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관리

'소리 없는 위협' 하이브리드차, 보행자 사고 위험 1.6배 높다

최은경 기자

입력 : 2016.06.01 11:31

수정 : 2016.06.01 11:32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제공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제공

최근 친환경 자동차로 각광받는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의 ‘적은 소음’이 보행자에게는 안전상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저소음 차량의 보행자 안전 영향 연구’ 보고서를 1일 발표했다.

연구소가 지난 2014~2015년 현대해상 고객의 자동차사고 23만4167건을 분석한 결과, 저속 주행이 많은 이면도로와 주차장에서 하이브리드차의 사고율(5.5%)은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사고율(가솔린차 3.5%, 디젤차 3.5%)보다 1.6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면도로에서 발생한 보행자 사고율은 하이브리드차가 0.34%로 가솔린차(0.23%)와 디젤차(0.22%)보다 1.5배 가량 높았다. 하이브리드차에 의한 사고율은 10세 이하 어린이(10.1%)나 60세 이상 고령자(20.2%)에서 특히 높았다.

연구소 측은 “하이브리드차는 저속 주행 시 엔진 대신 전기모터로 구동돼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보행자가 소리만으로 자동차의 접근을 알아채지 못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제공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제공

하이브리드차가 저속 주행을 할 때 보행자가 소리로 자동차를 인지할 수 있는 거리는 일반 내연기관차에 비해 약 30% 짧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대를 한 채 소리로 뒤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알아챈 순간의 거리를 측정한 실험에서 하이브리드차의 평균 인지 거리는 13.3m로, 같은 실험에서 측정된 가솔린차의 인지거리(18.7m)보다 28.6%, 디젤차(22.7m)보다 41.2% 짧았다.

이미 해외에서는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보행자를 위한 친환경 자동차의 사고 방지 대책을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본의 국토교통성은 2018년부터 하이브리드차가 접근할 때 보행자에게 소리로 알리는 ‘자동차 접근통지음’을 탑재하도록 자동차 제조사에 의무화하기로 했다.

2016년 1월 기준 우리나라에 등록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는 18만 1000여대로, 최근 5년간 8.5배나 증가했다. 그런 만큼 국내에도 이 같은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이수일 박사는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이면도로를 통행하는 보행자가 많아졌기 때문에 소리를 통해 접근하는 차량을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내에서도 친환경 자동차가 저속 운행을 할 때 보행자에게 접근 통지음을 내도록 하는 법제화가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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