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칼럼

인천 수입車, 서울의 5배?… '원정 등록' 너무해

이인열 기자

입력 : 2016.02.11 22:36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법인용(用) 수입차 9만5000여대 가운데 85%에 달하는 8만여대가 인천·부산·경남·대구·제주 등 5개 지역에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인천 한 곳에만 지난해 등록한 전체 법인 수입차의 3분의 1 이상(3만5000여대)이 몰렸다. 차량을 사용 본거지에 등록해야 하는 현행 법 규정을 무시한 채 '원정(遠征) 등록'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법인 수입차들이 5개 지역에 집중 등록하는 이유는 차량 등록 비용 절감을 노려서다. 차량 등록 시 차값의 일정 비율(공채 매입률)에 해당하는 공채(公債)를 매입해야 하는데, 이 5개 지역의 매입률은 서울의 3분의 1을 밑돈다. 수백 대의 수입차를 구입해 법인에 빌려주는 자동차 리스업체의 경우 원정 등록을 통해 공채 매입 비용만 수억원씩 절감한다. 차량 굴리는 곳과 차량 세금 내는 곳이 다른 틈을 비집고 리스업체 등이 편법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원정 등록' 때문에 서울시와 리스업체들은 1900억원대의 소송(訴訟)까지 벌이고 있다. 리스업체들이 '페이퍼 오피스'(서류상 사무실)를 만들어 매입률이 낮은 5개 지역에 고가(高價) 수입 차량을 등록하는 바람에 서울시는 공채 수익에다 1000억원대의 취득세 손실까지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입차 수백대 구입하는 '리스업체'가 원정 등록 주도

공채 매입률은 지자체와 차량 크기별로 다르다. 예를 들어 6350만원짜리 벤츠 C클래스의 경우 공채 매입 비용은 5개 지역에서 289만원이지만 서울은 1156만원이다. 통상 공채는 매입 후 바로 매각하는데 3~5% 수수료를 떼고 돌려받는다. 결국 공채 매입 실비용(實費用)의 경우 5개 지역 등록자는 8만9000원만 부담하면 되지만 서울은 53만원을 내야 한다. 서울이 5개 지역보다 6배 정도 부담이 큰 것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억원이 넘는 차일수록 공채 매입액 부담도 커 비싼 차량 중심으로 원정 등록이 더 많다"며 "업계 내부에서조차 '너무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대당 4억원이 넘는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법인차로 팔린 59대 가운데 56대(89%)가 인천·부산·대구·경남·제주 등 5개 지역에 등록됐다. 3억원이 넘는 람보르기니 역시 3대가 법인 등록됐는데 등록지는 모두 대구였다. BMW M6 쿠페나 벤틀리 콘티넨탈의 경우 법인용은 100% 5개 지역에 등록됐다.

"사용 본거지에 차량 등록하도록 해야"

여신전문금융법·자동차등록령 등은 "차량은 '사용 본거지'에 등록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사용 본거지의 기준이 애매해 논란이 일고 있다. 리스업체 관계자들은 "차량등록원부가 있는 차량 근거지를 사용 본거지이자 취득세 납세지로 보면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경탁 서울시 세제과장은 "리스업체들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면서 서울 이외의 지자체에 사업장이 있는 것처럼 위장 등록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등 5개 지역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원정 등록으로 인해 공채 매입액은 물론 등록 시 차값의 7%를 내는 취득세 수입이 급감하고 있는 게 큰 문제이다. 지난해 5개 지역에 등록한 법인 수입차 중에서 50%가 서울에 등록했다고 보면 서울시는 공채 매입액 200억원, 취득세 2700억원을 더 확보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2012년 토요타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수입 및 토종 리스사 14곳을 상대로 취득세 1930억원을 부과했다. 본사를 서울에 둔 리스사들은 소유한 모든 차량을 서울에 등록하고 취득세를 내라는 취지였다. 이에 반발한 리스사들은 조세심판원 재심사를 거쳐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리스업체들은 "지자체들이 취득세 수입을 올리기 위해 공채 매입률을 깎아 주면서 등록 유치 경쟁을 하는 게 문제의 뿌리"라고 주장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공채 매입이나 취득세를 내게 하는 법 취지는 차량으로 발생하는 교통체증이나 환경오염 등에 대한 부담을 지운다는 측면이 있다"며 "원정 등록이 심해지면 환경오염 부담 등을 떠안는 지자체와 세금 수익을 올리는 지자체가 따로 발생하는 모순이 커지므로 사용 근거지에 차량을 등록하도록 법 규정을 엄격하게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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