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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치어 숨졌는데 1시간 동안 정상운행한 시내버스 기사의 미스터리… 결정적 단서 블랙박스 영상은 모두 '삭제'돼

이윤정 기자

입력 : 2017.06.19 11:08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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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시내버스에 치어 숨진 초등학생 사망사고와 관련, 버스의 블랙박스 영상이 모두 지워져 경찰이 데이터 복원과 함께 고의 삭제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19일 충북 청주흥덕경찰서는 시내버스 기사 A(60)씨의 도주차량 혐의 조사를 위해 버스에 설치된 블랙박스 저장장치의 데이터 복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블랙박스에는 사고 당시의 모습과 버스 내부 모습 등 사고 원인이나 전후 상황을 밝혀줄 영상이 담겨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경찰은 사고를 내고 달아난 A씨가 블랙박스 영상을 일부러 지웠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장치에 오류가 나 블랙박스 영상이 모두 날아갔다"며 고의 삭제와 같은 인위적인 조작 등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을 치고 달아나 숨지게 한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차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15일 오후 3시 26분쯤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 B(11)군을 시내버스로 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평소처럼 시내버스를 몰아 어린이보호구역 편도 1차로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B군은 같은 시각 A씨가 몰던 시내버스와 같은 방향으로 도로변을 따라 걷고 있었다. A씨는 버스 우측 앞면 부위로 도로변을 걷던 B군을 들이받았지만,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지나갔다.

운행기록장치 분석 결과 사고 당시 이 시내버스의 운행 속도는 시속 18km였다. 어린이보호구역 제한 속도인 30km보다 느린 속도였다.

인근 CCTV를 보면, 사고 직후 목격자 등 주변 상가 주민 5명이 쓰러진 B군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한 주민은 아무 조치 없이 멀어져가는 버스를 향해 멈추라는 손짓을 하기도 했다.

B군은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목격자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날 오후 4시 20분쯤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사고를 낸 뒤에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1시간 가량 노선을 따라 정상적으로 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검거 당시에도 시내버스 운행 중이었다.

A씨는 "사람을 친 줄 몰랐기에 정상적으로 버스를 운행했다"며 "버스에 있던 승객들도 사고가 난 지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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