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0.11 19:23

11일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이 일주일 만에 정상 가동을 시작했다. 아반떼와 투싼 등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태풍 ‘차바’ 피해로 지난 5일부터 조업이 중단됐다. 당시 현대차 측은 “공장 안에 물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 당장 내일부터 정상 가동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왜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린 걸까. 현대차 관계자는 “흙탕물 제거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고, 임금협상 중인 노조가 특근과 잔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복구 기간이 다소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현대차는 한글날(9일)이 일요일이어서 단체협상에 따라 월요일인 10일 쉬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는 지난달 수출과 내수가 모두 20%씩 급감하고, 국내외에서 잇따른 품질 불량 문제가 터져 나오는데도 ‘귀족 노조병’에 빠진 노조는 임금 인상만 외치며 12년 만에 전면 파업까지 벌였다”면서 “이런 악재의 홍수 속에서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어 어떻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답이 안 보이는 현대차 노사 관계…떼쓰는 노조, 끌려가는 사측
현대차 노조는 지난 7월부터 24차례 파업을 벌이고 있다. 회사 측은 이로 인해 13만1000여대의 생산 차질, 금액으로는 2조9000억원대의 매출 손실을 보고 있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 8월 기본급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원’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안을 도출했으나,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78%의 반대로 부결됐다. 그러자 사측은 다시 기본급 7% 인상, 복지포인트 10만 포인트 제공(현금 10만원 상당) 등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그 정도로는)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임단협 추가 제시안이 없을 경우 12일부터 재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사면초가 현대차…올해도 생산 목표 달성 실패하나
현대차는 경영상으로도 위기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와 파업이 맞물리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 20%(지난달 기준) 감소하는 등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 올해 신차 출시가 거의 없어 실적 하락폭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현대차는 2012년 영업이익 8조4406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신흥시장 수요 부진 등으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7% 줄었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끝난 3분기 실적은 사상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한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올해도 목표 생산대수(813만대)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까지 생산대수는 562만2000여대(목표량의 6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줄어들었다. 현대차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판매 목표를 전년보다 낮춰 잡았는데, 이마저도 달성이 어려워진 것이다.
◇리콜에 검찰 고발까지…정몽구의 품질경영 흔들리나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리콜 이슈도 부담이다. 현대차는 에어백 작동 결함을 발견하고도 제때 리콜(결함시정) 계획을 신고하지 않아 최근 정부가 검찰에 고발했다. 현대차 측은 “당시 담당자가 착오로 국토부 등에 제때 알리지 않은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미국에서 리콜이 진행 중인 YF쏘나타 등에 장착된 세타2엔진에 대한 결함 여부도 조사에 착수했다. 같은 문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집단소송이 제기됐고 현대차는 88만대에 대해 무상 엔진 점검과 수리, 보증기간 연장 등을 합의했다. 업계에서는 ‘차는 튼튼하고 고장 안 나게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악재로 주가도 바닥을 치고 있다. 한때 삼성전자와 함께 시가총액 ‘투 톱’이었던 현대차는 11일 종가 기준 29조6000억원으로 4위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각종 악재를 방치할 경우 정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 세계 산업계는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전장(戰場)으로 바뀌고 있는 자동차업계를 가장 주목하고 있는데, 정작 국내 대표 자동차회사인 현대차는 여러 악재에 발목이 잡혀 뚜렷한 비전조차 제시 못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