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지난 30일 오후 12시.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현대기아차 기술력의 산실인 이곳은 점심시간을 맞아 여유롭게 주변을 거니는 연구원들과 위장막을 두른 채 분주히 움직이는 시험주행 차량들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연구소에서 개최된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은 현대기아차의 사내 문화활동으로, 모빌리티 및 응용기술, 차량 내 유틸리티, 해외연구소 특별 부문 등 세 분야의 아이디어들이 제안됐다.

특히, 모빌리티 분야에 국한됐던 기존의 아이디어 페스티벌과는 달리, 즉시 양산화가 가능한 수준의 유틸리티, 새로운 방향성을 선도하는 미래기술에 집중, ‘카 라이프’ 분야와 해외 연구소 특별 부문이 추가된 점은 눈길을 끌었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위해 지난 3월과 5월 사내 공모를 진행, 12개의 본선 진출작을 선정하고 제작 비용과 공간 일체를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연구원들은 5개월 간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시제품을 이날 선보였다.

■ 카라이프 부문..즉각 양산화 가능한 아이디어 ‘눈길’

이번 대회에서 신설된 카라이프 부문은 현재의 양산차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유틸리티들이 주목 받았다.

첫 시연에 참여한 ‘숲어카’ 팀은 수소전기차 넥쏘에서 배출되는 물을 활용하자는 제안을 담았다. 순수한 물 만이 배출되는 수소전기차의 특성을 활용, 장기적 관점에서의 물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시연에 참여한 김형선 연구원은 “넥쏘가 시속 80km로 1시간을 주행할 시 배출되는 물의 양은 6.9리터에 달한다”며 “이는 세차용수, 소화기 등의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 간단한 정수 과정을 거칠 경우 식수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순서로 발표를 진행한 ‘런앤필’ 팀은 자동차에 탑재된 안전기술을 정차 상황에서도 미리 시연해볼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현대차 측에 따르면 해당 팀은 불과 1점 차이로 최우수상을 놓칠 정도로 본선 심사에서 높은 호평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차량 내에 부착된 버튼 만으로 작동이 가능한 해당 기능은,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작동 시 작동되는 스티어링 휠 진동, 경고음, ABS 작동 소리 등 다양한 안전기술을 체감해볼 수 있는 ‘듀토리얼’ 기능에 속한다는 게 연구원들의 설명이다.

‘런앤필’ 설계에 참여한 이기수 연구원은 “아반떼를 구매한 친구가 ABS 기능을 처음 경험한 당황스러움에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고,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던 적이 있었다”며 “고객을 위한 안전기능 개발을 넘어 이를 정확히 알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도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별도의 모듈 없이 차량의 동력원만을 활용해 사이드미러의 빗물을 제거하는 ‘비도 오고 그래서’는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이는 우천 시 작동되는 와이퍼의 잉여 동력을 이용, 압축공기를 분사시켜 사이드미러의 빗물을 제거함은 물론, 차량 내 공조장치의 바람 방향을 바꿔 측면 유리의 빗물을 제거하는 개념으로, 해당 개념을 선보인 건 이번이 세계 최초에 속한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전기차 시대에 잉여 공간이 될 엔진룸 공간을 활용한 ‘아이오닉 카트’는 차량의 트렁크에 알맞게 설계된 쇼핑카트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으며, 캡슐 커피 형태의 방향제를 공조 장치와 연동함은 물론 자신만의 향을 제작할 수 있는 ‘H아로마’는 고객의 취향을 반영함은 물론, 낮은 생산 원가를 지녔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 중국 기술연구소 부문..비어만 사장도 ‘관심’

중국 기술연구소에선 주차 위치를 기록해 스마트폰에 관련 정보를 전송해주는 ‘Here I am',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라디에이터 그릴을 변경할 수 있는 ‘King of Mask’ 등 두 개 부문이 경쟁했다.

‘Here I am'은 주차 시 후방카메라가 주차 구획 내에 쓰여진 숫자를 인식, 이를 운전자의 스마트폰에 즉시 전송해주는 기능으로, 중국의 주차 환경에 최적화됐다는 게 연구원들의 설명이다.

