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5.09 02:09
◇화력발전소 더 짓겠다는 정부
이처럼 고농도 미세 먼지 때문에 국민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작년 6월 정부가 미세 먼지 특별 대책을 발표한 이후 대기 질은 오히려 뒷걸음질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미세 먼지 특보(주의보+경보)는 올 들어 모두 267회 발령돼 지난해 같은 기간(259회)과 2015년(244회)보다 더 늘었다. 특히 미세 먼지보다 인체에 더 해로운 초미세 먼지 특보는 92회 발령돼 지난 2년(2015년 65회, 2016년 64회)보다 40%가량 증가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산업통상자원부는 미세 먼지를 대량 배출하는 석탄 화력발전소 증설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전국 발전소에서 나오는 초미세 먼지는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14%, 수도권의 경우 39%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올 1월부터 화력발전소 6기가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현재 미착공 상태인 4곳 중 삼척 1·2호 화력발전소에 대해선 인허가 기간을 연장했고, 당진 1·2호기는 지난 4월 설립 승인을 내줬다. 이 외에도 2020년까지 건설이 계획된 발전소는 10곳이 더 있다. 작년 미세 먼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단계적으로 폐기하겠다고 하고선 20곳을 새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발전소로 통하는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의 가동률은 지난해 전력 단가가 높다는 이유로 2015년의 40.2%에서 38%로 오히려 낮아졌다. LNG 발전은 전력 생산 단가는 석탄 발전보다 1.5~2배가량 높지만 미세 먼지 배출량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정부 관계자는 "당진 1·2호기 등 화력발전소 4기는 설립 승인 등을 조금 늦춰도 되는데 산자부가 서두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석탄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을 낮추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산 책정 우선순위도 뒤죽박죽

친환경 연료로 달리는 LPG 차량 보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역시 부처 간 이해관계에 막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국회 법 개정안까지 제출됐지만 일부 부처에서 수급 문제 등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국내 초미세 먼지 배출량의 17%를 차지하는 굴착기·지게차 등 건설 기계의 조기 폐차나 저공해화 조치는 여전히 시행되지 않고 있다.
미세 먼지 문제는 9일 대선에서 선출될 새 대통령의 취임 첫 과제가 될 전망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달 말까지 주기적으로 고농도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화력발전소 신설을 막고, 신규 건설 중인 곳은 LNG로 전환하겠다'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와 친환경차 전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확대하겠다' '한·중 미세 먼지 문제를 정상급 의제로 격상하겠다' 같은 공약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재원과 구체적인 이행 방안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새 정부의 성과를 평가하는 첫 시금석은 미세 먼지 문제 해결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