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 패스트백 SUV의 정석 '푸조,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성열휘 기자

입력 : 2026.01.31 04:00

푸조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 성열휘 기자
푸조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 성열휘 기자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 서 있는 지금, 브랜드마다 선택지는 조금씩 다르다. 어떤 곳은 전기차로 단번에 뛰어들고, 어떤 곳은 하이브리드로 시간을 번다. 푸조는 그 사이에서 늘 자신만의 해답을 내놓아 왔다. 지난해 8년 만에 완전변경으로 돌아온 3세대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이하 3008)는 푸조가 전동화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모델이다.

전동화로 향하는 길목에서 푸조는 극단을 택하지 않았다. 완전한 전기차로의 급진적 전환도, 형식적인 마일드 하이브리드도 아니다. 전기모터를 주인공이 아닌 조력자로 설정한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 패스트백 실루엣의 SUV, 실용성과 감성을 모두 고려한 구성. 이번 3008 역시 푸조답게 독특하지만, 동시에 꽤 합리적이다.

푸조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 성열휘 기자
푸조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 성열휘 기자

외관은 전작과 분위기부터 다르다. 특히 전면부 변화가 인상적이다. 푸조의 새로운 엠블럼을 중심으로 바디 컬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그라데이션 그릴, 그리고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LED 주간주행등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헤드램프와 그릴, 범퍼의 경계는 흐릿할 정도로 밀도 있게 구성돼 다양한 요소가 겹쳐 있음에도 전체적인 인상은 의외로 정제돼 있다.

측면부는 408을 통해 먼저 선보인 패스트백 실루엣을 한층 다듬은 모습이다. 전통적인 SUV 비율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세단과 SUV의 경계를 허무는 이 유려한 루프라인은 3008을 단번에 패스트백 SUV로 규정짓는다. 불필요한 선을 덜어낸 면 구성 위에 캐릭터 라인이 더해지며 스포티한 인상을 살렸고, 사이드 윈도우 실링을 숨기는 프렌치 디테일까지 더해져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19인치 휠 역시 차체 비율과 잘 어울린다.

후면부는 또 다른 백미다. 크롬 장식을 과감히 배제하고 블랙 컬러 중심으로 구성된 일체형 테일램프는 입체적인 조명 효과를 강조한다. 사자 발톱 자국을 형상화한 시그니처 LED 그래픽은 야간에도 높은 시인성을 제공한다. 범퍼 하단의 플라스틱 질감조차도 조형의 일부처럼 자연스럽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낸 대신 실용성과 절제미가 살아 있다.

공력 성능을 고려한 디테일도 흥미롭다. 후면 상단에는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플로팅 스포일러가 적용됐고, 양 끝에 배치된 캣츠 이어 디자인은 공기 흐름을 정리해 SUV로서는 이례적인 공기저항계수 0.28Cd를 달성하는 데 기여한다. 디자인 요소 하나하나가 단순한 장식에 그치지 않고 기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푸조다운 집요함이 느껴진다.

푸조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 성열휘 기자
푸조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 성열휘 기자

실내는 푸조의 아이-콕핏 철학을 한층 진화시켰다. 차세대 파노라믹 아이-콕핏이 최초로 적용되며, 디자인과 사용성 모두에서 이전 세대와는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감싸는 레이아웃은 여전히 푸조 특유의 개성이 살아 있고, 디지털 요소는 한층 정제됐다.

GT 트림에는 대시보드 위에 떠 있는 듯한 플로팅 형태의 21인치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된다.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를 하나의 패널로 통합한 구성으로, 운전자 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각도가 주행 중 시각적 몰입도를 높인다. 알뤼르 트림에는 듀얼 10인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구성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사용자 경험은 동일하게 가져간다. 좌측에는 주행 정보를, 우측에는 공조·내비게이션·커넥티드 기능을 배치해 직관성을 확보했다.

디스플레이 하단에는 터치 방식의 버추얼 아이-토글이 자리한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즐겨찾기로 설정할 수 있어 물리 버튼을 대체하면서도 조작의 번거로움은 줄였다. 콤팩트한 스티어링 휠과 시동 버튼 옆으로 이동한 일체형 기어 셀렉터 역시 시선 이동과 손 동선을 최소화해 운전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무선 충전 패드와 수납공간 등 기본적인 실용성도 충실하다.

