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5.20 14:22

폴크스바겐과 닛산이 배기가스 장치를 불법으로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힘 좋고 연비 좋은 자동차’라고 불리던 디젤차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클린 디젤’이라고 불리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소비자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국내 디젤차 등록 대수는 총 883만8993대로 전체 휘발유차(990만2836대)의 약 90% 정도이다.
승용차만 놓고 보면, 디젤차가 오히려 더 많다. 지난해 승용차 디젤 모델 비중(44.7%)이 사상 처음으로 휘발유 엔진(44.5%) 모델을 추월했다. 2010년에 휘발유 승용차 비중이 68.1%로 디젤(18.5%)을 압도한 것과 비교하면 불과 몇 년 만에 디젤차의 인기가 폭발한 셈이다.
국내에서 디젤차 인기가 높은 이유로 ‘연비가 좋은 경제적인 자동차’라는 인식이 첫손에 꼽힌다. 휘발유를 연료로 쓰는 엔진은 공기와 휘발유를 섞어 혼합기에 넣어줄 때 점화장치가 불꽃으로 폭발시켜 힘을 얻는다. 반면 디젤 연료는 고압으로 압축시키면 저절로 불이 붙어 에너지를 만든다. 고온에서 골고루 폭발해 휘발유보다 연료 효율이 높은 것이다.
두 번째 인기 요인은 정부가 디젤차 구매자에게 각종 혜택을 준 것이 꼽힌다. 정부는 2009년부터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하는 디젤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을 차종에 따라 매년 10~30만원씩 유예해주는 등의 혜택을 줬다.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한 저공해 발생 차량 인증에도 디젤 차량이 유리하다.
디젤차는 연료가 완전히 연소하지 못하면 유해물질을 배출할 수 있어 엄격한 배출 가스 환경 규제 기준이 적용된다. 자동차 업체들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를 장착해 연료가 완전 연소하게 하거나, 남은 질소산화물(NOx)을 걸러내는 기술을 적용해 배출가스를 줄이려 한다. 그러나 디젤차는 보통 배출가스를 줄이면 연비·성능이 떨어지고, 연비·성능을 높이면 배출가스가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
차량 장치 비용을 줄이면서도 연비는 높이기 위해 폴크스바겐은 매연저감장치를 조작했고, 이 사실이 밝혀지며 ‘디젤 게이트’로 이어졌다. 또 환경부는 닛산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실험실에서만 재순환장치가 작동하게 했다는 점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국내외에서 잇따라 ‘디젤 스캔들’이 터지면서 올해 들어선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신규 등록 차량 39만1916대 중 휘발유와 디젤 비중은 각각 46.8%, 43.7%로 디젤 점유율이 줄고 가솔린차 판매 비중이 높아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차량 가격은 낮추면서 연비 등 성능을 높게 하려는 욕심 때문에 디젤 게이트가 발생했다”며 “클린 디젤 신화는 깨지고 앞으로는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차종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의 흐름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