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이어폰 꽂는 순간, 그의 질주가 시작된다

김성현 기자

입력 : 2017.09.29 01:25

Q. 80만 관객을 모으며 상영 중인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감독 에드거 라이트)의 주인공 '베이비'(앤설 엘고트)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서도 현란한 운전 솜씨로 경찰 추적을 따돌린다. 다음 날이면 그는 언제나 동료들을 위해 카페에서 커피 4잔을 사 온다. 그가 거리를 걷는 영화 초반부 2분 40초 내내, 카메라는 한 번도 끊지 않고 부지런히 주인공의 발걸음을 뒤쫓는다. 이 인상적인 장면에서 흘렀던 노래는 무엇이었을까.


 

‘베이비 드라이버’의 ‘베이비’(앤설 엘고트·오른쪽)와 ‘데보라’(릴리 제임스). /소니 픽쳐스
‘베이비 드라이버’의 ‘베이비’(앤설 엘고트·오른쪽)와 ‘데보라’(릴리 제임스). /소니 픽쳐스

A. 1960년대 2인조 흑인 보컬 그룹인 '밥 앤드 얼(Bob & Earl)'의 '할렘 셔플(Harlem Suffle)'이다. 어깨가 들썩이는 흥겨운 리듬에 흑인 음악의 짙은 감성을 녹여 넣은 이 곡은 1963년 발표 당시 빌보드 싱글 차트 44위까지 올랐다. 정작 록그룹 롤링 스톤스가 1986년 리메이크한 버전이 5위까지 오르며 더욱 인기를 얻었다. 영화에서는 '밥 앤드 얼'의 원곡이 흐른다.

주인공이 커피 주문을 하는 카페 장면에서는 음악도 슬그머니 끊어지는 것 같더니, 잠시 후에 커피가 나오면 베이비가 귀에 이어폰을 꽂으면서 다시 음악 소리도 커진다. 금관이 울려 퍼지는 중간 간주에는 길거리 가게의 진열창에도 금관 악기들을 비치해놓고, 주인공이 걸어가면서 이 그림에 맞춰 트럼펫을 부는 시늉을 한다. 이처럼 영화는 철저한 사전 조율을 통해 도심의 풍경과 주인공의 동선(動線)까지 음악에 일치시켜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었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주인공이 어릴 적 겪은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귀울림이 심해서 이어폰을 꽂고 다닌다는 기발한 설정을 통해서 왕년의 팝 음악들을 활용한다. 최근에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와 이 영화처럼 음악을 영민하게 활용한 작품들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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