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0.11 03:10
지난 7일 경기도 안성시 종합운동장을 찾아가던 김규석(62)씨는 표지판을 놓쳐 1시간가량 헤맸다. 안성 종합버스터미널 앞 터미널 교차로에서 오른쪽 도로로 빠져야 했는데, 안내 표지판을 제대로 못 봐 그대로 직진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본 도로안내 표지판에 표기된 지명은 '평택' '안성IC' '안성시청' '안성시의회' '안성종합버스터미널' '장호원' '일죽IC' '종합운동장' 등 8개였다. 영문까지 함께 표기하다 보니 지명 간 위아래 간격이 거의 없고 글자 굵기도 제각각이라 한눈에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김씨는 "운전하는 데 신경을 쓰다 보면, 도저히 글자를 알아볼 수가 없다. 표지판 글씨를 좀 더 큼지막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운전자 "표지판 글자 너무 작다"
도로 안내 표지판의 글자가 작아서 식별이 힘들다는 운전자가 많다. 본지가 121명을 상대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도로 표지판을 잘 참고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 중 33.8%는 "표지판 글씨가 작아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도로 안내 표지판과 글자 크기는 국토교통부가 도로표지규칙을 통해 정하고 있다. 도로표지규칙에 따르면 도시(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 시 등) 지역 내 도로 표지판과 글자 크기는 규정 속도나 도로 크기에 무관하게 통일되어 있다. 교차로에서 방향 안내를 하는 방향표지는 30㎝(이하 글자 세로 길이),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안내하는 이정표지는 33㎝다.
2014년부터 도로명주소 체계가 시행되며 전국에 설치되고 있는 새 표지판의 글자는 기존보다 더 작아졌다. 새 도로명 표지판은 '강변로' 등 도로명을 적은 부분과 '서순천IC' '봉화터널' 등 지명·시설명을 적은 방향 정보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도로명 글자 크기는 30∼33㎝로 옛 표지판과 비슷하지만, 방향 정보 글자 크기는 약 22㎝로 줄었다. 원래 19.8㎝로 줄였던 것을 '너무 작다'는 지적에 다시 키운 것이다. 여전히 규정속도 및 도로 크기와는 무관하게 규격이 고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평균수명 증가에 따라 고령 운전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도로 표지판 글자 크기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인 운전자는 반응 속도가 느려 운전에 집중하다 보면 표지판 글자를 식별하기 어렵다. 횡단보도 표시나 속도제한 등 중요한 표지판도 놓치기 쉽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교차로 및 횡단보도에서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망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며 "표지판 글자 확대 등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봉조 한국도로공사 책임연구원은 "운전면허에 필요하다고 규정된 최소 시력인 0.5를 기준으로 할 때, 현재 표지판 대부분의 글자는 너무 작아 판독하기 어렵다"며 "정보량을 줄이더라도 글자를 기존 대비 30% 이상 키워 가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외국은 규정속도·통행량 따라 크기 달라
외국은 표지판의 글자 크기가 전체적으로 크고, 제한속도 등에 따라 크기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고령 운전자 통행이 많은 지역의 교통 안내판 글자 크기를 20% 키워, 20인치(약 51㎝)에 달하는 곳도 있다. 고속도로에는 일반도로 표지판보다 2배 큰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독일과 일본은 도로 제한속도가 높아질수록 글자 최소 크기를 키우고 있다.
독일은 시속 40㎞ 이하부터 120㎞ 이상까지 구간을 10㎞ 단위로 나누어 글자 크기를 6단계로 표기하고 있다. 일본은 시속 30㎞ 이하인 경우 10㎝ 이상, 30~70㎞ 구간은 20㎝ 이상, 70㎞ 이상의 구간은 3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글자 크기 자체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최소치를 정한 것이기 때문에 제한 속도가 높은 도로에 실제 설치된 표지판에는 40㎝ 이상 대형 글자가 많다. 영국과 호주는 제한속도뿐 아니라 표지판에 담긴 정보의 수, 설치 위치 등에 따라 세분화해 글자 크기를 정하고 있다.
