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2.27 19:11

"2018년부터는 전기차가 호기심으로 사는 틈새 상품이 아니라 필요해서 구매하는 상품이 될 것이다."
지난 21일 미국 CNN방송은 "미국 도로가 2018년에는 전기화(Electrification)가 되는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내년이 전기차의 가격, 주행거리, 실용성 등이 소비자 욕구에 본격적으로 부합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올해가 본격적으로 전기차가 팔리기 시작한 '전기차 판매 원년'이라면, 내년은 충전 인프라, 개선된 주행거리, 낮아진 가격 등을 바탕으로 전기차가 주력 자동차로 개화(開花)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글로벌 차 업체는 경쟁적으로 전기차 출시 로드맵을 발표하고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회 충전에 300㎞ 이상 전기차 쏟아져
EV세일즈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98만156대(예상)다. 조사기관에 따라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작년보다 46% 늘어난 112만대로 집계한 곳도 있다. 2018년엔 더 성장해 137만3690대가 팔리면서 전체 차 가운데 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전기차 시장에는 1회 충전에 300㎞ 이상을 가는 전기차들이 쏟아진다. BMW는 내년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가 유럽 기준으로 280~300㎞인 2세대 'i3' 전기차 모델인 '뉴 i3와 '뉴 i3s'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도 내년 상반기 주행거리가 380~390㎞(유럽 기준 500㎞)인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코나'와 '니로'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는다. 닛산도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80㎞(유럽 기준)인 2세대 신형 '리프'를 내년 2월부터 소비자에게 인도할 예정이다. 재규어도 내년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아이페이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업체들 전기차 청사진 경쟁적으로 공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최근 전기차 로드맵도 새로 공개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전기차의 한계를 지적하며 하이브리드와 디젤에 집중했던 업체들도 전략을 수정, 전기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는 2020년까지 순수 전기차를 10종 이상 출시하겠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또 2030년까지 전기차·하이브리드·수소연료전기차 등 전동 모터로 구동되는 자동차를 전체 차량 생산의 절반인 550만대로 늘리겠다고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하이브리드 기술을 선점해 상대적으로 전기차 개발에 소홀했던 도요타도 시장의 주류가 전기차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전략을 수정한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독일의 BMW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의 판매량을 2019년까지 50만대로 늘리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700㎞ 이상인 전기차를 12종 출시하고 전기차 대량 생산 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GM도 앞으로 1년 6개월 내에 새로운 순수 전기차 2종을 출시하고, 메르세데스-벤츠도 2022년까지 10종의 순수 전기차를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도 2025년까지 전기차를 14종으로 확대하고, 친환경차를 총 38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제품이 기존 시장에서 점유율 1%를 넘어서면 이후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한다"며 "전기차는 내년부터 시장을 주도할 상당한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에도 뛰어드는 자동차 업체들
자동차 업체들은 자신들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과 기술 개발에도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다른 업체에서 공급받으면 시장 주도력을 잃고 배터리 업체에 종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지난 13일 파나소닉과 배터리 공동 개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성이 높은 고체형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해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BMW도 지난 18일 미국 스타트업인 솔리드파워와 손잡고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수명과 주행거리는 길고, 충전시간은 짧은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도 2025년까지 500억유로를 배터리 개발과 생산공장 건설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벤츠가 속한 다임러그룹도 2019년까지 10억유로를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또 유럽 완성차 업계는 유럽연합(EU) 주도하에 전기차 배터리업체 공동 설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도 전기차 배터리 기술 개발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기차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충전 속도, 주행거리 등 기존의 한계로 지적됐던 부분이 해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내년 후반기엔 주행거리가 늘어난 전기차들을 필두로 판매량이 급증하는 '전기차 빅뱅'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