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0.10 02:44
"혹시 부작용 생길까 봐 금연 보조제를 꺼리는 분들이 있는데, 최소한 담배보다는 나쁘지 않아요."
지난달 27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산업보건센터 금연클리닉. 금연 상담하러 온 생산직 한모(40)씨가 "꼭 니코틴 패치 써야 하느냐"고 묻자, 금연 상담사(간호사)가 "긴 추석 연휴에 본인 의지로만 담배 끊기가 쉽지 않다"며 금연 보조제와 니코틴 패치를 내밀었다. 비슷한 시각 현대차 울산 4공장에선 김모아(27) 간호사가 공장 곳곳을 돌며 '금연, 나와 가족, 그리고 동료 사랑의 시작입니다'이란 제목의 전단을 나눠주었다.
현대차의 심장으로 통하는 울산공장에서 대대적인 금연 바람이 일고 있다. 작년 928명의 임직원이 금연에 성공한 데 이어, 올 1·2월 금연 성공자(금연 6개월 유지)가 193명을 기록했다.
◇금연 캠프, 경고 그림 전시회
울산공장엔 금연 의지만 있다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 2중·3중으로 있다. 우선 직원들 일터인 사업부(공장)마다 배치된 산업 간호사들은 "주요 임무 중 하나가 금연 교육·상담"이라고 했다. 직원들 흡연 장소나 퇴근길에 금연 전단을 나눠주고 일산화탄소(CO) 수치를 체크해가며 흡연 폐해를 알린다. 공장 내 산업보건센터 금연클리닉에선 좀 더 전문적인 금연 상담을 해준다. 금단 증세가 심해지면 사내 심리상담실 '행복쉼터'가 도움을 준다. 행복쉼터 관계자는 "왜 담배를 끊기로 마음먹었는지를 일깨우는 동기 강화에서부터 금단 스트레스 조절법까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했다.
당근과 채찍도 다양하다. 만약 4박 5일짜리 금연 캠프를 신청해 6개월 뒤까지 금연에 성공하면 캠프 참여 기간을 유급 일수로 인정해준다. 금연 성공자에겐 집으로 축하 선물과 카드도 보낸다. 지난 4~5월 사업부 식당별로 흡연 경고 그림 사진 전시회도 열었다. 현대차 보건팀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태국·호주·캐나다 등 각국의 담뱃갑 경고 그림을 전시해 금연을 유도했다"며 "'금연 플래시몹' '금연서약서 작성' 등 각종 금연 아이디어를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연 작전 효과는 뚜렷하다. 사내 건강검진을 받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흡연율을 집계한 결과, 2015년 36.6%(2만7151명 중 9929명)에서 2016년 32.9% (2만7806명 중 9152명)로 3.7%포인트 줄었다. 올해는 30% 아래로 줄이는 게 목표다. 울산대병원과 함께하는 4박 5일 금연 캠프 성공률은 지난해 95%, 올해는 100%에 이른다. 보건복지부는 "현대차 울산공장은 사내 금연 사업의 모델을 제시하는 성공 사례"라고 밝혔다.
◇"금연은 노사가 한마음"
이처럼 회사가 사내 곳곳에 금연 치료·상담 장소를 두는 식으로 '금연 접근성'을 높인 다음, 직원들의 동참을 적극 유도한 것이 현대차 금연 성공의 비결이다. 지난해 사내 설문에서 직원 10명 중 8명 이상이 "회사 금연운동을 알고 있다"(87.9%) "앞으로 금연할 생각이 있다"(83.7%)고 응답했다. 회사 관계자는 "금연 운동만큼은 노사가 한마음"이라고 말했다. 노사 합동 금연 캠페인을 벌이고, 사업부별로 4~5인 팀을 꾸려 금연 홍보에서부터 담배꽁초 줍기까지 '금연 서포터즈' 활동도 하고 있다.
이후락 현대차 산업보건센터장(전문의)은 "직급이 높으면 자녀도 장성해 '어린 자녀를 위한 금연'과 같은 금연 동기도 약한 편"이라며 "이런 임직원들에게도 금연 결심은 '평생 가장 가치 있는 일'이며, 당신의 가족·손자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