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8.30 03:06
지난 26일 아침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 사는 이연제(35)씨는 기계식 주차장에 세워뒀던 승용차를 빼려다 사고를 당할 뻔했다. 주차장 안에 들어가 앞문을 열고 차에 타려는 순간 차를 받치고 있던 운반기가 갑자기 움직였다. 놀란 이씨는 비명을 지르며 차에 탔지만, 운전석 문이 열린 상태에서 구조물에 끼어버렸다. 이씨와 자동차는 운반기에 실려 주차장 맨 위층까지 올라가기 시작했다. 운전석 문은 찌그러졌고, 문쪽으로 차가 심하게 기울었다. 차와 함께 추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씨는 간신히 차 밖으로 나와 8~9m 높이의 기계식 주차장 꼭대기에서 기어 내려왔다. 바깥에 나와 확인해보니 다른 주민이 주차장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기계를 작동시켰고, 안에서 비명이 들리자 도망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가 난 주차 장치는 수직순환식 주차 장치여서 센서 설치 의무가 없다.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주차 기계엔 법이 적용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전국에 4만7871대의 기계식 주차장이 있으며, 그중 7200여개가 승강기식이다. 이 중 6100여개가 법 개정 전에 설치된 것들이다. 전국 3100여대인 수직순환식과 250여 대인 승강기 슬라이드식까지 합치면 전국 9500대가량의 기계식 주차장이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올해 2월부터 차량 20대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기계식 주차장의 경우 관리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이씨가 사고를 당할 뻔한 곳은 12대만 수용 가능한 소형 주차장이었다. 평소 기계 조작은 주민이 했고, 주차장 출입구는 항상 열려 있었다.
지난 3월 부산 중구 한 스포츠센터의 32대 규모 주차타워에서는 권모(여·36)씨가 주차를 마치고 차에서 내리려다 운반기에 실려 올라간 일이 있었다. 관리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이용자들이 임의로 기기를 만진 것이다. 권씨가 마구 클랙슨을 울리며 사람이 있음을 알려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난해 6월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기계식 주차장에서 차를 출입문 안쪽으로 몰고 들어갔던 이모(여·46)씨가 그대로 8.5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1층에 올라와 있어야 할 운반기가 지하 2층에 머물러 있는 바람에 사고가 난 것이다. 모든 기계식 주차 장치는 규정에 따라 2년마다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하지만 관할 지자체가 관리 감독에 소홀해 수년간 방치되기도 한다. 지난 2월 대전 서구의 한 기계식 주차타워에서도 승용차가 10m 아래로 추락해 운전자가 숨졌다. 이곳은 지난 2005년 11월 이후 검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는데도 구청에 적발되지 않았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집계된 기계식 주차장 사고는 총 39건이다. 22명이 사망했고 15명이 다쳤다. 그러나 실제 사고 발생 수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사고 조사권이 우리에게 없다 보니 통계를 내기 어렵다"면서 "언론에 보도된 사고만을 집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