엠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제임스 김 사장 역시 이 차의 도입에 대해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긍정의 무응답으로 봐야할 수 있다. GM의 SUV 전략이 각 지역에서 적합한 모델을 자체 개발하는 방식에서 글로벌 통합 플랫폼으로 하나의 차를 만들어 각 지역에서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다시말하면 우리나라에서 개발하고 생산, 판매, 수출하던 캡티바와 달리 이제는 GM이 개발한 에퀴녹스를 전 세계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는 것. 따라서 국내에 에퀴녹스가 들어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

     다만, 생산 시점과 단가, 노조와의 관계, 수출물량 확보 등 한국지엠 입장에서는 단순히 차를 만들어 파는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 풀어야 할 숙제들이 남아있다.

     

    [디트로이트=더 드라이브, dail.lee@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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