푸조 특유의 콤팩트 스티어링 휠은 중앙 쿠션을 더욱 작게 만들고 스포크와 분리된 형태로 설계돼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시트 구성도 만족스럽다. 알뤼르 트림에는 직물과 가죽이 혼합된 시트가, GT 트림에는 고급 블랙 나파 가죽 시트가 적용된다. 특히 GT 트림에는 통풍·열선·마사지 기능은 물론, 급커브나 코너링 시 상체 쏠림을 줄여주는 어댑티브 볼스터 기능이 더해져 장거리 주행에서도 쾌적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푸조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 성열휘 기자
푸조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 성열휘 기자

차체 크기는 STLA 미디엄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돼 전장 4545mm, 전폭 1895mm, 전고 1650mm, 휠베이스 2730mm다. 이전 세대 대비 각각 90mm, 55mm, 20mm, 55mm가 늘어나며 전반적인 공간 여유가 한층 확대됐다.

이러한 차체 확장은 실내, 특히 2열 공간에서 분명하게 체감된다. 패스트백 스타일 특성상 헤드룸 손실을 우려할 수 있지만, 키 180cm 성인 남성이 앉아도 일정 수준의 여유는 확보된다. 1열보다 살짝 높은 시트 포지션과 파노라믹 선루프 덕분에 체감 개방감도 부족하지 않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588리터, 뒷좌석을 40:20:40으로 폴딩하면 최대 1663리터까지 확장돼 일상은 물론 레저 활용에서도 충분한 적재 능력을 보여준다.

푸조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 스텔란티스코리아 제공
푸조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 스텔란티스코리아 제공

3008은 3기통 1.2리터 퓨어테크 엔진,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e-DCS6), 48V 리튬이온배터리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엔진과 전기모터 합산 최고출력 145마력을 발휘하고 각각 엔진 136마력, 전기모터 15.6kW 최고출력과, 23.5kg.m, 5.2kg.m의 최대토크를 제공한다. 배터리 용량은 0.89kWh로 수치만 보면 마일드 하이브리드에 가깝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그 이상이다.

도심에서는 매우 부지런하다. 정차 후 출발 시 전기모터가 먼저 차를 밀어내며, 저속 구간에서는 엔진 개입 없이도 상당 부분을 전기로 주행한다. 체감상 일반적인 도심 환경에서 절반가량은 엔진 존재를 의식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이 덕분에 3기통 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은 눈에 띄게 줄었고, 실내 정숙성도 이전 세대보다 크게 개선됐다.

회생제동 시스템 역시 적극적이다. 감속 시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회수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원-페달 주행에 가까운 느낌도 준다. 그렇다고 멀미를 유발할 만큼 과도하지는 않다. 주행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작동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최근 하이브리드들이 전기차에 가까운 감각을 강조한다면, 3008은 내연기관과의 조화를 택했다. 엔진과 모터의 전환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변속 역시 매끄럽다. 복합 연비는 14.6km/ℓ로 도심 위주의 주행 환경에서는 기대 이상의 효율을 보여준다. CO₂ 배출량은 km당 110g으로 국내 2종 저공해차 인증을 받아 각종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푸조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 스텔란티스코리아 제공
푸조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 스텔란티스코리아 제공

고속도로로 올라서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존재감은 줄어들고, 유럽차 특유의 기본기가 드러난다. 스티어링 휠은 정확하고 직관적이며 차체 거동은 단단하다. 고속도로에서의 추월 가속도 스트레스 없이 이뤄졌고, 정숙성도 인상적이었다. 정속 주행 시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 소음이나 노면 소음은 잘 억제돼 있었고, 서스펜션 세팅 역시 과하지 않은 탄탄함으로 노면의 정보를 부드럽게 걸러냈다.

푸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핸들링 역시 여전하다. 롤링을 억제하기보다는 운전자에게 솔직하게 전달하고, 이후의 자세 제어는 자연스럽다. 덕분에 코너에서도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자신감을 갖고 운전할 수 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도 눈에 띈다. 활성화하면 차선 안에서 일정하고 정확하게 차량 위치를 유지하기 때문에 확실히 피로가 줄어들고 여유 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3008은 전동화라는 대세를 푸조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전기차로 가기 전,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자 첫 관문에 가까운 선택지다. 실용성과 감성, 효율과 주행 재미를 균형 있게 담아냈다.

3008의 부가세 포함한 판매 가격은 알뤼르 4490만원, GT 49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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