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녹록치는 않은 환경이다.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그렇고, 토요타 캠리가 그렇다.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모델임은 분명하지만,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이 공고한 두 개의 벽을 어떻게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시승을 해 보고 난 뒤 그 생각이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을 요구하지 않았다. 경쟁 상대를 의식하지도 않았고, 오롯이 자신만의 색채를 가진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 로봇 같은 파격적인 외관

건담 로봇 같은 전면부의 인상이 눈길을 끈다. 그만큼 사이버틱하고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다.

가장 큰 인상을 주는 건 전면부의 풀 LED 헤드램프. 프로젝션 타입이었다면 제법 괴랄한 느낌이었을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여기에 혼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은 굵직한 크롬 바 또한 그렇다.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 형상은, 헤드램프에 다 달아 점차 얇아지며 일체감을 더한다.

라디에이터 그릴 하단에는 혼다의 예방안전 시스템 ‘혼다 센싱’의 레이더 센서가 자리잡았다. 때문에 번호판이 다소 위에 자리잡은 모습인데, 이는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다만 파격적인 전면부와 달리 뒤는 다소 심심하다. 시빅에서 보여진 바와 같은 파격적인 스타일을 추구했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중형 세단의 주력 구매층이 다소 보수적인 성향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어코드가 가장 빛나는 부분은 측면이다. 후륜구동 세단을 연상시키는 듯 길게 뻗은 보닛과 트렁크 라인까지 길게 뻗어내려간 C필러가 압권이다. 마치 패스트백을 연상시키는 비주얼이다.

잘 드러나지 않는, 디테일한 부분에서도 제법 신경을 쓴 모습이다. 파일럿, 오딧세이 등 그간의 혼다 차들은 우측 사이드미러에 툭 튀어나온 ‘레인 워치 카메라’가 위치해 미관상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카메라의 위치가 조정되며 전반적으로 매끈해졌다.

이 밖에도 루프 라인의 용접 공법을 레이저 방식으로 교체함에 따라, 몰딩이 없다는 점도 독특하다. 때문에 루프 라인은 정갈하면서도 깨끗한 모습이다.

■ 뛰어난 완성도, 더 화려했어도 됐을 구성

파격적인 외관에 비해 인테리어는 차분한 인상이다. 화려한 맛의 토요타 캠리와는 반대된다.

도어 패널과 인스트루먼트 패널까지 이어진 수평적인 기조의 디자인은 공간감을 강조한다. 때문에 중형 세단이지만, 보다 넓어보이는 인상이다.

전통적으로 자리 잡던 기어노브가 사라졌다는 점도, 보여지는 부분에서의 큰 특징이다. 이는 오딧세이에서도 보여진 바와 같이 버튼형으로 대체됐는데, 보편적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유독 낯설게 느껴진다.

살짝 눕혀져 있는 돌출형 디스플레이는 꼿꼿이 서있는 경쟁 모델과 달리 시인성 확보에도 더 좋다. 대시보드 끝단을 가리지 않는 탓에 시야 확보에 용이한 것. 파일럿과 달리 모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한글화가 됐다는 점도 강점이다.

시트의 등받이 부분은 측면 대비 살짝 튀어나와 있지만, 운전자의 허리를 충분히 감싸줄 만큼 부드러운 소재가 적용됐다. 반대로 버킷이라 할 수 있는 측면 부위는 제법 단단한 편이어서, 운전자의 몸을 잘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동급 세단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설계된 ‘저중심 구조’라는 게 혼다 측의 설명이지만, 시야 확보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되려 편안하기 까지 하다.

대시보드의 높이 자체가 낮기 때문에, 운전석 시트를 가장 아래까지 내려도 보닛의 끝이 보일 정도로 탁월한 시야감을 보인다. 차량의 공간 감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운전자들에게도 탁 트인 시야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일 듯 싶다.

휠 베이스가 이전 대비 55mm 늘어난 탓에 2열 거주성도 만족스럽다. 1열 탑승자들이 충분한 공간을 영위하면서도 181cm의 성인 남성이 앉기에도 주먹 두 개 수준의 레그룸이 영위될 정도로 넉넉하다.

패스트백 스타일을 갖춘 탓에 2열 헤드룸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지만, 2열의 천장은 일정 부분 파여있다. 때문에 앉은 키가 큰 운전자들도 충분한 헤드룸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칭찬할 만 하다.

■ 이질감 없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3세대 i-MMD(intelligent Multi Mode Drive) 시스템을 탑재, 동급 최소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이며, 시스템 출력 215마력을 달성하면서도 동급 최고의 도심연비 19.2km/ℓ(복합 18.9km/ℓ, 고속 18.7km/ℓ)를 갖췄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특성상 정숙성은 뛰어나다. 다만, 기존 어코드의 정숙성도 기본적으로 뛰어났던 탓에, 이 부분이 도드라지지는 않는다.

인상적인 건 전기모터로 주행하는 상황과 엔진이 깨어나는, 소위 ‘동력 전달’이라는 측면에서다. 여타 하이브리드 차량들을 경험하게 되면, 모터로 차가 움직이고 있다는 점, 혹은 엔진이 개입했다는 점을 쉽게 알아챌 수 있지만,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이와 같은 ‘이질감’을 느끼기 어렵다. 그 만큼 매끄러운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

출력 만을 놓고 본다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2.0 터보 스포츠 다음으로 빠른 모델이다. 출력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전혀 없다는 뜻이다.

‘북미 올해의 차’ 평가단은 어코드를 올해의 차로 평가하며 ‘혼다는 어코드에 마치 마법을 부린 것 같다’는 심사평을 남긴 바 있다. 이 평가가 수긍되는 부분은 바로 하체다.

승차감은 기본적으로 단단한 편에 속하지만, 그럼에도 운전자는 차 내에서 제법 안락함을 영위할 수 있다. 여느 중형 세단들은 편안함과의 타협을 위해 일정 수준의 댐핑을 허용하지만, 그 흔한 잔 진동 없이 아주 매끄럽게 노면의 요철을 넘어가는 실력이 수준급이다. 분명 조여질 대로 조여진 단단한 세팅인데, 그럼에도 불편하다거나, 승차감이 나쁘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

‘혼다 센싱’의 차선 유지와 이탈 경고도 이름처럼 ‘센스’ 있다. 이질감도 적거니와, 운전자를 당황하게 하지 않을 정도의, 인지할 만큼의 경고만을 내보낸다. 필요 이상으로 스티어링이 조향되며 운전자를 당황시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차선 유지 상황에서 다소 왼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운전자마다 차선의 중심을 잡고 가는 기준에 차이가 있는 만큼, 이 시스템을 처음 작동시키는 운전자라면 다소 당황할 수도 있겠다.

■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시장 경쟁력은...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 모델에서 보여졌던 단단한 승차감,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출력, 그리고 뛰어난 연비는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강점이다. 이날 시승 이후 체크한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리터당 17km 내외.

가격은 EX-L이 4240만원, 투어링이 4540만원으로 경쟁 상대로 지목되는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에 비해선 비싼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사전 계약 결과는 긍정적이다. 이미 1000대 수준의 누적 계약이 발생했으며, 구매 고객의 대부분은 혼다 센싱이 포함된 최상위트림 ‘투어링’이 가장 많이 팔렸다. 가격의 유무를 떠나 최고급 트림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는 점은 가격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혼다코리아는 신형 어코드를 출시하며 ‘압도적인 자신감’을 표방했다. 지난 해 녹 사태로 홍역을 치른 만큼 철저히 준비했을 것이며, 그 만큼 차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는 의미이리라.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어코드가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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