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 돌아온 베스트셀러, 혼다 어코드 2.0T 스포츠

데일리카 이천=박홍준 기자

입력 : 2018.06.03 09:57

수정 : 2018.06.03 09:57

[이천=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미국 자동차 시장에 ‘캠코드(Camcord)’라는 말이 있다. 토요타 캠리(Camry), 혼다 어코드(Accord)를 뜻하는 합성어로, 이는 일본산 중형세단을 통칭하는 은어로 자리잡고 있다.

이렇듯, 어코드가 지닌 영향력은 상당하다. 지난 1976년 1세대가 선보여진 이래, 43년간 2000만대 이상이 팔려 나갔다. 국내 시장에선 혼다코리아가 출범한 2004년 최초로 공개된 이후 4만여대 이상이 국내에서 판매됐다. 쉽게 말해 베스트셀러다.

그리고 10세대 어코드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9세대 어코드가 작년을 기해 모든 물량이 소진된 이후 5개월 여 만이다. 전 라인업에 터보 엔진을 적용하고, 트림도 세분화 하는 등 선택의 폭도 넓혔고, 보수적인 고객 성향과는 드물게 새빨간 바디 컬러도 선택할 수 있다.

돌아온 베스트셀러는 어떤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까. 어코드의 최상위 트림 ‘2.0 터보 스포츠’를 경기도 양평과 이천을 오가는 왕복 120km 구간에서 시승했다.

■ 파격적인 외관

어코드의 전면부는 건담 로봇을 연상케 한다. 그만큼 사이버틱한 이미지가 짙다.

가장 큰 인상을 주는 건 전면부의 풀 LED 헤드램프. 프로젝션 타입이었다면 제법 괴랄한 느낌이었을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여기에 혼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은 굵직한 크롬 바 또한 그렇다.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 형상은, 헤드램프에 다 달아 점차 얇아지며 일체감을 더한다.

라디에이터 그릴 하단에는 혼다의 예방안전 시스템 ‘혼다 센싱’의 레이더 센서가 자리잡았다. 때문에 번호판이 다소 위에 자리잡은 모습인데, 이는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후면부는 시빅과 CR-V에서 보여진 바와 같이 근래 혼다의 전형적인 디자인 흐름을 따르고 있다. 다만 파격적인 전면부와는 달리, 다소 심심해 보이는 인상이다.

어코드가 가장 빛나는 부분은 측면이다. 후륜구동 세단을 연상시키는 듯 길게 뻗은 보닛과 트렁크 라인까지 길게 뻗어내려간 C필러가 압권이다. 마치 패스트백을 연상시키는 비주얼이다.

여기에 2.0 터보 스포츠에만 국한된 다크 크롬 그릴, 19인치 대구경 휠, 립 스포일러 등은 패밀리 세단이 아닌,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잘 드러나지 않는, 디테일한 부분에서도 제법 신경을 쓴 모습이다. 파일럿, 오딧세이 등 그간의 혼다 차들은 우측 사이드미러에 툭 튀어나온 ‘레인 워치 카메라’가 위치해 미관상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카메라의 위치가 조정되며 전반적으로 매끈해졌다.

이 밖에도 루프 라인의 용접 공법을 레이저 방식으로 교체함에 따라, 몰딩이 없다는 점도 독특하다. 때문에 루프 라인은 정갈하면서도 깨끗한 모습이다.

■ 완성도 높은 현지화 구성

파격적인 외관에 비해 인테리어는 차분한 인상이다. 화려한 맛의 토요타 캠리와는 반대된다.

도어 패널과 인스트루먼트 패널까지 이어진 수평적인 기조의 디자인은 공간감을 강조한다. 때문에 중형 세단이지만, 보다 넓어보이는 인상이다.

전통적으로 자리 잡던 기어노브가 사라졌다는 점도, 보여지는 부분에서의 큰 특징이다. 이는 오딧세이에서도 보여진 바와 같이 버튼형으로 대체됐는데, 보편적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유독 낯설게 느껴진다.

살짝 눕혀져 있는 돌출형 디스플레이는 꼿꼿이 서있는 경쟁 모델과 달리 시인성 확보에도 더 좋다. 대시보드 끝단을 가리지 않는 탓에 시야 확보에 용이한 것. 파일럿과 달리 모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한글화가 됐다는 점도 강점이다.

시트의 등받이 부분은 측면 대비 살짝 튀어나와 있지만, 운전자의 허리를 충분히 감싸줄 만큼 부드러운 소재가 적용됐다. 반대로 버킷이라 할 수 있는 측면 부위는 제법 단단한 편이어서, 운전자의 몸을 잘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동급 세단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설계된 ‘저중심 구조’라는 게 혼다 측의 설명이지만, 시야 확보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되려 편안하기 까지 하다.

