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8.02 19:11

개인 사업을 하는 남모(47)씨는 수입차 가격 정보를 검색하던 중 수입차를 싸게 사주겠다는 인터넷 사이트와 블로그들을 발견했다. 여러 곳에서 견적을 받아 본 남씨는 지난 5월 1260만원 할인을 제시한 A모터스에서 BMW ‘520d’를 샀다. 6330만원 하는 차를 20% 가까이 깎아 산 것이다.
본지가 수입차 브랜드의 5~6월 두 달간 현금 구매 시 할인액을 조사한 결과, BMW와 아우디, 벤츠 모두 6000만원 이상 모델에서 1000만원대 할인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7~8월에는 다소 할인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상당수 브랜드가 두 자릿수 할인율을 적용했다. 어떻게 이런 대폭 할인이 가능할까.
◇수입차 고액 할인 비밀은 비싼 수리비?
수입차 최고 인기 모델 중 하나인 BMW ‘520d’의 5,6월 할인액은 세부 모델에 따라 1260만~1350만원, 할인율은 20%에 달했다. 아우디의 인기 모델인 A6는 지금도 할인액이 1378만원에 달해, 최대 할인율이 20%이다. 벤츠의 C220도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면 10% 가까운 할인이 가능하다. 이런 수입 자동차 회사들의 고액 할인은 수입 회사가 제공하는 공식 할인과 수입차 딜러가 제공하는 비공식 할인으로 구성된다. 고액 할인 대부분은 딜러 회사가 제공하는 비공식 할인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회사들이 국산차보다 파격적으로 많이 할인할 수 있는 것은 일단 고객을 싼 값으로 유인해 판매한 뒤 수리가 들어올 때 비싼 부품값과 공임으로 만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입차 딜러 대부분은 직영 서비스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주요 수입차 딜러들의 정비 부문 매출 이익률이 차량 판매 이익률보다 적게는 1.5배에서 최대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 참조>. 예를 들어 아우디의 딜러사인 위븐 모터스는 지난해 차량 판매에서는 183억원 매출 이익을 올렸고, 정비 매출 이익은 48억원을 달성했다. 차량 매출액이 2885억원이고, 정비 매출은 32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정비에서 수익률이 월등하다. 이 때문에 “사후 서비스 수준이 돼야 할 정비 부문 이익률이 본업인 상품 판매 이익률보다 높게 나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보험개발원이 2014년 수입차와 국산차 1대당 평균 수리비 를 조사한 결과 외제차 부품값은 198만4000원으로 국산차 43만원의 4.6배에 달했다. 수입차 공임 역시 49만원으로 국산차 24만3000원보다 2배나 비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 딜러들이 제공하는 파격적 할인은 판매 후 비싼 부품값으로 회수하기 때문에 수입차 고객들은 앞으로 이익 보고 뒤로 밑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4년간 수입차 수리비 1조원, 국산차 보험에서 나갔다
문제는 수입차 고객들이 받은 할인 혜택의 원천인 수리비 수입(정비 수입) 상당 부분이 수입차 고객뿐 아니라 국산차 운전자가 낸 보험료에서 충당된다는 점이다.
차량 수리의 대부분이 차량 간 접촉 사고에서 생긴다. 수입차 수리비는 상대적으로 매우 비싼 데 반해 납부하는 보험료는 이보다 적어 보험사들이 수입차 수리비의 상당 부분을 국산차 운전자의 보험료로 메우는 실정이다.
2011년부터 4년 동안 수입차의 보험료와 수리비 등 보험금 지급액을 조사한 결과, 수입차의 총 수리비는 3조9234억원에 달했지만, 수입차 운전자가 낸 보험료는 2조8913억원에 불과했다. 모자라는 1조321억원의 수리비는 국산차 운전자 보험료로 메워 넣은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계정에서 적자가 나고 있는 수리비는 수입차 운전자에게 부담 지우는 게 정상”이라며 “보험료를 수입차와 국산차를 구분해 운용하는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