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8.03 09:53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파문 이후 폴크스바겐 중고차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환경부가 2일 아우디·폴크스바겐 등 32개 차종 80개 모델에 대해 인증취소하면서 이들 차량의 중고차 거래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부는 인증 취소된 차량 구매자가 운행정지를 당하거나 중고차 거래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도 “환경부의 인증 취소처분은 고객이 보유하는 차량의 운행과 보증 수리에는 아무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폴크스바겐 측은 지난달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행정처분으로 인해 중고차 매매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중고차 시장에서 폴크스바겐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다. 국내에서 고급차로 통하던 폴크스바겐의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했고, 실제 중고차 시세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SK엔카닷컴이 주요 수입차 브랜드의 중고차 매물 평균 시세를 조사한 결과, 지난달 10일 기준 폴크스바겐 평균 중고차 가격은 ‘디젤 게이트’가 터진 작년 10월보다 11.9% 내렸다. 같은 기간 BMW 7.6%, 메르세데스 벤츠가 8.5% 내린 것과 비교하면 폴크스바겐의 시세 하락이 두드러진다.
중고차는 보통 연식이 오래될수록 가격 하락 폭이 크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은 연식이 오래지 않은 모델의 시세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15년식 폴크스바겐 차량의 평균 시세 하락률은 13.1%로 나타났다. 2013년식 11.8%, 2014년식 10.9%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가격이 내려간 셈이다.
2015년식 골프 7세대 2.0 TDI 모델은 지난해 10월 3007만원에서 올해 7월 10일 2523만원으로 16% 이상 시세가 내렸다. 폴크스바겐 모델 중 중고차 가격이 가장 적게 떨어진 2013년식 뉴 제타 2.0TDI도 9% 넘게 하락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중고차 수요자들이 디젤 게이트 사태가 터진 2015년쯤 만들어진 차량을 더 멀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이 아우디·폴크스바겐·벤틀리 등 79개 모델에 대해 25일부터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중고차 가격 내림세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중고차 판매업자는 “디젤 게이트 이전에는 폴크스바겐 판매량이 많아 앞으로 중고차 시장에 나올 물량도 다른 차종에 비해 많은 상황”이라며 “국내 판매 정지 등 행정처분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 모두 문의가 뚝 끊긴 상황”이라고 했다. 이 업자는 “폴크스바겐 차량의 경우 평소 중고차 매매 가격보다 100만원 이상 싸게 내놔야 겨우 팔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폴크스바겐 중고차 시세에 대한 불만의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약 14만명이 가입한 ‘폭스바겐 TDI클럽’의 한 이용자는 “이번 보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차를 처분하면 폴크스바겐은 두 번 다시 안 살 것”이라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는 “중고차로 팔려고 하니까 거의 폐차 가격 수준이라 다른 차를 살 엄두도 못 내겠다”고 말했다.
한 폴크스바겐 영업전시장 관계자는 “지난해 디젤 게이트가 터졌을 때보다 정부 행정 처분과 폴크스바겐의 자발적 판매 정지 소식이 전해지고 난 뒤 고객들의 반응이 훨씬 더 싸늘해졌다”며 “전시장과 영업장 폐쇄를 논의하는 매장도 늘고 있고, 계약이 줄줄이 취소되는 영업장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