한글 서체는 알파벳에 비해 글씨가 더 크고 여백이 많아야 충분한 가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초성·중성·종성이 모여 한 글자를 이루고, 획수가 많아 알파벳보다 글자 모양이 훨씬 빽빽하기 때문이다. 한문 서체의 경우도 비슷하다. 중국 상하이시는 최근 표지판의 글자 크기를 대폭 키우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도로 안내 표지판의 글자가 작아서 식별이 힘들다는 운전자가 많다. 본지가 121명을 상대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도로 표지판을 잘 참고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 중 33.8%는 "표지판 글씨가 작아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도로 안내 표지판과 글자 크기는 국토교통부가 도로표지규칙을 통해 정하고 있다. 도로표지규칙에 따르면 도시(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 시 등) 지역 내 도로 표지판과 글자 크기는 규정 속도나 도로 크기에 무관하게 통일되어 있다. 교차로에서 방향 안내를 하는 방향표지는 30㎝(이하 글자 세로 길이),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안내하는 이정표지는 33㎝다.
2014년부터 도로명주소 체계가 시행되며 전국에 설치되고 있는 새 표지판의 글자는 기존보다 더 작아졌다. 새 도로명 표지판은 '강변로' 등 도로명을 적은 부분과 '서순천IC' '봉화터널' 등 지명·시설명을 적은 방향 정보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도로명 글자 크기는 30∼33㎝로 옛 표지판과 비슷하지만, 방향 정보 글자 크기는 약 22㎝로 줄었다. 원래 19.8㎝로 줄였던 것을 '너무 작다'는 지적에 다시 키운 것이다. 여전히 규정속도 및 도로 크기와는 무관하게 규격이 고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평균수명 증가에 따라 고령 운전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도로 표지판 글자 크기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인 운전자는 반응 속도가 느려 운전에 집중하다 보면 표지판 글자를 식별하기 어렵다. 횡단보도 표시나 속도제한 등 중요한 표지판도 놓치기 쉽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교차로 및 횡단보도에서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망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며 "표지판 글자 확대 등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봉조 한국도로공사 책임연구원은 "운전면허에 필요하다고 규정된 최소 시력인 0.5를 기준으로 할 때, 현재 표지판 대부분의 글자는 너무 작아 판독하기 어렵다"며 "정보량을 줄이더라도 글자를 기존 대비 30% 이상 키워 가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외국은 규정속도·통행량 따라 크기 달라
외국은 표지판의 글자 크기가 전체적으로 크고, 제한속도 등에 따라 크기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고령 운전자 통행이 많은 지역의 교통 안내판 글자 크기를 20% 키워, 20인치(약 51㎝)에 달하는 곳도 있다. 고속도로에는 일반도로 표지판보다 2배 큰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독일과 일본은 도로 제한속도가 높아질수록 글자 최소 크기를 키우고 있다.
독일은 시속 40㎞ 이하부터 120㎞ 이상까지 구간을 10㎞ 단위로 나누어 글자 크기를 6단계로 표기하고 있다. 일본은 시속 30㎞ 이하인 경우 10㎝ 이상, 30~70㎞ 구간은 20㎝ 이상, 70㎞ 이상의 구간은 3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글자 크기 자체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최소치를 정한 것이기 때문에 제한 속도가 높은 도로에 실제 설치된 표지판에는 40㎝ 이상 대형 글자가 많다. 영국과 호주는 제한속도뿐 아니라 표지판에 담긴 정보의 수, 설치 위치 등에 따라 세분화해 글자 크기를 정하고 있다.
한글 서체는 알파벳에 비해 글씨가 더 크고 여백이 많아야 충분한 가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초성·중성·종성이 모여 한 글자를 이루고, 획수가 많아 알파벳보다 글자 모양이 훨씬 빽빽하기 때문이다. 한문 서체의 경우도 비슷하다. 중국 상하이시는 최근 표지판의 글자 크기를 대폭 키우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