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칼럼

잘 나가는 수입트럭… 못 따라가는 서비스

신은진 기자

입력 : 2016.09.12 22:45

지난 7월 수입차 A사의 대형 트럭 차주 김모씨는 운전 도중 도로 난간에 부딪혀 앞 범퍼 오른쪽 부분과 조수석 문이 찌그러졌다. 엔진 부위 사고도 아니고 파손 정도도 심각하지 않아 수리비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김씨는 A사 정비센터 견적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50여 부품 값만 1600만원인 데다 공임은 1500만원으로 수리비가 모두 3100만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수리비가 너무 많이 나와 국산 대형 트럭 서비스센터를 찾아가 비교해봤더니 동급 국산 대형 트럭은 부품비 400만원에 공임 800만원 등 1200만원이면 된다는 얘기를 듣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질주하는 수입 트럭, 서비스는 제자리

국내 중·대형 트럭 시장에서 수입 상용차(商用車)는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EU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유럽산 트럭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고, 만(MAN)트럭을 비롯한 수입 트럭 회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공격적 판촉 활동을 펼친 결과다. 그러나 비싼 부품 가격과 부족한 서비스센터 등으로 소비자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에서 등록된 4.5t 이상 중대형 트럭은 1만959대. 현대차타타대우 등 국산이 7733대, 볼보·만·다임러·스카니아 등 수입이 3226대로 수입 트럭 시장점유율이 사상 최고인 29.4%를 기록했다. 2011년만 해도 11.5%이던 점유율이 5년 사이에 3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올 연말에는 30% 벽을 깰 전망이다. 같은 기간 수입 승용차 점유율이 6.7%에서 14.6%로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입 트럭 성장세는 폭발적인 수준이다.

이런 성장세에 비해 트럭 관련 서비스 수준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선 서비스센터가 적다. 현대차가 166곳, 타타대우가 69곳을 운영하는 반면, 국내 수입 중·대형 트럭 업체 중 1위인 볼보는 27곳, 스카니아 19곳, 벤츠 17곳, 만 16곳 등으로 국내 트럭 생산업체에 비해 턱없이 적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수입 트럭 업체들이 서비스센터를 늘려 고객 불만을 잠재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제자리걸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비싼 부품 값은 더 큰 문제다. 상용차는 무거운 짐을 옮기고, 장거리나 험한 길을 주로 운행해 고장이나 부품 교환이 잦다. 따라서 부품 교체 비용이 수입 화물 트럭 소유주에게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오일, 필터 교환 등 일반적 유지 비용도 수입 중대형 트럭이 훨씬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차인 현대차 엑시언트는 엔진오일(필터 포함), 에어클리너 엘리먼트, 연료 필터를 동시에 교체하는 데 약 43만원이 들지만, 수입 트럭이 비슷한 작업을 할 경우 볼보(70만원), 스카니아(72만원), 만(82만원) 등은 최대 2배 가까이 가격 차이가 난다. 수입 트럭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특성상, 물류 비용과 재고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국산 트럭보다는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판매 대수와 맞먹는 수입 트럭 리콜

여기에 수입 트럭은 대규모 리콜이 잦아 차주들의 불평을 사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국토교통부가 리콜 통보를 한 수입 중·대형 트럭은 총 3050대. 이는 올 상반기 전체 판매 대수(3226대)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올 1월 스카니아 카고트럭 4대 리콜을 시작으로 2월 볼보트럭의 FH 트랙터·카고트럭 415대를 리콜했고, 7월에는 벤츠 아록스 덤프트럭 128대가 배기 장치 문제로 리콜했다. 그러나 국산 중대형 상용차는 지난 7월 타타대우 프리마 19t 카고 트럭이 주행등 문제로 55대를 리콜한 것이 전부다. 지난해에는 수입 트럭이 728대를 리콜했고, 국산 트럭은 한 건도 없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상용차 차주가 리콜 조치를 위해 시간 내 서비스센터를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번거롭고, 일당을 손해보는 등 경제적 손실까지 감수해야 한다"며 "게다가 수입 트럭은 전국적으로 서비스센터도 충분하지 않아 리콜이 차주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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