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출산율은 고꾸라지고 있으며, ‘혼밥’, ‘혼술’이 자연스러워진 시대. 가족을 위한 대형 SUV가 흥행이라니 아이러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출시 전부터 요란했다. 신문의 전면과 후면을 완전히 뒤덮은 광고가 등장했고, 서울 도심의 버스 정류장과 세종문화회관 외벽엔 로켓과 공룡이 등장한 티저가 수놓아졌다.

많은 이들이 이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반응은 폭발적이다. 사전계약 첫 날 이미 3000대 이상의 계약을 받아냈고, 2주 간의 누적 계약 대수는 국산 대형 SUV의 연간 판매량을 맞먹었다.

돌풍이다. 아니, 정확히는 블랙홀이다. 대형 SUV 시장의 잠재 수요가 컸다기 보다는, 유사한 가격대의 차량들에 간섭이 났을 것 같아서다. 실제로 가격도 꽤 합리적이다.

■ 얼마나 넓나

대형 SUV에 있어 가장 중요시되는 건 ‘공간’이다. 그리고 팰리세이드의 공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다소 괴팍하기 까지 한 인상과는 대비되는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연상케 한다.

소위 ‘공간을 뽑아내는’ 데에 있어 현대차는 도가 텄다. 그만큼 넉넉한 공간과 곳곳에 숨은 수납 공간들이 눈길을 끈다. 수평 기조의 인테리어 디자인 기조는 그 여유를 배가시키는 느낌이다.

DSLR 카메라 하나 쯤은 거뜬히 들어가는 센터콘솔. 기어노브가 버튼식으로 대체됨에 따른 결과다. 무엇이든 들어갈 수 있는 서유기의 호리병처럼, 그것이 스마트폰이건, 지갑이건, 주머니에 넣어둔 모든 것들을 늘어놔도 여유가 넘친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도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작은 핸드백이나 상자 종류를 놓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혼자 장을 보고 오는 상황이라면, 작은 쇼핑 바구니 정도는 운전석에 들고 타도 무리가 없겠다.

시트의 슬라이딩과 등받이 각도 조절까지 지원되는 2열은 풍요로움 그 자체다. 키 181cm의 기자가 앉았을 시, 다리를 꼬고 앉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3열 탑승자를 위해 공간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중형 세단에 맞먹는 레그룸이 확보된다.

럭셔리 세단에서나 봤을 2열 통풍시트는 물론, 각 좌석마다 한 개 씩의 USB 포트가 배당되어 있고, 220볼트 인버터 까지 마련됐다. 더 이상 보조배터리에 연연하지 않아도, 시가잭 충전기를 찾지 않아도 된다.

반전은 3열에서 나타난다. 네 개의 컵홀더는 물론, 2개의 USB 포트가 준비되어 있고, 시트의 슬라이딩 기능은 없지만, 등받이는 무려 ‘전동식’으로 작동한다. 표준 시트 포지션 기준, 성인 남성이 앉았을 시 주먹 한 개 정도의 레그룸이 확보돼 불편함도 없다.

다만, 8인승이라 해도 3열 중앙 좌석에 누군가를 앉히기에는 다소 민망해 보인다.

■ 얼마나 편한가

팰리세이드는 2.2리터 디젤, 3.8리터 가솔린 등 두 종류의 파워트레인 구성을 갖췄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202마력 45.0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2.2 디젤 모델이다.

여기에 모노코크 기반의 섀시, 전륜구동 기반의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췄다. 프레임바디와 후륜 기반의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춘 국산 대형 SUV와는 차이다.

이중 접합 유리가 적용된 탓인지, 기본적인 정숙성은 만족스럽다. 제법 방음에 신경을 쓴 모습이 눈에 띄는데, 같은 엔진을 쓴 싼타페 보다도 조용한 수준이다. 타코미터를 보기 전 까지는 이 차가 디젤임을 알아채긴 쉽지 않다.

이는 주행 상황에서도 도드라진다. 고속 주행에서의 풍절음이 되려 거슬릴 만큼이나 정숙한 수준, 그 마저도 오디오 볼륨을 약간 높여 놓는다면 크게 신경쓰일 수준은 아니다.

45,0kg.m의 토크는 1945kg의 차체를 끌고 나가는데에 전혀 무리가 없다. 실용 영역과 고속 주행 까지의 가속은 호쾌한 수준은 아니라도, 아무런 스트레스가 없다.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도 만족스러워서, 같은 엔진을 쓴 다른 차량들 보다 다이내믹함은 덜하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차량의 쓰임새를 생각해본다면, 일정 정도의 ‘다이내믹’을 덜어낸 점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동급에서 가장 긴 휠베이스를 지녔지만, 급작스레 차선을 바꾸거나, 험로를 주행하는 상황에서도 정신없이 흔들리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높은 키 탓에 다소 허둥댈 수도 있지만, 잔진동 없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모습은 편안한 주행 감각을 더한다.

■ 얼마나 좋은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현대차에 있어 대박이지만, 다른 제조사와 수입사들에겐 엄청난 골치가 될 것이 분명하다.

시승차량은 4408만원의 팰리세이드 2.2 디젤 8인승 프레스티지. 가격표에 나온 기본 가격만 보자니 투싼 만한 사이즈의 폭스바겐 티구안 4모션 보다도 저렴하다.

차량 구성과 동일한 풀 옵션 구성 시에는 4884만원의 가격표가 달린다. 동일 사양 구성으로 싼타페 인스퍼레이션 견적을 내보니 4529만원. 약 360만원 정도의 격차가 있지만, 할부 구매 시 납입금 차이에서는 큰 의미를 보이지 않는 가격이다.

다시 말해, ‘팀킬’은 물론 전혀 접점이 없는 세그먼트 까지도 파괴할 수 있는 가격이다. 원가 절감의 흔적 보다는 꽉찬 패키징이 더 눈에 들어오니, 충분히 매력적이다.

다인승에 있어 독보적 존재라는 평가를 받는 기아차 카니발 또한 사정권에 들어와있는 게 사실이다. 두 대 모두 ‘가족’에 초점이 맞춰진 모델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더 냉혹하다. 카니발이 가진 무기 보다도 팰리세이드가 가진 무기가 더 많고 강력해 보인다.

시승을 마친 후, 앞서 언급한 광고 속 ‘공룡’이 다시 상기됐다. 어쩌면 현대차는 팰리세이드를 앞세워 그들을 ‘멸종’ 시키겠다는 속뜻을 품고 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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