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7.06 01:46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폴크스바겐 매장. 판매사원이 방문 고객을 상대로 "명품 독일차를 저렴하게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판촉에 여념이 없었다.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를 사고 싶다"고 묻자 "티구안 디젤차를 400만원 싸게 해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원래 판매가가 3860만원이니 10% 이상 할인해주는 셈. 수입차로서는 파격적인 할인 폭이다. "배출 가스 문제는 없냐"는 물음에는 "모는 데 아무 지장 없다"면서 "400만원 깎아주는 수입차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대기업 사원 송모(42)씨는 지난달 비슷한 사양을 가진 SUV 도요타 라브4와 폴크스바겐 티구안(디젤)을 두고 고민하다 티구안을 골랐다. 차값은 각각 3960만원과 3860만원으로 비슷했지만, 도요타는 할인은 곤란하다고 한 반면, 폴크스바겐은 즉각 420만원을 깎아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송씨는 "배출가스 문제는 알고 있지만, 성능이나 안전에 문제 없고 값도 싼 데 안 살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기업 사원 송모(42)씨는 지난달 비슷한 사양을 가진 SUV 도요타 라브4와 폴크스바겐 티구안(디젤)을 두고 고민하다 티구안을 골랐다. 차값은 각각 3960만원과 3860만원으로 비슷했지만, 도요타는 할인은 곤란하다고 한 반면, 폴크스바겐은 즉각 420만원을 깎아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송씨는 "배출가스 문제는 알고 있지만, 성능이나 안전에 문제 없고 값도 싼 데 안 살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디젤 게이트(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를 일으켜 최근 미국에서 18조원을 배상하기로 한 폴크스바겐이 한국에 대해서는 배상은커녕 '할인 판매'를 무기로 시장 점유율 지키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에 대해 커지고 있는 반감(反感)을 싼 가격으로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브라질, 러시아에서는 폴크스바겐에 대한 불신(不信)으로 판매가 곤두박질치는데, 한국에서는 가격만 싸면 폴크스바겐 차를 사들이는 소비자가 즐비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유해한 배출 가스가 자기와 직접 상관이 없다는 이기적 심리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외제차에 대한 막연한 동경, 환경 문제를 자기 일로 치부하지 않는 '무임 승차' 정서도 한몫했다.
◇할인판매에 유독 소비자 몰리는 한국
지난해 9월 '디젤 게이트' 가 터진 뒤 전 세계 폴크스바겐 차량 판매는 폭락했다. 그런데 한국은 달랐다. 사고가 터지기 직전인 9월 2901대이던 국내 판매량은 10월 947대로 줄긴 했다. 다급해진 폭스바겐코리아가 전 차종 60개월 무이자 할부와 현금 구매 시 최대 1772만원 할인 등 파격 판촉 행사를 벌였고, 고객이 몰려 11월에는 전달보다 5배 가까이 늘어난 4517대가 팔려 나갔다. 재미를 붙인 폴크스바겐은 그 뒤로도 판매가 부진하다 싶으면 할인 행사로 돌파구를 찾았다. 올 1~2월 전년 동기 대비 30~80% 판매량이 줄자 3월 다시 할인 전략을 내세워 12.2% 상승이란 반전을 이뤄냈다. 국내에서 팔리는 폴크스바겐 차량 중 80%는 디젤차. '할인 상술'을 등에 업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차량들이 국내 도로로 대거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올해 들어 5월까지 국내 수입차 판매 순위에서도 폴크스바겐 차종이 상위 5개 중 3개를 차지했다.
다른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큰 폭의 할인 행사는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잘 쓰지 않는 방법"이라며 "폴크스바겐은 어떻게 해도 한국에서는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도 지난해 10월부터 폴크스바겐 딜러들이 6000~7000달러씩 할인행사를 벌였으나 11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5.3% 줄었다. 일본에서도 같은 기간 할인 판매를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31.8% 감소했다.
◇환경 문제보다 작은 개인 이익에 쏠려
국내에서도 폴크스바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늘었지만, 가격만 깎아주면 사겠다는 소비자는 아직 많다. 자동차 정보 사이트에는 "국산차는 과연 떳떳하냐", "돈 없으면 못 사는 차인데 이번에 사야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차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인데 놓치는 게 바보" "미세먼지 문제가 그리 심각한가"라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외제차에 대한 막연한 선호 심리가 있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충성도 높은 외제차 선호 고객이 배출가스 조작 같은 부정이 드러나도 이를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습기 살균제인 '옥시 파동' 때 보여준 모습과 비교하면 이런 소비자들 행태는 모순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옥시 사태에 대해서는 자기에게 피해가 오는 반면, 폴크스바겐은 자기에게 피해가 온다고 느끼지 않는 것 같다"면서 "가격 할인 등 개인 이득과 환경 오염이라는 사회적 명분 사이에서 개인 이득만 취하는 이기적인 구매 행위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할인판매에 유독 소비자 몰리는 한국
지난해 9월 '디젤 게이트' 가 터진 뒤 전 세계 폴크스바겐 차량 판매는 폭락했다. 그런데 한국은 달랐다. 사고가 터지기 직전인 9월 2901대이던 국내 판매량은 10월 947대로 줄긴 했다. 다급해진 폭스바겐코리아가 전 차종 60개월 무이자 할부와 현금 구매 시 최대 1772만원 할인 등 파격 판촉 행사를 벌였고, 고객이 몰려 11월에는 전달보다 5배 가까이 늘어난 4517대가 팔려 나갔다. 재미를 붙인 폴크스바겐은 그 뒤로도 판매가 부진하다 싶으면 할인 행사로 돌파구를 찾았다. 올 1~2월 전년 동기 대비 30~80% 판매량이 줄자 3월 다시 할인 전략을 내세워 12.2% 상승이란 반전을 이뤄냈다. 국내에서 팔리는 폴크스바겐 차량 중 80%는 디젤차. '할인 상술'을 등에 업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차량들이 국내 도로로 대거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올해 들어 5월까지 국내 수입차 판매 순위에서도 폴크스바겐 차종이 상위 5개 중 3개를 차지했다.
다른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큰 폭의 할인 행사는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잘 쓰지 않는 방법"이라며 "폴크스바겐은 어떻게 해도 한국에서는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도 지난해 10월부터 폴크스바겐 딜러들이 6000~7000달러씩 할인행사를 벌였으나 11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5.3% 줄었다. 일본에서도 같은 기간 할인 판매를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31.8% 감소했다.
◇환경 문제보다 작은 개인 이익에 쏠려
국내에서도 폴크스바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늘었지만, 가격만 깎아주면 사겠다는 소비자는 아직 많다. 자동차 정보 사이트에는 "국산차는 과연 떳떳하냐", "돈 없으면 못 사는 차인데 이번에 사야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차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인데 놓치는 게 바보" "미세먼지 문제가 그리 심각한가"라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외제차에 대한 막연한 선호 심리가 있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충성도 높은 외제차 선호 고객이 배출가스 조작 같은 부정이 드러나도 이를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습기 살균제인 '옥시 파동' 때 보여준 모습과 비교하면 이런 소비자들 행태는 모순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옥시 사태에 대해서는 자기에게 피해가 오는 반면, 폴크스바겐은 자기에게 피해가 온다고 느끼지 않는 것 같다"면서 "가격 할인 등 개인 이득과 환경 오염이라는 사회적 명분 사이에서 개인 이득만 취하는 이기적인 구매 행위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