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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주차공간 얌체족, 32만 건 들켰다

더드라이브 이다일 기자

입력 : 2016.12.12 08:40

“할테면 해보시던가”

지난 주말. 마트에 갔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 단지 때문에 언제나 여유가 있던 마트 주차장에 빼곡하게 차가 들어찼다. 이유는 여러 가지. 다음날이 서울의 마트가 모두 쉬는 날이다.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라는 취지에서다.

주차장을 두어 바퀴 돌았는데도 자리가 마땅치 않다. 모두들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온 가족이 차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며 빈자리를 찾는다. 그러다 누군가 외쳤다. “빈자리!” 그러나 돌아서야했다. 장애인주차구역이다. 어쩐지 입구와 가깝고 넓더라니…….

그래도 억울한 마음에 장애인 주차장에 선 차들을 흘겨본다. 수입차에 고급차도 있고 경형 밴도 있다. 배달 용도로 쓰는 듯한데 왜 저기 서 있을까. 사지 멀쩡해 보이는 어느 일가족이 마트에서 나와 장애인 주차장에 서 있던 차를 타고 출발한다. 어디가 불편할까. 궁금하긴 하지만 물어보기도 애매하다. 거기서 실랑이를 벌일 시간도 정성도 의지도 없다. 다만, 주차할 곳만 찾고 싶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 사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 사례
정부는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전체 주차장의 2~4%를 장애인전용주차구역으로 설치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일반 주차구역보다 넓고, 평평하고, 접근이 용이한 곳으로 마련하도록 했다. 따라서 어느 건물을 가도 제일 좋은 자리, 입구와 가까운 곳에, 누구나 탐낼 공간에 장애인전용주차공간이 있다. 몸이 불편한 이들이 사회생활에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덜 느끼기 위한 사회적, 법적 배려다.

그런데 이른바 ‘얌체’가 문제다. 우리사회 언제, 어느 곳에나 있다고 추정되는 그들 얌체족들에게는 장애인전용주차공간 역시 먹잇감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른바 장애인전용주차공간에 대한 ‘얌체족’ 들의 행위를 정리해서 발표했다.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몇 가지 사례로 정리된다. 제일 많은 사례는 몰래 차를 대는 ‘불법주차’다. 장애인 전용 공간에 슬쩍 차를 주차한다. 양심상 꺼려지면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앙에 걸친다. 법적으로 10만원의 과태로가 부과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 사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 사례
두 번째는 나도, 너도 주차할 수 없도록 막는 행위다. 주차선 위에 물건을 쌓아놓고 팔기도 하고 장애인 주차공간에 차를 댈 수 없으니 그 앞에 가로로 막아 주차한다. 장애인이 주차할 수 없도록 막았다 하여 법에서는 더 엄중한 처벌을 한다. 과태료 50만원이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아투라스 주오카스 시장이 불법주정차를 근절하겠다며 퍼포먼스를 보였다. 그러나 이 사진에 시장을 제외한 탑승객을 삭제하면서 조작 논란이 일었고 AP통신이 삭제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아투라스 주오카스 시장이 불법주정차를 근절하겠다며 퍼포먼스를 보였다. 그러나 이 사진에 시장을 제외한 탑승객을 삭제하면서 조작 논란이 일었고 AP통신이 삭제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외에도 평소 상상도 못해봤고 기회도 없었지만 장애인 주차 표지를 위조하거나 변조한다고 한다. 어디 가서 쉽게 컬러복사라도 하는 것인지……. 주차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어쨌건 과태료 200만원에 형법상 공문서 위변조에 해당한다. 앞선 사례보다 더 심각하다.

끝으로 장애인 주차 허용 표지의 차번호와 주차된 차번호가 다를 때에도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논란의 여지도 있어 보이지만 그래도 위반은 위반이다.

생활불편신고 앱의 불법주정차 신고현황.
생활불편신고 앱의 불법주정차 신고현황.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야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이고 이렇게 위반하는 사례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관계기관이 단속을 하고 올해는 상하반기 각각 한 번씩 집중 단속도 했다고 하니 좀 더 질서가 잘 지켜지길 바랄뿐.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다.

“법대로하세요”라고 주장하는 것이 요즘 법을 어긴 이들의 주요 반박 멘트지만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 주차는 이미 집단의 감시를 받고 있다. 법대로 하시란 이야기는 누구에게 해야 할지 찾을 수 도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생활불편 스마트폰 신고 앱’이 감시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4년 연간 11만3000건이던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주차 신고가 올해는 10월까지 32만4000건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국 불법주차 신고의 절반 이상이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주차에 몰려있다.

생활불편신고 앱의 불법주정차 신고현황.
생활불편신고 앱의 불법주정차 신고현황.
생활불편 스마트폰 신고 앱은 스마트폰으로 현장의 사진을 첨부해 터치 몇 번으로 간단하게 신고하며 신고자에게는 아무런 보상도 없다. 공익을 위한 것. 그러나 신고를 받은 차주에게는 10만원의 과태료 통지서가 기본으로 나간다. 만약 앞서 말한 사례처럼 주차를 할 수 없게 막아섰다면 50만원이다.

신고를 받은 차주는 누가, 언제, 어떻게 신고했는지도 모른다. 다만, 과태료 고지서가 날아오는 순간 내가 저기에 왜 주차를 했을까 후회할 뿐이다. ‘법대로 하라’는 외침도 누구에게 해야 할지 모른다.

무척 효율적인 구조다. 법적으로 문제도 없다. 공익을 위한 일종의 신고다. 또, 집단의 신고로 이뤄지면서 각성 효과까지 예상된다. 하지만 몇 가지 고려해야할 것도 있지 않을까.

앞서 말한 장애인주차표지의 차량 번호와 실제 차번호가 다른 경우도 그중 하나다.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제도인데 그들은 꼭 그 차만 타야할까. 운전이나 탑승에 특별한 불편만 없다면 렌터카도, 카쉐어링도, 택시도 이용할 테고 자신의 차가 고장 났거나 사고 난 경우에 다른 차를 임시로 이용할 수 있을 것.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사람에게 제공한 것이지 차에게 제공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이 말은 그들에게도 유용하다. 차에게 제공한 권한이 아니니 주차허용 표지를 붙였다고 아무나 차를 세워서는 안 된다. 아무도 모를 것이란 생각은 기우다. 이미 올해에도 32만 건이나 들켰다.

유튜브에 올라온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를 응징하는 방법
유튜브에 올라온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를 응징하는 방법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에서 ‘생활불편신고’를 검색하면 얌체족을 ‘법대로’ 할 수 있는 앱을 다운받을 수 있다. 정부의 생활공감지도(www.gmap.go.kr)에 방문해 불법 주정차 신고 현황을 클릭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법주차를 신고하고 있는지 확인도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표지를 동그란 모양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주차가 불가한 장애인사용자동차 표지는 현재와 같이 네모난 형태로 유지한다.

[더 드라이브=dail.lee@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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