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지난 13일 오후 8시 6분.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BMW 코오롱모터스 성산 서비스센터.

이곳은 정상 근무 시간이 2시간을 가까이 초과한 상황에서도 입고되는 차량과 출고되는 차량, 뛰어다니는 엔지니어와 어드바이저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서비스센터 정문을 10여분간 관찰하던 중 서비스센터로 들어간 차량들만 9대. 같은 시간 5대의 차량이 긴급 안전진단을 완료하고 센터를 빠져 나갔다.

서비스센터 앞 전봇대엔 이곳에서 배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었다. 봉투엔 컵라면과 배달 도시락으로 추정되는 스티로폼 박스, 일회용 수저가 가득했다. 현장의 상황이 얼마나 긴박하게 돌아가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 [PM 08:27] 작업복 차림의 지점장..“같이 해야죠”

"다 똑같은 직원이잖아요."

주용현 BMW 코오롱모터스 성산 서비스센터 지점장은 작업복 차림이었다. 그는 센터에 입고된 차량을 주차하고, EGR 점검 과정을 확인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는 “적게는 하루 180대, 많게는 250대의 차량에 긴급 안전진단을 시행하고 있다”며 “1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이곳은 비교적 여건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점검을 받기 위한 차량이 집중되는 낮 시간대와 달리, 저녁과 심야 시간의 정비는 제법 수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저녁 시간의 경우 30분~1시간 내로 점검이 끝나지만, 낮 시간대의 경우, 인근 초등학교의 주차 공간을 협조 받아야 할 정도로 많은 차량이 몰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 지점장은 “직원들의 피로가 많이 누적됐다”며 “근로 시간을 크게 초과하는 것도 사실이거니와 주말도 쉬지 못하는 탓에 많이들 피곤해한다”며 직원들의 컨디션을 우려했다. 그 또한 하루 2시간 정도의 쪽잠을 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성산 서비스센터의 경우 그나마 나은 여건이라는 것도 그의 설명이다. 취재 결과, 일부 서비스센터의 경우 무교대 근무는 물론, 최대 26시간 연속 근무를 이어온 직원들 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설계한 사람들이 문제일 뿐 영업사원이며 엔지니어, 어드바이저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라며 “당장엔 막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 밖엔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 [AM 12:21] 자정에도 몰려드는 차량들

자정을 넘긴 시각. 서비스센터 접수처는 고객을 응대하는 리셉션 직원들만 퇴근했을 뿐, 다수의 어드바이저와 엔지니어는 고객 응대와 점검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차량들은 쉴 새 없이 들어왔다. 퇴근 시간 이후 보다도 분주한 모습이었다. 야간 작업이 그나마 수월하다는 게 지점장의 설명이었지만, 그럼에도 서비스센터를 찾는 고객은 많았다.

본인의 3시리즈 GT 출고를 기다리는 차주 A씨는 늦은 시간 센터를 찾은 이유에 대해 “리콜 통지 내용을 담은 등기우편과 담당 영업사원의 연락 등 지속적인 점검 요청에 한산한 시간을 찾아 서비스센터를 찾았다”며 “당혹스러운 사건(차량 화재)이긴 하지만, 이와 같은 BMW의 대처에 비교적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520d를 막 입고한 차주 B씨는 센터 밖에서 연신 담배틀 태웠다. 그는 “차에 불이 날 수 있다는 게 화가 나긴 하지만 이 시간까지 일하는 센터 직원들을 봐선 뭐라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전에 탔던 국산차 브랜드는 리콜을 받기 위해 5시 경 직영 센터를 찾았더니 6시에 작업을 마무리 한다고 작업을 거절한 적 있다”고 밝혔다.

두 차주는 BMW의 이와 같은 조치가 비교적 신뢰할 만 하다는 입장이다. 점검 이후에도 동일 증상으로 화재가 발생할 시, 동급의 신차로 교환해주겠다는 BMW의 보상 조치 또한 브랜드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여진다는 데에 공감했다.

320d를 몰고 온 C씨는 BMW의 조치를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껏 믿음을 줘왔던 브랜드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며 “국내 자동차 업계를 통틀어 이런 조치를 취한 회사가 있었는가”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 [AM 04:01] 적막 감돌지만..‘불’은 꺼지지 않았다.

인근 버스 차고지와 신문 배급소가 하루를 여는 시각, 서비스센터는 적막만이 감돌았지만, ‘불’은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었다.

서비스센터 입구 너머 보이는 접수처엔 두 명의 어드바이저가, 워크베이에는 한 명의 엔지니어가 상주하고 있었다. 멀리서 관찰해도 직원들의 피로감은 쉽게 느껴졌다.

인근 주택가와 타 브랜드의 서비스센터는 모두 불이 꺼져 있었지만, BMW 서비스센터의 직원들은 이 시간부터 출근을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BMW 서비스센터를 마주한 편의점의 점원 D씨는 “(차량 화재)사건이 있은 이후부터 직원들이 빵과 삼각김밥 등 간식류를 구입해가는 빈도가 늘었다”며 “늦은 시간까지 근무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실 것 같다”며 최근의 상황을 설명했다.

르포 7시간 30여분 째, 팔다리가 저릿하고 눈이 뻑뻑해지기 시작했다.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벌써 3주 넘게 이와 같은 근무를 이어오고 있다는 생각에 순간 잠이 확 깼다.

■ [AM 08:06] “이제 시작이죠”

르포 12시간 경과. 서비스센터의 영업 개시 시간은 오전 8시 30분이지만, 24시간 가동되고 있는 이곳은 인접한 국내 브랜드 H사는 물론, 수입차 브랜드 M과 JL의 정비 네트워크 보다도 빠른 아침을 맞았다.

서비스센터의 아침은 점검이 완료된 차량들과 대차용 렌터카를 이동시키는 것으로 시작됐다. 워크베이와 주차장에 인산인해를 이루던 차량들은 불과 10여분 만에 대다수가 인근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아침 업무에는 주차 전담 인력은 물론, 어드바이저, 엔지니어, 경비인력, 지점장 등 서비스센터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인력이 차량을 이동시키는 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센터의 한 관계자는 “오전부터 긴급 안전진단을 위한 차량들이 몰려드는 탓에 정비가 완료된 차량들을 이동시키는 것부터 아침 일상을 시작하고 있다”며 “주차 환경이 열악한 만큼, 고객에게 제공되는 렌터카와 점검이 완료된 차량을 정리하지 않으면 작업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BMW코리아가 긴급 안전진단을 모두 완료하겠다고 약속한 날이지만, BMW측은 긴급 안전진단을 무기한 연장, 모든 리콜 대상 차종이 점검을 받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전까지 집계된 긴급 안전진단 완료 차량은 총 7만9071대.

주용현 BMW 코오롱모터스 성산 서비스센터 지점장은 “헤쳐 나가고 싶다고 헤쳐 나갈 수 있는 쉬운 상황은 아니다”라며 “(긴급 안전진단이) 실질적으로 차량을 고쳐드린 건 아니기 때문에 이제 부터가 시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BMW는 오는 20일부터 EGR 모듈 교체와 클리닝 작업을 포함한 리콜을 시작한다. BMW 서비스센터의 ‘불’은 당분간은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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