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0.18 03:00
연 매출액 90조원에 6만7000여명 직원을 둔 글로벌 기업 현대기아자동차가 자사 소속 한 엔지니어를 상대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현대차 현직 부장으로 근무 중인 김모(54)씨가 당사자다. 현대차는 "빼내간 회사 기밀 자료를 반환하라"며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했고, 최근 '내부 정보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법원에 내는 등 김 부장을 상대로 총력전을 펴고 있다. 현대차 측은 "김 부장이 빼낸 기밀이 중국 경쟁 업체로 유출되면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더 이상 법적 대응을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17일 김 부장에게 '징계 절차 착수' 통보도 했다.
◇작년 8월부터 물밑 전투
◇작년 8월부터 물밑 전투

현대차와 김 부장 간 '전투'가 시작된 건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입사해 25년째 현대차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김 부장은 당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을 찾아가 "현대차가 차량 결함 문제를 알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제보했다. 올해 8월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을 방문해 현대차 결함 문제를 '내부 고발'했다. 이어 이달 들어 다시 자동차연구원을 방문해 19건 결함 내용이 담긴 약 300쪽짜리 '공익 신고서'를 제출했다.
최근 김 부장은 "대기업 상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치소 갈 수도 있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한다는 심정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현대차 차량 결함이 국민 안전을 해칠 수 있어 '내부 고발'에 나섰다는 것이다.
김 부장의 제보 일부는 사실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 생산된 싼타페 차량의 '에어백 센서 결함' 등을 파악하고도 '30일 내 리콜 계획 미신고'(자동차관리법 위반)한 혐의로 지난달 현대차를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지난 4일엔 세타2 엔진의 소음·진동·시동 꺼짐 등 현상에 대해 공식 조사에 나섰다. 작년 8월과 이달 초 김 부장이 제출한 제보 자료가 결정적 근거가 됐다.
◇현대차 "중국 경쟁사에 유출 우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정부 조사에서 결함이 판정되면 리콜 등 그에 합당한 절차를 당연히 밟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부장의 '의도'에 대해선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김 부장이 최근 회사 측에 부당한 요구를 하며 들어주지 않으면 자료 유출을 확대하겠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과거 직장 상사였던 장모씨의 형사 사건에 대해 탄원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임원으로 근무하던 장씨는 중국 경쟁사에 자동차 기술과 관련된 영업 비밀을 유출한 혐의로 최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김 부장은 과거 중국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장씨와 친해진 것으로 안다"면서 "김 부장 자신도 최근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 '중국으로 진출해 근무하려고 생각'했다는 식으로 글을 올려 중국 경쟁사에 기밀 정보 유출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본지 통화에서 "탄원서 요구가 무슨 문제인가"라며 "1심에서 (장씨가) 집행유예로 나왔는데 회사가 항소했다. (소송을)끝내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진출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잘리면 중국 취업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큰일(내부 고발)을 노후 고민 없이 했겠느냐"고 했다. 그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현대차 결함) 자료가 수십 건 더 있다"고도 했다.
◇"순수 내부 고발" vs "보상금 노렸나"
국내 법규에도 '피고발자가 내야 하는 벌금·과태료 등의 5~20% 지급'을 규정한 내부 고발자 보상금 제도가 있지만, 김 부장은 미국 교통 당국에 먼저 '공익 신고'를 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김 부장이 지난 8월 미국에 내부 고발하기 전에 국내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국내 공익 신고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국내에선 제대로 조사가 안 된다. 미국에 가져가야 해결되는 문제"라고 했다.
일각에선 "보상금을 노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GM 차량의 점화 스위치 결함 등으로 사상자가 발생하자 작년 '차량 안전 내부 고발자법'을 발의해 차량 제작사에 부과하는 벌금 등의 최대 30%를 내부 고발자에게 줄 수 있도록 했다. 자동차 전문가 A씨는 "현대차가 최대 3억달러(한화 약 3400억원) 벌금을 맞으면 1억달러가량을 받을 수 있다는 문서를 김 부장에게서 받았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에 대해 "보상금은 국가가 주는 상금"이라며 "내가 상금을 바랐든 아니든 무슨 문제가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김 부장은 "대기업 상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치소 갈 수도 있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한다는 심정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현대차 차량 결함이 국민 안전을 해칠 수 있어 '내부 고발'에 나섰다는 것이다.
김 부장의 제보 일부는 사실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 생산된 싼타페 차량의 '에어백 센서 결함' 등을 파악하고도 '30일 내 리콜 계획 미신고'(자동차관리법 위반)한 혐의로 지난달 현대차를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지난 4일엔 세타2 엔진의 소음·진동·시동 꺼짐 등 현상에 대해 공식 조사에 나섰다. 작년 8월과 이달 초 김 부장이 제출한 제보 자료가 결정적 근거가 됐다.
◇현대차 "중국 경쟁사에 유출 우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정부 조사에서 결함이 판정되면 리콜 등 그에 합당한 절차를 당연히 밟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부장의 '의도'에 대해선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김 부장이 최근 회사 측에 부당한 요구를 하며 들어주지 않으면 자료 유출을 확대하겠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과거 직장 상사였던 장모씨의 형사 사건에 대해 탄원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임원으로 근무하던 장씨는 중국 경쟁사에 자동차 기술과 관련된 영업 비밀을 유출한 혐의로 최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김 부장은 과거 중국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장씨와 친해진 것으로 안다"면서 "김 부장 자신도 최근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 '중국으로 진출해 근무하려고 생각'했다는 식으로 글을 올려 중국 경쟁사에 기밀 정보 유출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본지 통화에서 "탄원서 요구가 무슨 문제인가"라며 "1심에서 (장씨가) 집행유예로 나왔는데 회사가 항소했다. (소송을)끝내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진출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잘리면 중국 취업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큰일(내부 고발)을 노후 고민 없이 했겠느냐"고 했다. 그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현대차 결함) 자료가 수십 건 더 있다"고도 했다.
◇"순수 내부 고발" vs "보상금 노렸나"
국내 법규에도 '피고발자가 내야 하는 벌금·과태료 등의 5~20% 지급'을 규정한 내부 고발자 보상금 제도가 있지만, 김 부장은 미국 교통 당국에 먼저 '공익 신고'를 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김 부장이 지난 8월 미국에 내부 고발하기 전에 국내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국내 공익 신고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국내에선 제대로 조사가 안 된다. 미국에 가져가야 해결되는 문제"라고 했다.
일각에선 "보상금을 노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GM 차량의 점화 스위치 결함 등으로 사상자가 발생하자 작년 '차량 안전 내부 고발자법'을 발의해 차량 제작사에 부과하는 벌금 등의 최대 30%를 내부 고발자에게 줄 수 있도록 했다. 자동차 전문가 A씨는 "현대차가 최대 3억달러(한화 약 3400억원) 벌금을 맞으면 1억달러가량을 받을 수 있다는 문서를 김 부장에게서 받았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에 대해 "보상금은 국가가 주는 상금"이라며 "내가 상금을 바랐든 아니든 무슨 문제가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해당 기사의 키워드 목록 :
- 오늘의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