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0.19 03:00

오는 2018년부터 국내 자동차 제작사들에 '전기차 의무 판매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 중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고농도 미세 먼지 현상 등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오염 물질을 내뿜지 않는 친환경차 보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환경부는 "자동차 제작사들의 연간 전체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를 일정 비율로 팔아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의무 판매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자동차업계의 의견 청취와 법 개정에 걸리는 기간 등을 감안하면 이르면 2018년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환경부는 보고 있다.
◇환경부, "당근만으로는 안 된다"
환경부가 자동차 제작사에 전기차 판매를 사실상 강제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현재 전기차 보급 추세로는 정부가 내세운 목표(2020년까지 누적 25만대)를 달성하기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차 국내 보급은 2013년부터 3년 연속 목표치를 밑돈 데 이어 올해는 9월 말 현재 2401대가 보급돼 목표치(1만대)에 훨씬 못 미친 상태다.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충전소 인프라가 확충돼 단위면적당(1만㎢) 급속 충전기 수가 39기로 중국(12.6기)과 미국(3.6기)보다 높은데도 보급 대수 확대는 지지부진한 것이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의 경우, 노조 파업 등으로 차량 생산이 원활하지 않아 구매 대기 물량이 2000대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판매량이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환경부는 전했다〈그래픽〉.
환경부는 전기차 보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전기차 구매자에게 대당 1400만원씩 보조금을 지급하는 현재의 '당근책'만으로는 부족하고, "제작사에 판매를 강제하는 방안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보급은 고농도 미세 먼지 현상 해소,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문제 해결뿐 아니라 미래 산업 육성 측면에서도 중요한데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보급률이나 개발 상황에서 보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며 "획기적인 보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제도 벤치마킹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의 10개 주(州)에서는 'ZEV(무공해차·Zero Emission Vehicle)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연간 2만대 이상 차를 파는 제작사의 경우 전체 판매량의 2% 이상을 전기차로 팔아야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미달한 자동차 수만큼 1대당 5000달러 과징금이 부과된다.
정부는 당장 전기차를 만들거나 생산을 늘리기 어려운 제작사들의 사정을 고려해 탄소거래제처럼 '판매량 거래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의무 판매 비율을 맞추지 못한 특정 자동차 제작사가 비율을 초과 달성한 다른 제작사로부터 전기차 판매에 대한 권리를 구입하면 과징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ZEV 규제를 국내 적용할 경우 연간 2만대 이상 판매하는 현대·기아·르노삼성·쌍용·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업체 5곳은 모두 의무 판매 대상이 된다. 수입차 업체 중에선 BMW·벤츠·폴크스바겐 등이 포함된다. 정부 관계자는 "2015년 기준으로 8개 회사가 판 차량(약 175만대)을 감안하면 연간 최소 3만5000대가량 전기차를 보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영 교통연구원 박사는 "미국이 현재의 ZEV 규제를 더 강화할 예정인데다 유럽도 더욱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어서 테슬라를 비롯해 최근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기차 모델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면서 "우리도 이 추세를 따라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