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 정숙하고 고급스런 가솔린 SUV..르노삼성 ‘QM6’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입력 : 2017.10.12 15:23

수정 : 2017.10.12 15:23

소형 SUV 시장에서는 이미 가솔린 엔진의 점유율이 60%를 넘어서며 ‘SUV=디젤’이라는 공식은 깨진지 오래다.

이에 반해 QM6가 속한 중형 SUV 시장은 아직 디젤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현대차 싼타페, 기아차 쏘렌토의 가솔린 판매 비중은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다.

이에 반해 르노삼성의 사정은 조금 다른 것처럼 보여 진다. QM6 GDe는 출시 첫 달만에 1426대가 판매되며 인기를 예고하고 있다. QM6의 전체 판매량이 2468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주력 라인업도 디젤에서 가솔린으로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득 구형 QM5 25RE 모델이 오버랩 됐다. 기자의 기억이 맞다면, 도로에서 만나는 QM5는 가솔린 모델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디젤 외엔 대안이 전혀 없던 SUV 시장에서도 르노삼성은 그런 길을 걸어왔다.

■ SM6와 판박이,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QM6 GDe의 디자인은 SM6의 디자인과 통일성을 강조한 모습이다. 워낙 잘 나온 디자인이거니와, 국산차에서 볼 수 없던 디자인 감각이다.

SM6와 아이덴티티를 이루는 라디에이터 그릴, ‘ㄷ’자 형태의 르노그룹 특유의 시그니쳐 헤드램프 등은 여김 없는 르노삼성의 디자인 그 자체다.

헤드램프에서 시작해 앞 펜더를 가로질러 흐르는 크롬 몰드는 QM6의 디자인과 SM6 디자인의 차별성을 주는 가장 큰 디자인 요소로 꼽힌다. 절개선이 많이 모여있어 보기에 썩 좋은건 아니지만 반면엔 차체의 육중함을 강조하는 박력 있는 스타일 요소다.

이 밖에도 차체 측면과 후면부에 적극적으로 사용된 크롬 몰딩은 SM6와 달리 SUV로서 멋을 부리고 커보이게 하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재밌는 부분은 리어램프와 연결되는 뒷범퍼의 디테일 부분이다. 범퍼의 꺾인 형상이 절묘하게 'ㄷ' 형태를 취하고 있어 전면부의 시그니쳐 램프와 통일감을 강조한 모습이다.

■ 미적 감각 충분하지만..어딘가 아쉬운 S링크

QM6 GDe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눈에 띄는 건 센터페시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8.7인치 디스플레이다. 이 디스플레이는 차량에서 조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버튼을 대체한다.

물론 편의성을 배려해 물리 버튼들도 함께 배치됐지만, 비단 QM6가 아니더라도 이런 거대한 디스플레이가 대부분의 기능을 대체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주행 중 차량의 무언가를 조작하는건 위험한 일이지만, 조작하게 되는 경우가 온다면 피드백이 확실해야 한다. 버튼이 눌렸다거나 제대로 터치를 했다는 확인 말이다.

S링크의 터치감은 만족스러운 수준이지만, 햅틱 기능 등을 추가해 즉각적인 피드백이 있었다면 더 좋을 뻔 했다. 버튼이 눌렸는지 다시 한번 디스플레이를 바라보게 되는 건 안전운행에도 큰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QM6 GDe의 실내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2열 공간이다. QM6는 2705mm의 휠베이스를 지니고 있는데, 2열 레그룸은 동급 중형 SUV중 최대 공간을 제공한다. 가족을 위한 중형 SUV라면 2열의 넉넉함은 미덕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 QM6 GDe에는 전 트림 기본으로 적용돼 있는 운전자 피로도 경보 시스템(UTA)을 비롯해 8.7인치 대화면 세로형 S-Link 디스플레이 내비게이션, 센터포인트®2가 적용된 BOSE®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시동을 끈 후 운전자가 차량에서 약 2m 가량 멀어지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오토클로징 시스템,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전방추돌 경보시스템, 차선 이탈 경보시스템, 사각지대 경보시스템 등 첨단 사양들도 대거 적용됐다.

■ 만족스러운 정숙성, 기대 이상의 연비

시승 차량은 2.0리터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 144마력을 발휘하고 20.4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제원 상으로 보여지는 출력만으로는 200마력을 넘나드는 동급의 가솔린 SUV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인 건 사실이다. 이후엔 르노 에스파스에 적용되고 있는 1.8리터 터보 엔진을 적용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QM6 GDe의 최고의 미덕은 CVT 특유의 매끄러운 주행 질감과 뛰어난 정숙성이다. QM6 디젤은 개인적으로 동급 경쟁 차종 대비 소음이 제법 올라온다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아쉬움이 단번에 해소되니 제법 만족스럽다.

르노삼성은 이를 위해 전 트림에 차음 윈드쉴드 글라스를 기본 적용하고, 소음 유입 가능성이 있는 차체 곳곳에 다양한 흡∙차음재를 추가로 보강했다 정숙성만을 따지고 본다면 동급에선 견줄 차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주행 감각은 르노삼성차 특유의 나긋하면서도 여유로운 느낌이다. 액셀러레이터 끝까지 발을 갔다 대더라도 다소 느긋한 가속을 이어나가는 패턴이다.

무게 중심이 높은 SUV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핸들링 시에는 다소 꿀렁이는 듯 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SUV 치고는 단단한 감각이며 서스펜션의 복원력도 빠른 편이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연비는 기대 이상으로 좋다. ‘가솔린 SUV'의 효율성 자체에 대해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탓일까.

QM6의 복합연비는 시승차량을 기준으로 11.2km/l(도심 10.3km/l, 고속도로 12.7km/l)지만 실 주행에서 강점을 나타낸다.

인천 송도에서 인천대교를 거쳐 영종도를 한 바퀴 도는 약 70km 구간에서의 평균 연비는 14km/l대. 동급 가솔린 SUV 중에선 가장 높은 수준이며, 체감하는 연비는 1.6리터급 준중형 세단 정도의 느낌이다.

■ QM6 GDe의 시장 경쟁력은...

QM6의 신차효과가 떨어지고 있을 즈음 등장한 QM6 GDe는 르노삼성의 구세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가솔린 특유의 정숙성은 대다수의 가솔린 SUV가 가진 장점이지만, 떨어지는 연료 효율성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QM6는 이러한 단점까지도 장점으로 끌어안았다.

가솔린 SUV는 연비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건 포드 익스플로러,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등과 같은 거대한 가솔린 SUV에서 가졌던 편견이었다. 르노삼성은 이러한 편견도 깨버렸다.

합리적인 가격도 강력한 구매 포인트다. 중형 SUV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준대형 세단들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QM6 GDe의 가격은 중형세단과 유사한 수준이다.

SE 트림의 가격은 2480만원, LE 트림은 2640만원, 주력 트림으로 꼽히는 RE 트림은 2850만원으로, 같은 사양의 디젤 라인업 대비 약 300만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지난달 QM6의 판매량 중 57.7%는 가솔린 라인업인 GDe 모델이었다. 어쩌면 QM6는 국산 중형 SUV로서는 유일하게 주력 트림이 가솔린으로 바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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