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4.27 17:30

국내 중형차 시장을 지배하던 현대차 ‘쏘나타’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GM과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수입차 업체들도 비슷한 가격대와 성능의 신차 출시에 나서면서 시장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중형차 시장을 먼저 흔든 곳은 르노삼성이다. 르노삼성이 지난달 출시한 중형 세단 SM6는 출시 첫 달인 3월 6751대가 팔리며 소나타(7053대)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쏘나타 판매 대수에는 택시 등 영업용으로 팔리는 YF쏘나타 판매량(611대)이 포함돼 있어 개인 판매는 사실상 SM6가 1위를 거둔 셈이다. SM6의 누적 계약 대수는 이미 2만대를 넘겨 당분간 SM6의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GM도 27일 신형 말리부(말리부 9세대)를 출시하고 중형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신형 말리부는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로 이전보다 차체는 키웠지만, 무게(1418㎏)는 130㎏ 줄여 연비 효율을 끌어올렸다. 주력 모델인 1.5 터보의 16~17인치 타이어 기준 국내 공인 복합연비는 13.0㎞/ℓ다. 가격은 이전보다 낮아졌다. 총 5개 모델의 가격은 2310만~3180만원이다.
데일 설리반 한국GM 영업·AS·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신형 말리부의 판매 목표를 구체적인 수치로 공유할 수 없지만, 현대차 쏘나타, 기아차 K5, 르노삼성 SM6 등 모든 국내 경쟁차종의 판매 수치를 추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도 중형차 시장 경쟁에 나섰다. 일본 닛산은 지난 20일 주력 중형 세단인 ‘올 뉴 알티마’ 출시행사를 열고, 수입 중형 세단 중에서는 최초로 2000만원대 가격에 팔겠다고 밝혔다. 신형 올 뉴 알티마는 2012년 출시한 5세대 알티마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로, 2.5 SL 스마트 트림(2990만원)은 선루프나 내비게이션 등 고객 선호가 갈리는 옵션을 빼 가격을 낮췄다.
다케히코 기쿠치 대표는 “중형차 시장은 자동차 브랜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으로 ‘이 시장을 놓치면 브랜드 자체의 존속이 위협받는다’는 생각으로 알티마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출시한 기아자동차의 신형 K5도 만만치 않은 경쟁자다. 기아차는 상반기 중 상품개선 작업을 마무리하고,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면서도 동급 모델 중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할 계획이다.
국내 중형세단 시장에서는 10년 가까이 현대차의 쏘나타가 줄곧 선두 자리를 지켰다. 쏘나타는 지난해 한 달 평균 9000여대가 팔리며 총 10만8000여대가 팔렸다. 2014년 신모델을 출시한 이후 2년 동안 국내 최다 판매 모델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SM6에 추월당하고, 경쟁 차종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절대 강자’의 입지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현대차는 애초 일정보다 3~4개월가량 앞당겨 2017년형 쏘나타를 출시하며 중형차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2017년형 쏘나타는 디자인이나 주요 성능 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는 상품성 개선 모델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7월 2016년 쏘나타를 내놓은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연식 변경 모델을 내놓은 것은 르노삼성 SM6 돌풍을 잠재우고, 쉐보레 말리부 등 경쟁 중형차들의 신차 효과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형차 시장은 더 상위 차급으로 올라가며 재구매를 이어가는 길목이라 쏘나타를 재구매하는 고객이 많을 것”이라며 “매년 1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 중인 쏘나타의 입지는 견고해 밀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