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1.30 00:44

51세 이탈리아 남성 알레산드로 스쿠아르치는 모델도, 디자이너도 아니다. 하지만 미국·일본·이탈리아 등의 패션 잡지에 '지구에서 가장 옷 잘 입는 중년 남성'으로 소개된다. 의류 브랜드와 편집숍을 운영하는 그는 매일 자신이 무슨 옷을 입는지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팔로어가 10만명을 넘고, '당신처럼 나이 들고 싶다'는 댓글이 갖가지 언어로 줄줄이 달린다.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브랜드 론칭을 위해 한국을 찾은 스쿠아르치를 서울 청담동 편집숍 '바닐리'에서 만났다. 푸른색 재킷과 조끼에 흰 바지, 갈색 스웨이드 구두 차림이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몇 년 전 한 패션 박람회에서 유명 사진가 스콧 슈만의 눈에 띄면서부터. 슈만이 운영하는 세계적인 패션 블로그 '사토리얼리스트'에 그의 사진이 게재됐고, 슈만이 옷 잘 입는 남성 25명을 모아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 그가 초대되면서 팬들이 불어났다.
여섯 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스쿠아르치는 "일본은 남성, 한국은 여성들이 패션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은 것 같다"며 "한국 남성들도 점차 품위를 찾아가며 발전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흰 바지에 도전하라
스쿠아르치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 중 70% 이상은 흰 바지 차림이다. 정장 재킷과 조끼, 셔츠, 넥타이까지 갖추고 흰 바지와 갈색 구두로 마무리한다. 한겨울 스웨터에도 롱코트, 가죽 재킷, 밀리터리 재킷에도 흰 바지를 입는다. 주로 면 소재의 흰 바지를 20여종 갖고 있다고 한다.
그는 "흰 바지는 최고의 패션 아이템"이라며 "어디에나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가 흰 바지를 입으면 무척 시원하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한국 남성들은 흰 바지 입기를 어렵게 생각한다고 하자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나는 한 번도 실패해본 적 없으니 일단 시도해보라"고 권했다. 바지 길이는 복숭아뼈에 맞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자유분방한 품격 '집시 클래식'
스쿠아르치는 정장과 캐주얼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말쑥한 슈트 차림도, 밀리터리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빈티지 캐주얼 스타일도 열광적인 호응을 얻는다. 격식과 위트, 세련미와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매력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 두꺼운 울 코트에 스니커즈를 신거나, 니트를 여러 겹 겹쳐 입고 클래식한 가죽 구두를 신는 식이다.

가장 좋아하는 소재는 영국산 솔라로 원단. 앞뒷면이 서로 다른 색으로 되어 있어 빛을 받으면 두 가지 색의 오묘한 광택이 난다. 그는 "솔라로 정장은 남자라면 하나쯤 갖출 만한 아이템"이라고 했다. 패션에서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을 하나만 고른다면 깨끗하고 윤이 나는 신발이라고 한다. "나이 들어가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그는 고기와 지방, 유제품, 술은 거의 먹지 않고 주로 생선을 먹으면서 건강한 몸매를 유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