대시보드의 높이 자체가 낮기 때문에, 운전석 시트를 가장 아래까지 내려도 보닛의 끝이 보일 정도로 탁월한 시야감을 보인다. 차량의 공간 감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운전자들에게도 탁 트인 시야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일 듯 싶다.

휠 베이스가 이전 대비 55mm 늘어난 탓에 2열 거주성도 만족스럽다. 1열 탑승자들이 충분한 공간을 영위하면서도 181cm의 성인 남성이 앉기에도 주먹 두 개 수준의 레그룸이 영위될 정도로 넉넉하다.

패스트백 스타일을 갖춘 탓에 2열 헤드룸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지만, 2열의 천장은 일정 부분 파여있다. 때문에 앉은 키가 큰 운전자들도 충분한 헤드룸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칭찬할 만 하다.

■ 검증된 엔진과 만족스러운 예방안전 시스템

시승 차량은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시빅 타입-R의 2.0리터 터보 엔진이 기반이다. 최고출력은 256마력, 토크는 37.7kg.m에 달하며, 혼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10단 자동변속기가 앞바퀴로 동력을 전달한다.

어코드의 차체 중량은 기존 대비 5% 감소, 굽힘 강성과 비틀림 강성은 각각 24%, 23% 증가했다.

1500rpm에서부터 발휘되는 강력한 토크는 1.5톤의 중형차를 끌어나가는데에 아무런 무리가 없다. 심지어 빠르기 까지 하다.

고속도로에서의 주행 성능이 특히 발군이다. 도로의 흐름에 따라 운전 하다 보면, 어느 덧 계기판이 저 너머 가있는 아찔함을 경험하기가 쉽다. 그만큼 가속 성능도, 고속 안정성도 탁월하다는 뜻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피커를 통한 가상의 엔진음도 송출된다.

‘북미 올해의 차’ 평가단은 어코드를 올해의 차로 평가하며 ‘혼다는 어코드에 마치 마법을 부린 것 같다’는 심사평을 남긴 바 있다. 이 평가가 수긍되는 부분은 바로 하체다.

승차감은 기본적으로 단단한 편에 속하지만, 그럼에도 운전자는 차 내에서 제법 안락함을 영위할 수 있다. 여느 중형 세단들은 편안함과의 타협을 위해 일정 수준의 댐핑을 허용하지만, 그 흔한 잔 진동 없이 아주 매끄럽게 노면의 요철을 넘어가는 실력이 수준급이다. 분명 조여질 대로 조여진 단단한 세팅인데, 그럼에도 불편하다거나, 승차감이 나쁘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

‘혼다 센싱’의 차선 유지와 이탈 경고도 이름처럼 ‘센스’ 있다. 이질감도 적거니와, 운전자를 당황하게 하지 않을 정도의, 인지할 만큼의 경고만을 내보낸다. 필요 이상으로 스티어링이 조향되며 운전자를 당황시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차선 유지 상황에서 다소 왼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운전자마다 차선의 중심을 잡고 가는 기준에 차이가 있는 만큼, 이 시스템을 처음 작동시키는 운전자라면 다소 당황할 수도 있겠다.

■ ‘압도적 자신감’ 갖춘 혼다, 경쟁자 벽 넘을 수 있을까?

혼다는 어코드를 선보이며 ‘압도적인 고객 만족’, ‘압도적인 자신감’을 강조했다. 문득 스타크래프트가 생각난 대목이다.

Power Overwhelming, “압도적인 힘으로”라는 뜻의 치트키다. 이 치트키를 쓰면 모든 적을 아무런 상처 없이 제패할 수 있다. 프로토스 종족의 가장 강력한 유닛인 ‘아콘(집정관)’의 대사 이기도 하다.

‘스타크래프트2: 공허의 유산’에선 앞서 언급한 아콘이 이 대사를 말하며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다수의 적들을 단숨에 쓰러트린다. 그것도 아주 멋있게.

혼다가 직면한 상황이 이와 같다. 지난 해 CR-V 녹 사태로 홍역을 치른 혼다코리아지만, 어코드는 사전 계약 1달 만에 1000건의 누적 계약을 넘어섰다. 토요타 캠리가 2달 만에 2000대의 계약을 받아낸 걸 생각한다면, 고무적이다.

‘압도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10세대 어코드. 수입차 시장에서 어떤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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