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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외치면서… 질주하는 카풀앱 제동

성호철 기자

입력 : 2017.11.09 03:14

서울시가 지난 7일 카풀(carpool)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풀러스'를 경찰에 여객법 위반으로 고발하자, 벤처업계가 8일 '정부가 벤처의 창업 의지를 꺾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 개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자면서 실제로는 낡은 규제로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풀러스의 카풀앱은 이용자가 스마트폰 앱(응용 프로그램)으로 차량을 부르면 주변에 있는 카풀 차량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작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75만 대가 카풀 차량으로 등록했고, 누적 이용 고객도 370만명에 달할 정도다.

문제는 풀러스가 지난 6일 그동안 출근 시간(오전 5~11시)과 퇴근 시간(오후 5시~다음 날 오전 2시)에만 제공하던 서비스를 24시간 체제로 확대하면서 불거졌다. 서울시는 '풀러스의 24시간 카풀 서비스는 현행법 위반이니 조사해달라'는 공문을 서울지방경찰청에 발송했다. 현행법은 일반 승용차의 유료 영업을 금지하며 예외적으로 출퇴근 시간대의 카풀만 허용하고 있다.

이에 배달의 민족 등 120여 스타트업을 회원으로 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8일 성명서에서 "서울시의 고발은 현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육성이라는 정책 방향에 반하는 과도한 행정 행위이자 행정 당국에 의한 '그림자 규제'"라며 반발했다. 풀러스 김태호 대표도 "유연근무제가 보급되면서 출퇴근 시간이 사람마다 제각각인데, 아침에는 카풀이 되고 낮에는 안 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서비스 강행 의사를 밝혔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가 벤처를 육성하기 위해 파괴적 혁신을 하자면서 낡은 규제는 그대로 두면 한 발짝도 못 나간다"고 말했다.

풀러스의 카풀앱은 택시보다 저렴한 요금을 기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부르는 방식은 카카오택시와 비슷하지만 카풀 차량을 이용하기 때문이 요금이 30~40% 싸다.

논란의 쟁점은 여객법이 정한 출퇴근 시간의 해석이다. 김태호 풀러스 대표는 "로펌 두 곳에 법률 검토를 받은 결과 출퇴근 시간을 오전과 오후로만 좁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와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카풀앱의 24시간 서비스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양완수 택시물류과장은 "출퇴근을 광범위하게 해석해 일반 차량으로 마음대로 유상 영업을 하겠다는 것인데, 택시 운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의 김기대 대중교통과장은 "본래 카풀 제도는 출퇴근 시간의 교통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했다"며 "현행법의 취지를 보면 24시간 서비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가 스타트업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형사 고발까지 한 데에는 '택시 회사와 기사들의 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경쟁자의 진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 탓에 한국에서만 차량 공유와 같은 운송 혁신 서비스가 자리를 못 잡고 있다"고 반박한다. 예컨대 차량 공유 업체 쏘카는 당초 일반인이 자기 차량을 등록하면 이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용자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를 하려고 했지만, 실제로는 직접 차량 8000여대를 구매해 고객에게 빌려주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렌터카 사업을 하는 셈이다. 전 세계 630개 이상의 도시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미국 우버도 한국에서는 불법 논란 끝에 퇴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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