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8.23 19:44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 6월 말 국내 시장에 선보인 더 뉴 E-Class의 시트는 여성의 드레스처럼 인체 곡선을 따라 흐르는 디자인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탑승자의 몸을 좀 더 효과적으로 지지하며 감싸주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시트에 앉으면 뒤에서 누가 안아주는 포근한 느낌이라고 말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운전자와 탑승자의 촉각·시각·청각을 사로잡기 위해 시트, 실내조명, 오디오 시스템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홍성태 한양대 교수는 "자율 주행차, 전기차 등 첨단 자동차의 시대이지만, 소비자가 차를 결정할 때는 이런 3대 감각 포인트가 여전히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자동차 회사가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성 드레스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자동차 시트, 64가지로 바뀌는 실내 간접 조명…
일본 자동차 브랜드 닛산은 게이오대학 야마자키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혼잡한 출퇴근 시간이나 장거리 주행에서 피로를 줄여주는 '저중력 시트'를 개발해 5세대 알티마에 처음 적용했다. '무중력 상태에서 인체가 취하는 자세에 가까운 시트가 가장 피로가 적은 시트'라는 점에 착안해 운전자 골반에서 가슴까지 몸 전체를 감싸면서 몸의 압력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하는 시트 쿠션을 디자인했다.
현대자동차도 최고급 세단 제네시스 EQ900을 내놓을 때 시트에 많은 신경을 썼다. 비행기 일등석처럼 버튼 하나만 누르면 릴렉스, 독서, 영상 시청 등 세 가지 모드로 시트가 바뀐다. 수동 조작을 하면 총 18개 방향으로 시트를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북미산 최고급 소가죽이 사용됐는데 가죽의 모공과 잔주름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특수 도료까지 개발했다. 황정렬 전무는 "자동차에서 사람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것이 시트"라며 "시트에 따라 차량 전체 인상이 좌지우지된다"고 말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조명'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헤드라이트뿐만 아니라 부수적인 조명으로 감성 품질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벤츠 더 뉴 E-Class에는 64가지 색상의 실내 간접 조명이 있어 운전자가 자신의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실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BMW 뉴 7시리즈 롱 휠베이스 버전은 스카이라운지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 선택이 가능하다. 날이 어두워지면 측면부에 장착된 LED(발광다이오드) 모듈에서 나오는 불빛이 글라스 표면 전체에 고르게 퍼져 유리에 새겨진 그래픽을 비춘다. 야간에는 밤하늘에 별이 빛나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중 이보크에는 퍼들(puddle) 램프 기능이 적용됐다. 차에 탈 때마다 사이드미러에 장착된 램프가 빛으로 차의 실루엣을 만든다.

◇달리는 콘서트 홀을 만들어라
자동차 회사들은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기 위해 오디오 명가(名家)와 적극적으로 손잡고 있다. 차 내부를 흡음, 반사, 잔향을 고려한 콘서트 홀처럼 만들려는 것이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영국 고급 오디오 브랜드인 메리디안과 제휴해 내장재와 스피커 설치 위치까지 함께 정하고 있다. 인피니티도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보스(BOSE)와 협업하고 있다. 인피니티 대표 세단Q50에는 3개의 10인치 우퍼를 포함한 14개의 보스 스피커가 장착돼 있다. 볼보자동차의 7인승 고급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올뉴XC90에는 영국의 고급 오디오 회사인 바우어스 앤 윌킨스(B&W)의 음향 시스템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