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1.10 19:29
직장인 김경수(31)씨는 2년째 카 셰어링(car sharing·키워드)을 이용하고 있다. 김씨가 주말마다 스마트폰으로 카 셰어링 앱 그린카를 열면 집 근처에 이용 가능한 차량 목록이 줄줄이 뜬다. 가장 마음에 드는 차량을 예약한 뒤 앱에 들어 있는 스마트키 기능으로 차 문을 열고 5~6시간 이용한 뒤 다시 지정된 주차장에 반납한다. 김씨는 "차를 사려니까 차 가격뿐 아니라 주차비, 보험료, 각종 세금 등 유지비가 만만치 않아 포기했다"며 "평일에는 대중교통을, 주말에는 카 셰어링으로 데이트를 하는데 택시비보다 더 싸게 든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주부 이민정(36)씨는 얼마 전부터 '세컨드카'로 카 셰어링을 이용하고 있다. 남편 차가 있지만 평일에 혼자 마트를 가거나 아이와 외출할 때 차가 없어 불편했던 이씨는 "카 셰어링으로 레이(기아차)를 빌리면 한 시간에 4000원 정도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5년 사이에 회원 600배 증가한 카 셰어링 서비스
카 셰어링 시장이 국내에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 사업이 국내에 도입된 것은 지난 2011년 10월. 그해 1만3000명의 회원으로 카 셰어링 사업을 시작한 그린카는 지금은 전국 66개 도시에 180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5년 사이에 회원 수가 650배 늘어난 것이다. 2012년 3000명으로 뒤늦게 출범한 쏘카는 고객 210만명으로 시장 1위 기업이다. 현재 국내 카 셰어링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회사는 차량 대수에서도 2012년 400여대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 9월 기준 1만2000여대로 늘어났다. 서울,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던 서비스도 이제 전국에 5000곳이 넘는 차고지를 갖출 만큼 촘촘해졌다.
이용자가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쏘카는 몸이 불편하거나 무거운 짐을 가진 이들을 위해 배차비 8000원에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로 차를 가져다주는 '도어투도어'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린카는 지난해 10월부터 일찍 반납한 고객들에게 잔여 시간만큼의 포인트를 주는 '빠른 반납 혜택'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해외에서는 벤츠·BMW·도요타까지 적극적으로…국내 자동차 회사는 글쎄
"단순히 자동차를 소유하는 개념에서 소유하고 공유하는 개념으로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포드자동차 CEO 마크 필즈)
카 셰어링 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마티아스 뮐러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카 셰어링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BMW는 이미 2011년부터 베를린·뮌헨·런던 등에서 '드라이브 나우(DriveNow)'를 선보였다. 차량 규모는 4000대 정도로 BMW 차량을 분 단위로 빌려 타고 원하는 구역에 차량을 반납하면 된다.
최근에는 자율 주행 기술 개발과 맞물리면서 카 셰어링 사업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자율 주행차(무인차) 시대가 오면 차량이 스스로 신청자에게 가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다음 신청자를 찾아가는 사업이 가능해진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 1월 카 셰어링 업체 리프트에 5억달러(약 5800억원)를 투자했고 폴크스바겐은 이스라엘의 차량 공유 스타트업 게트(Gett)에 3억달러(약 3500억원)를 투자했다. 도요타도 지난달 자산 운용 회사 스팍스(sparx)그룹 등과 공동으로 설립한 펀드를 통해 미국 카 셰어링 업체 겟어라운드에 1000만달러(약 120억원)를 출자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카 셰어링 회사에 투자하거나 적극적 제휴와 같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카 셰어링 업체와 손잡고 신차 시승 이벤트 등을 추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국내 업체들은 차량 공유가 신차 수요를 감소시킨다고 보고 소극적"이라며 "하지만 공유 경제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므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