이날 시연은 중국의 실제 주차 규격이 아닌, 임의로 만들어진 가상의 주차 공간에서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해당 기능은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시험고성능차담당 사장이 관심 깊게 지켜봤다는 후문이다.

'King of Mask'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디자인 측면은 물론, 차량의 주행 성능 또한 최적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해당 기능은 도시형, 스포츠형, 캐릭터형 등 다양화된 그릴의 디자인을 버튼 조작 하나 만으로 변경할 수 있는 기능으로, 한 차종에 다양한 디자인을 접목할 수 있음은 물론, 그릴의 각도 조정을 통해 공기역학성능과 연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 모빌리티 부문..7명이 500개의 특허 지니기도

모빌리티 분야의 첫 발표자로 나선 ‘나무’는 계단을 오를 수 있는 특수 타이어를 지닌 전동 휠로, 무리 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당 기능이 장애인, 노약자 등 교통 약자들을 위한 이동수단에 접목될 경우, 편의성이 높아짐은 물론, 공공이동수단 보급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는 게 연구원들의 설명이다.

자율주행차 시대를 염두한 ‘빅히어로’는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얻었다. 공기를 충전해 활용되는 시트인 만큼, 자율주행차의 용도에 따라 시트의 위치 조정 혹은 제거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빅히어로는 시트 일체형 에어백, 앰비언트 시트 무드 라이트, 승객 맞춤형 시트 등 다양한 응용 기술 접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All in Wheel' 개발에 참여한 일곱 명의 연구원들은 총 500개의 특허권자라는 점에서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All in Wheel'은 휠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 배터리, 회생제동, 추가 동력원 등으로 활용이 가능한 다목적 모터로, 주행 중 외부 공기정화 기능도 함께 탑재됐다.

모터의 탈부착이 가능한 점도 특징이다. 이를 통해 동력이 없는 캠핑 트레일러 등을 움직일 수 있음은 물론, 전기차에 접목될 경우, 사륜구동 시스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연구원들의 설명이다.

‘히든 차져’는 차량 하부로 이동한 로봇이 스스로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전기차 충전 로봇으로, 충전 인프라 확장의 한계와 충전의 불편함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별도의 센서가 아닌, 전기차의 데이터를 입력, 충전기에 장착된 로봇 팔이 스스로 커넥터에 충전기를 연결한다는 개념 또한 세계 최초에 속한다. 배터리는 총 8대의 아이오닉을 충전할 수 있는 용량을 지녔으며, 자체적인 배터리거 모두 소모됐을 경우, 스스로 충전소를 찾아가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능 또한 내장됐다.

‘아틀라스 프로젝트’는 입사 2년차 동기 연구원들이 팀을 꾸려 참가했다. 이들은 스티어링휠과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 시대의 새로운 조향장치 개념을 제시했다.

스티어링 휠이 부착되던 영역은 대형 디스플레이를 탑재, 주변 영상을 송출하며, 차량의 변속기가 위치할 곳에 다이얼을 배치해 가속과 감속, 조향, 변속 등을 한 손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 연구원의 눈물 본 양웅철 부회장..“현대차 미래 든든하다 확신”

“오늘의 대상은...나무!”

양웅철 부회장의 수상자 발표에 연구원들이 서로 얼싸안더니, 이내 눈물을 보였다. 5개월 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수상 소감을 준비했다는 한 연구원은, 차마 수상소감을 읽어 내려가지 못하고 울먹였다.

양 부회장은 “여러 아이디어들을 기획하며 늦은 밤과 주말까지 할애한 연구원들의 모습에 현대차의 미래가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발한 아이디어와 대단한 상상력에 놀랐으며 이전 보다 자동차에 빠르게 접목할 수 있는 기술이 선보여졌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심사를 위해 참석한 임원들과의 포토세션이 진행된 이후, 연구원들의 개별 사진 촬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자리를 뜨지 않고 연구원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직급에 의한 상하 관계로서가 아닌, 후배 엔지니어로서의 그들을 애정 깊게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구성원들의 창작 의욕을 높이고 활발한 기술개발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매년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현대기아차는 우수 연구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우수 연구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현대차그룹 학술대회와 R&D 협력사 테크 페스티벌, R&D 모터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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