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 중형 SUV 쉐보레 이쿼녹스..현대차 싼타페에 맞설 해법은?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입력 : 2018.06.19 10:20

수정 : 2018.06.19 10:20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쉐보레 이쿼녹스가 드디어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노익장을 과시하던 캡티바는 드디어 은퇴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시장의 상황이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현대차 싼타페가 일찍이 중형 SUV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기아차 쏘렌토는 싼타페의 돌풍에도 꾸준한 판매를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 QM6는 가솔린 SUV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며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쿼녹스가 어디 하나 비집고 들어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국산 중형 SUV 시장, 쉐보레 이쿼녹스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까.

쉐보레의 중형 SUV 이쿼녹스를 김포공항과 경기도 파주 일대를 오가는 왕복 100km 구간에서 시승했다.

■ 견고한 디자인 감각과 말리부를 닮은 실내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차체 전방위를 덮고 있는 듀얼 포트 그릴이다. 이는 쉐보레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자리잡은 만큼, 어느 덧 익숙해진 모습.

크롬이 적용되지 않은 말리부와는 달리, 그릴 디테일마다 크롬 몰딩이 들어가 다소 과격한 인상도 나타난다. 이는 날렵한 헤드램프와 함께 공격적인 인상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측면에서 바라본 이쿼녹스의 모습은 견고한 인상이다. 굵직한 선과 한껏 누운 C필러 디자인은 쉐보레의 플래그십 SUV ‘서버번’을 연상시킨다.

휠의 디자인은 다소 아쉽다. 투톤 디자인은 물론, 다이아몬드 커팅 공법을 적용하는 등 화려한 디자인의 휠들이 넘치고 넘치건만, 강렬한 인상 대비 휠의 디자인은 어딘가 심심한 느낌이다.

후면부는 제법 볼 거리가 많다. 마치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연상시키는 듯 측면부를 따라 한껏 날이 선 범퍼의 엣지가 그렇고, 말리부를 연상시키는 테일램프도 그렇다. 기본적으로 둥글둥글한 인상이지만 이런 디테일들이 차량의 견고한 형상과 단단한 인상을 강조한다.

인테리어는 말리부를 연상케 한다.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형상은 물론, 디스플레이와 버튼류의 배치도 말리부와 상당한 공통점이 드러난다. 때문에 조작은 제법 익숙한 편.

센터페시아 하단 트레이에는 무선 충전기가 자리잡았다. 기존의 도킹 방식이 아닌 거치 방식. 기자의 갤럭시노트8을 얹어두기에 꼭 맞는 사이즈지만, 이보다 큰 스마트폰을 얹어두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2열 공간은 가족용 SUV로서 충분한 공간을 갖췄다. 181cm의 성인 남성이 앉았을 경우 정상적인 시트 포지션에서는 주먹 한 개 정도의 레그룸이 확보되며, 방석과 등받이의 각도도 적당하다. 다만 등받이의 각도가 이 보다 더 젖혀질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

IT기기가 난무하는 시대인 만큼 2열의 충전 관련 사양들은 풍부하다. 이쿼녹스는 1열에 2개의 USB 포트와 무선충전기를, 2열엔 한 개의 시거잭과 하나의 220볼트 인버터, 두 개의 USB 포트를 갖췄다. USB 포트를 두고 충전 경쟁을 벌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 뛰어난 정숙성과 의외의 연비

이쿼녹스는 1.6리터 디젤엔진을 장착, 최고출력 136마력과 32.6kg.m 수준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여기에 3세대 6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이쿼녹스에 가장 인상적인 점은 정숙성이다. 이쿼녹스에 탑재된 디젤 엔진은 독일 오펠이 설계한 엔진으로, 유럽 내에서는 ‘속삭이는 디젤’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

이는 주행 상황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이쿼녹스의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된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은 소음과 반대되는 영역대의 주파수를 스피커로 송출, 정숙성을 강화한다.

엔진의 진동도 충분히 억제된 모습이며,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나 풍절음은 동급에선 최고 수준이다.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량에 대한 소음과 진동에 유독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하다.

기본적인 주행 성능은 부드러움에 초점이 맞춰졌다. 디젤엔진 특유의 파워풀한 가속 성능은 덜하지만, 일반적인 주행 상황과 급가속 상황에서도 최대한 부드러운 모습을 영위한다.

중형 SUV를 찾는 고객의 특성 상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가족을 위한 차라는 점에선 합격점을 줄 만 하지만, 폭발적인 주행 성능을 원하는 소비자에겐 출력에 대한 갈증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랙 타입의 EPS가 적용된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은 즉각적인 한 템포 느긋하다. 하체의 세팅도 일반적인 쉐보레 차량들과는 달리, 부드러움과 안락함 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뒀다.

탄탄한 주행 감각을 갖춘 기존의 차량들과는 차이점이어서 다소 어색하지만, 차량의 용도를 생각한다면 일정 부분 수긍이 간다.

연비는 제원상 수치 보다는 실제 연비가 더 높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끄지 않고, 에어컨을 가장 세게 틀어놓은 상황, 도로의 흐름에 따라 운전하다 보니 복합 연비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의 실 연비를 경험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쿼녹스의 복합연비는 13.3km/L 수준.

차선을 유지하는 능력은 제법 자연스럽다. 차선의 중앙을 유지하는 경쟁사들의 시스템과는 달리, 차선이 넘어가는 걸 감지 하면 스티어링은 반대편으로 조향된다. 다소 신경질적인 경쟁사들의 세팅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스티어링을 조향하는 능력은 수준급이다.

■ 쉐보레 이쿼녹스의 시장 경쟁력은...

한국지엠에서는 오랜만에 보여지는 SUV다. 캡티바 이후 몇 년 만인지 기억하기도 어려운 수준. 다소 늦은 감은 있다. 가솔린 시장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1.5리터 가솔린 터보 라인업을 추가하고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도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이쿼녹스가 넘어야 할 산이다. 이쿼녹스 프리미어 트림에 AWD 시스템을 선택한다면, 현대차 싼타페 인스퍼레이션은 물론, 기아차 쏘렌토를 바라볼 수도 있는 가격이기 때문.

물론 카탈로그 상으로 보여지는 가격과 사양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뭔가를 가진 차였다. 높은 실 주행 연비와 안정적인 크루징 능력, 그리고 더 말해봐야 입 아픈 쉐보레 특유의 뛰어난 안정성은 이쿼녹스가 가진 강점이다.

클래스가 다른; 자동차 뉴스 데일리카 http://www.dailycar.co.kr
본 기사를 이용하실 때는 출처를 밝히셔야 하며 기사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관련기사]
설리번 한국지엠 부사장, “영업 네트워크 지원책 구상중”..일선 반응은?
쉐보레 이쿼녹스, 보험 등급 6등급..QM6와는 14등급 격차
쉐보레 이쿼녹스..안전성·주행성능으로 SUV 시장 ‘공략’
쉐보레 중형 SUV 이쿼녹스..높은 연비의 비결은 ‘경량화’
카젬 한국지엠 사장, “포기하지 않겠다”..경영 정상화 의지 피력
PC 버전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