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조선
‘니가 내 말을 알아 들어?’ 車와 대화하는 시대
‘시리, 빅스비’ 등과 같은 인공지능 비서는 일반적으로 명령을 듣기 위해 약간의 추가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안녕, 시리” 혹은 “안녕하세요, 구글”, “하이, 빅스비”, “Alexa” 등 모두 명령하기 전에 무엇인가(웨이크업 워드 또는 구문)를 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에서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을 사용하려면 차에 대고 “헤이, 메르세데스”라고 말해야 한다. 하지만 음성인식분야 전문기업 뉘앙스(Nuance)는 이런 틀을 깨고 일상 대화와 명령을 스스로 구분하는 음성비서 시스템을 자동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엔가젯(Engadget)’은 16일 ‘뉘앙스’의 새로운 음성비서 시스템 소식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내년부터 뉘앙스의 음성비서 최신 버전을 탑재한 BMW 자동차는 운전자가 승객과 이야기하는 것과 운전자가 자동차에 명령하는 것을 구분하게 된다. 더 이상 ‘웨이크업 워드’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이 시스템은 탑승자의 일반 대화와 명령을 구별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뉘앙스의 제품담당 로버트 폴리카노(Robert Policano)는 직접 시험용 차량을 운전하며 ‘커피숍’이라는 단어를 말했고, 차량은 커피숍의 위치를 제공했다. 시스템은 웨이크업 워드나 별도의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대화의 의미를 이해한 것이다.
이번 시험에서 폴리카노는 동승한 엔가젯 기자와 자동차의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고, 차는 이 대화를 무시했다. 하지만 폴리카노가 ‘커피숍’이라는 단어를 말하자 이를 명령어로 인식하고 안내한 것이다. 폴리카노는 “표현, 문법, 어구, 단어, 심지어 문장 구조를 분석하기 때문에 차를 향해 따로 지시할 필요 없이 스스로 확률을 계산해 명령과 대화를 구분해낸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이 시스템이 보편화되면 더 이상 터치스크린을 조작하기 위해 차를 세우거나, 별도의 명령어를 말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냥 눈은 전방을 주시하고 운전하면서 사람과 대화하듯 차에 이야기하면 된다.
하지만 뉘앙스도 다른 음성보조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뉘앙스는 승객의 데이터를 보관하거나 공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어떤 방식으로든 정보를 판매하거나 추적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순간적으로 모든 명령을 처리하고 만약 정보에 대한 탐색이 필요해 클라우드에 접속해도 익명화된 데이터로 서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뉘앙스 관계자는 “음성보조 장치와 자동차는 이제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면서 “뉘앙스는 보다 안전한 운전자와 차량 간 상호작용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