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칼럼

[구상 칼럼] 한국 제치고 글로벌 5위로 도약한 인도..車 디자인은?

구상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입력 : 2018.02.20 16:03

수정 : 2018.02.20 16:03

필자는 지난 2월 4일까지 3 주 동안 자동차 디자인 특강을 위해 인도에 다녀왔다. 필자가 방문한 곳은 인도의 마하라슈트라(Maharashutra) 주(州)의 푸네(Pune) 시에 있는 아진키야 대학교(Ajeenkya University; ADYPU) 였다.

2011년에 처음 방문 때는 디자인 계열 중심의 단과대학 (D.Y. Patil Design College; DYPDC)였는데, 작년부터 종합대학으로 변모됐다. 자동차 디자인학과는 설립 7년이 됐지만 이미 디자인대학을 증축하고 있었다.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학교가 소재한 푸네 시는 인도의 거대 도시 뭄바이에서 150km 가량 떨어진, 말하자면 서울에서 대전 정도의 거리인 곳이다. 지도상으로는 멀지 않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은 그만큼 인도의 국토가 넓다는 의미일 것이다. 수도의 공항이 아님에도 매우 거대한 규모의 뭄바이 국제공항으로 인해 인도 역시 대륙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뭄바이 공항에 내린 것이 현시 시각 새벽 1시였는데, 입국 심사 줄이 길어 거의 네 시간 반을 선 채로 기다렸고, 이후 택시를 타고 네 시간 가량을 고속도로를 달려 푸네의 호텔에 도착한 것은 아침 8시가 넘어서였다.

서울 집을 나서 것이 전날 아침 8시였으니, 그야말로 하루가 꼬박 걸린 셈이다. 그러나 곧바로 아침 식사를 하고는 학교로 가야 했다. 하지만 피곤함보다는 1년이 지나는 사이 이들은 얼마나 변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내내 들었었다.

재작년 2016년에 인도는 448만8000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422만8000대를 생산한 우리나라를 제치고 글로벌 5위가 됐고, 우리나라는 6위로 내려 앉았다.

아직 2017년의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순위는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는 다시는 5위로 올라서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대학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필자가 방문한 푸네에는 인도의 자동차 메이커 중 하나인 타타자동차를 비롯해서 벤츠 인디아와 다수의 일본 합작기업 등이 있어서인지 인도 대학 교수들은 푸네가 인도의 디트로이트라고 말할 정도로 자동차산업 도시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물론 인도에는 현대자동차 공장이 들어선 첸나이 등 더 큰 규모의 산업 도시들이 있지만, 인도는 워낙 국토가 커서 왕래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오히려 지역 별 특성 차이가 크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 지역 별 언어의 장벽이 존재하는 경우도 흔하다. 힌디어의 종류도 지방 방언을 포함해 170개가 넘는다는 것이 이를 증명해주는 것 중의 하나일 것이다. 사실 필자가 인도에 다녀왔다고 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타지마할은 가봤냐?’는 것이다.

그런데 푸네에서 타지마할이 있는 도시 아그라(Agra)에 가려면 열차로 2~3일은 가야 한다고 하니, 우리와 이들의 지리적 거리 개념은 그야말로 천양지차이다. 아마도 이런 것은 인도와 중국이 비슷하지 않을까?

인도에는 상당히 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있고, 그들 중 상당수는 일본계의 합작 기업들인데, 스즈키와 혼다, 토요타 등이 현지 메이커와 합작 형태로 많이 진출한 상태이다.

물론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마힌드라(Mahindra)를 비롯해서 대우상용차를 인수한 타타(Tata)와 같은 거대 토종 기업들도 존재한다. 게다가 놀라운 사실은 이들 토종기업들의 자본력이 생각보다 막강하다.

그 증거로 최근에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인 종합기업 이탈리아의 피닌파리나(Pininfarina)를 마힌드라가 인수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마힌드라는 이미 우리나라의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곳이기도 하다. 향후에 피닌파리나에서 쌍용의 차량을 디자인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피닌파리나는 거의 모든 페라리를 디자인하는 등 전통과 명성을 가진 이탈리아의 디자인 전문 기업이다.

또 다른 인도의 토종 기업인 타타자동차는 우리나라의 대우상용차를 인수한 것은 물론이고, 이미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소유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필자가 인도나 중국 등의 자동차업계 인사들을 만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는 한국의 자동차산업과 디자인이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에 글로벌 레벨로 성장했느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도의 기술력은 낮지 않다. 이미 우주 발사체와 전략무기 등을 자체 기술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평균 구매력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인도의 차량 메이커들은 12억 인구의 내수 시장에서 요구되는 기본적 수준의 차량만을 개발해서 판매해도 사실상 유지가 가능하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최근에는 인도에서 고급 차량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도 하다. 물론 그 수요 대부분은 재규어나 랜드로버, 혹은 독일 메이커와 같은 유럽 브랜드의 몫이다.

물론 인도 토종 메이커들은 각각 고유 모델을 가지고 있고 인도 내수 시장에서 상당한 판매량을 가지고 있지만, 디자인 감각이나 차량의 성능 등에서는 아직까지는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얼마간의 거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갭은 매우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인도의 상반된 자동차산업의 특성 속에서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과 디자인은 이들과의 협업을 통한 동반성장 속에서 우리의 영향력을 더욱 높여가는 전략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인도를 거듭해서 방문할수록 자리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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