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세금 들여 뚫는 세종~안성 고속도로

이미지 기자

입력 : 2017.07.19 18:55

수정 : 2017.07.20 10:33

/조선DB
/조선DB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안성~세종 구간에 대해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적격성 조사에도 정부가 이를 예산이 들어가는 재정사업으로 확정했다.

19일 본지가 확인한 KDI의 '세종고속도로(세종~안성) 민간투자사업 적격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투자사업으로 적격한지를 나타내는 VfM 수치는 22.1%였다. VfM(value for money·적격성 조사) 수치는 정부의 대안과 비교해 민간 투자 대안이 적격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숫자가 0% 이상이면 민간 투자가 유리하다는 뜻이다. KDI의 적격성조사 보고서는 지난 5월 나왔다.

재정사업 전환은 문재인 정부가 고속도로의 공공성 강화 공약과 관련이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미 재정사업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은 정했고 재정 당국과 조율을 마친 뒤 확정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은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수익성이 좋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한국도로공사가 맡아 정부가 그 이익을 취하는 것이 낫고, 민자사업으로 진행될 때보다 통행료가 싸지는 만큼 국민 부담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세종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 고속도로 통행료 몇백원 깎아주자고 수조원의 세금을 들여 공사하느냐" "정권이 바뀌었다고 국책 사업의 주체가 변경되면 누가 국책 사업에 뛰어들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금 들여 통행료 줄여주면 공무원만 이득" vs "수익성 좋은 도로는 공공이 맡아야"

문제는 재정사업으로 전환될 경우 공사 비용을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데에 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안성~세종 구간은 세종시 장군면에서 경기도 안성시를 잇는 65.9㎞ 구간이다. 민간투자사업은 총 사업비 2조4776억원 중 정부에서 받는 건설 보조금과 보상비 등을 제외한 1조8648억원을 민간이 부담하는 형식으로 제안됐다. 민자사업으로 진행될 경우 통행료는 4000원으로, 도로공사 통행료(3600원)의 1.1배 수준이다.

재정사업으로 진행되면 한국도로공사가 전체 공사 비용을 떠맡게 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재정사업이 되면 통행료가 400원 정도 더 싸지는데, 이는 결국 정부가 나서 세종으로 출퇴근하는 공무원 통행료 400원 깎아주겠다고 세금을 들여 공사하는 셈"이라며 "정부는 재정사업으로 진행해야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진다고 주장하지만 민간사업자들 역시 2019년 조기 착공·2023년 조기 완공안을 내놓았고,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10여년간 표류하던 서울~세종 고속도로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2007년 민간 건설사가 제안한 사업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표류하던 사업은 2015년 11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전 구간 민간투자사업 추진'이 결정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당시 회의는 "서울~안성 구간은 한국도로공사가 착공 후 민자사업으로 전환하고, 안성~세종 구간은 민자사업 방식으로 추진한다"고 결정했다. 2015년 11월 GS건설·대림산업·두산중공업 등이 컨소시엄을 꾸려 제안서를 접수했고, 올해 5월 KDI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획재정부는 "정책적으로 SOC 재정 투입을 줄여오고 있었고, 대형 국책사업에 세금을 투입하면 복지 예산 등으로 쓸 돈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재정사업 전환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정기획위가 재정사업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국토부도 원하고 있어 기재부로서는 반대 의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며 "향후 다른 SOC 사업에도 재정을 투입하자는 주장이 이곳저곳에서 나올 텐데 감당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PC 버전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