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8.11 09:29
수정 : 2017.08.11 09:44
경남 창원에서 한밤 중 시내버스가 의식을 잃은 승객을 구하기 위해 노선을 이탈해 응급실로 질주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연합뉴스가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35분쯤 창원 시내버스 110번을 운행하던 운전기사 임채규(43)씨는 ‘쿵’하는 소리에 놀라 백미러를 살폈다. 좌석에 앉아있던 한 20대 남성이 들고 있던 가방을 떨어뜨린 채 고개를 뒤로 하고 의식을 잃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파악한 임씨는 곧바로 창원교도소 정거장 인근에 버스를 세운 뒤 쓰러진 승객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함께 타고 있었던 승객들도 달려가 쓰러진 승객을 살폈다.
임씨는 해당 승객의 호흡을 확인한 뒤 119에 응급차를 요청했다. 함께 타고 있던 20여 명의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응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부 승객들이 응급차가 언제 올지 모르니 버스로 쓰러진 남성을 응급실에 데려다주자는 의견을 냈다.
임씨는 응급차를 기다리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현재 위치에서 병원까지 거리를 계산해보니 임씨가 직접 운전을 하는 편이 훨씬 더 빠를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임씨는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했고 단 한명도 불평하지 않고 임씨의 결정에 동의했다.
임씨가 버스를 몰고 응급실로 가는 동안 몇몇 승객들은 쓰러진 승객의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했다.
출발한 지 10분 만에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고 다행히 환자는 어느 정도 의식을 되찾았다.
마침 119 응급차가 호출 현장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임씨가 직접 환자를 병원에 데려다주지 않았다면 시간이 더 지체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운전기사 임씨는 버스로 복귀해 함께 타고 있던 승객들에게 모두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승객들은 ‘신경쓰지 말라’며 제각각 갈길을 떠났다.
임씨는 “당시 버스에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이 있었는데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던 게 행운이었다”며 “그런 상황을 대비한 매뉴얼도 없고 경험도 없어 당황한 나를 도와주고 협력해준 승객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