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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조금 더 과격하지 않아 아쉬운..제네시스 G80 스포츠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강렬한 원색,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 엠블럼까지...제네시스 G80 스포츠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이런 강렬한 디자인의 G80 스포츠는 한번 쯤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차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한참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길었다.
가격표를 바라보자니 윗급의 플래그십 세단을 바라볼 수도 있지만, G80 스포츠를 선택하는 고객들에겐 그리 문제가 될 것은 아니리라 생각됐다.
■ 존재감 넘치는 디자인
도로에선 그리도 흔하게 볼 수 있는 G80이지만, 존재감은 많이 다르다.
어느덧 G80은 제네시스 브랜드 내에선 가장 노후한 모델로, 풀 체인지를 앞두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급의 국산 고급차로선 보기 드문...역동적이고 공격적인 인상이 강하다.
크롬 몰딩이 적용된 다이아몬드 패턴의 그릴, 그리고 그 테두리를 따라 구리색으로 빛나는 테두리, 마치 사람의 눈과 같은 LED 헤드램프의 디자인은 물론, 공격적인 형상의 에어 인테이크 홀 등 모든 점이 그렇다.
G80의 디자인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비례’다. 후륜구동 세단으로서 갖출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비율을 만들어냈다는 게 제네시스 측의 설명.
무언가를 보고 아름답다거나, 예쁘다고 느끼는 건 개인의 취향이지만, 다비드 상과 비너스 상이 인간의 아름다운 체형의 전형으로 비유된다는 점을 보더라도, G80의 디자인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보여 지기에 충분히 아름답다.
풀체인지가 다가오는 시점이어서 그런지, 인테리어는 0.5세대 정도 뒤쳐진 느낌이 나는 건 사실. 그러나 사용 용도에 맞는, 적재 적소에 배치된 버튼류의 조작감과 사용 편의성은 높은 편이며, 시트의 착좌감, 2열 거주성 등은 나무랄 데 없는 수준이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구릿빛 컬러는 내장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스티어링과 시트, 도어 트림 등을 따라 가지런히 자리잡은 스티칭이 그렇다.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도 제법 ‘디테일’을 논할 수 있는 수준 까지 왔다는 생각이다.
다양한 기능을 보여주는 HUD,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가 포함된 ‘제네시스 액티브 세이프티 컨트롤’ 등은 이제는 더 이상 신기한 사양도 아닌 것처럼 보여진다. 이제 모두가 동등한 수준의 기술을 보인다면, 이걸 얼마나 편하게 쓸 수 있는가가 제네시스의 남은 숙제일 것이라 생각된다.
■ 생각보다 컴포트한 주행성능
G80 스포츠는 3.3리터 6기통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 최고출력 370마력, 52.0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8단 자동, 구동계는 후륜구동 기반의 사륜구동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생긴 걸 봐선 500마력은 족히 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2090kg에 달하는, 동급에선 가장 무거운 체중을 갖고 있지만, 370마력의 출력은 이 차를 이끌고 나가는 데에 차고 넘치는 출력을 선사한다.
특히, 고속 주행에서의 가속력은 발군이다. 규정 속도 내에서 추월을 위해 가속을 시도하면, 어느 새 추월한 차는 저 만치 떨어져 보이지도 않고, 정신을 차리고 계기판을 바라보면 이미 속도계는 저 만치를 가리키고 있다.
스포츠 모드를 작동 시킬 경우 스티어링의 조작감은 보다 묵직해지고, 가속 페달의 응답성도 예민해진다. 스피커로 송출되는 가상의 엔진음은 운전자의 질주 본능을 자극하기에도 충분하다.
다만, 강력한 성능에 부합할 정도로 핸들링 성능이나 하체의 견고함이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다. 의외로 컴포트함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뜻이다.
제네시스의 입장에선, 전통적인 고객층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런 스포티한 모델을 만들고 싶었으리라 생각된다. 둘 다 잡으려다보니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랄까. 가속 성능도 만족스럽고 고속 안정성도 훌륭한 탓에, 고속도로에서 한껏 질주할 수 있지만, 와인딩 로드에서는 조금 아니라는 뜻이다.
때문에 옵션 사양으로 운영되는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을 선택하지, 굳이 G80 스포츠를 선택해야 하냐는 질문을 한다면, 대답을 망설일 것 같다. G80에 비해 무언가가 드라마틱하게 좋다는 걸 느끼긴 힘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기반으로 하는 G80은 DH 시절까지 올라간다면 제법 오래된 모델이다. 신형 G80 스포츠를 기대해봐야 할 듯한 이유다.
■ 멋진 차지만, 뚜렷하지 않은 지향점은 아쉽다.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 등과 경쟁하는 모델이라면, 정체성에 있어선 조금 더 명확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스포츠’ 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그에 무색할 정도로 실내가 너무 호화로워서 그렇다.
G80 스포츠는 분명 오너드리븐을 지향하는 세단이다. 뒷 좌석에 앉을 일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석 디스플레이, 리클라이닝 기능을 지원하는 후석 센터콘솔에 리모컨, 조수석 워크인 스위치 등은 존재의 이유가 다소 애매하다.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해봤어’ 식의 패키징은 고급차 시장에서는 조금 곤란하다. 풍부한 편의사양은 강점이 될 수 있지만, G80 스포츠처럼 캐릭터가 분명한 차라면 이런 옵션까지 필요할까 싶은 회의감은 강하게 들었다.
이는 결국 가격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것이기에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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