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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버스차로공사로 더 막혀… 모르고 간 車는 기가 막혀

이해인 기자

입력 : 2017.09.27 02:26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집에서 종로 3길 디타워에 있는 직장까지 720번 버스로 오가던 직장인 이형원(28)씨는 요즘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지난 15일부터 종로 중앙 버스전용차로 설치 공사가 시작되면서 출근이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공사 첫날 교통 정체가 갑자기 심해져 회사에 30분 지각했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흥인지문 교차로에 이르는 2.8㎞ 종로 구간을 대중교통과 보행 친화공간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중앙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고, 기존 8차로를 6차로로 줄여 보행로를 넓히는 계획이었다. 시는 중앙차로 포장공사(9월 15일~11월 10일)와 정류소 설치·안전시설 공사(9월 21일~11월 30일)를 할 예정이다.

26일 종로 중앙버스전용차로 공사 때문에 서울 광화문 우체국 인근부터 종로 방향으로 가는 도로가 차량으로 꽉 막혀 있다. 서울시가 교통 통제 구간을 예정보다 늘리고, 공사 일정이나 우회로 정보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더 큰 혼잡을 유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형주 기자
26일 종로 중앙버스전용차로 공사 때문에 서울 광화문 우체국 인근부터 종로 방향으로 가는 도로가 차량으로 꽉 막혀 있다. 서울시가 교통 통제 구간을 예정보다 늘리고, 공사 일정이나 우회로 정보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더 큰 혼잡을 유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형주 기자
종로 구간은 공사 전에도 정체가 심했다. 종로 일대를 지나는 버스의 평균 시속은 13.5㎞, 승용차 평균 시속은 17.5㎞였다. 서울시 전체 버스 평균(시속 20.6㎞)이나 승용차 평균(시속 19.0㎞)에 비해 10~30% 느렸다. 공사 때문에 구간별로 기존 8차로가 6차로가 되면서 정체가 심해졌다. 그 여파가 서대문까지 이어졌다. 공사 후 첫 월요일이었던 18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서대문역~세종대로사거리 구간의 차량 이동 속도(평균 시속 12㎞)는 이전(평균 시속 24.6㎞)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우회로를 이용하는 등 교통이 분산돼 지난 22일에는 같은 구간의 평균 시속이 22.3㎞까지 회복됐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교통난은 여전히 심각하다. 새문안로에 직장을 둔 김미리(26)씨는 "회사 앞 도로까지 차량 꼬리물기가 이어져 횡단보도에 차와 사람이 뒤섞여 혼잡하다"고 말했다. 시는 당초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체 공사 구간(2.8㎞)을 8개로 나눠 통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사 시작 12일째였던 26일 오후 종로 일대 교통 통제 구간은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종로3가까지 1.3㎞였다. 통제 구간이 너무 길어 차량정체가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최근 전국에서 공사가 많이 진행 중이라 건축자재 수급이 원활치 않다"면서 "앞 구간 공사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다음 구간 공사에 들어가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통제 구간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종로는 연말까지 피해야 하는 곳'이라는 말이 퍼지고 있다. 업무와 관련해 시내 운전을 자주 하는 엄의용(26)씨는 "공사하는 걸 모르고 차를 몰고 종로 쪽으로 왔다가 30분 넘게 갇혀 있었다"면서 "마포에서 회기동을 갈 때 아예 강변북로를 타고 돌아서 간다"고 말했다.

시는 앞서 종로 일대에 공사를 알리는 현수막 90개를 걸고 표지판 80개를 설치했다. 하지만 월요일인 18일부터 시청으로 민원 전화가 수십 통 접수됐다. 광화문의 회사를 다니는 임진영(28)씨는 "공사 정보나 우회로 안내 홍보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했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안내 배너 50개를 공사 반경 4㎞ 내에 추가로 설치했다"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연말까지는 공사를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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