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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中공장 4곳 가동 중단…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

이윤정 기자

입력 : 2017.08.29 20:13

수정 : 2017.08.29 23:31

현대차의 중국 베이징 2공장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조선일보DB
현대차의 중국 베이징 2공장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조선일보DB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현대자동차의 중국 내 공장 5곳 중 4곳이 가동 중단됐다. 판매 부진으로 부품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이 지연되자 부품업체가 납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지난주부터 공장 5곳 중 1·2·3공장(베이징)과 4공장(창저우) 등 네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5공장(충칭)이 아직 본격 가동 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의 중국 공장 전체가 멈춰선 것이다. 이들 4개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총 130만대에 이른다.

베이징현대의 공장 가동이 중단된 이유는 부품업체의 납품 거부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중국 판매 부진으로 고전해온 베이징현대는 중국 현지 부품 업체들에게 3~4주째 대금 지급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납품업체 중 한 곳인 베이징잉루이제가 밀린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지난 22일부터 납품을 중단했다. 이 회사는 현대차에 플라스틱 연료탱크 등을 공급하는 곳으로, 프랑스 회사인 플라스틱옴니엄의 중국 합작회사다. 이 회사의 매출 68%가 베이징현대에서 발생하는데, 이들이 받지 못한 대금은 1억1100만위안(약 189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는 약 2만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이 가운데 한 개라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차량 생산을 할 수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주까지 남은 부품 재고로 차량을 만들다 결국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며 "연료 탱크의 경우 필수 부품이기 때문에 공급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공장 가동을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현대차 측은 납품대금 지급 등을 놓고 협상을 벌이는 등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자금사정은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지난 3월부터 본격화된 사드 보복 여파로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반토막 난 상태다. 올해 중국 판매 목표도 당초 125만대에서 80만대로 낮췄다. 하반기에 50만대를 팔아야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지만, 이번 공장 가동 중단 사태로 이마저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현대차가 부품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려고 해도 현대차가 부품 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점 또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와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가 5대5로 합작한 법인으로 자금을 베이징현대가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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