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배기량 6592cc, V12기통, 무려 609마력, 81.6kg.m. BMW의 최고급 럭셔리 세단 BMW M760Li xDrive의 엔진 파워다.

단순히 수치상으로만 볼 때는 609마력이라는 게 직접 피부에 와닿지 않는 수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직접 타보면 609마력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라며 저절로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우리나라는 ‘럭셔리 세단의 천국’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는 게 기자의 시각이다. BMW 7시리즈를 시작으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세라티, 아우디 A8, 렉서스 LS, 재규어 XJ, 인피니티 Q70, 제네시스 EQ900, 기아차 K9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수만해도 10여개 브랜드가 넘는다.

BMW 7시리즈의 경우에는 작년 한해동안 한국시장에서 총 3287대, 올해들어서는 지난 4월까지 총 888대가 판매됐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미국, 독일에 이어 4위에 달하는 수준이다. 주력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독일을 제치고 3위권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인구 수나 자동차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럭셔리 세단 시장 규모는 세계 ‘톱’이라는 얘기다. 전통적으로 ‘체면’ 문화를 강조해온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BMW 플래그십 모델 중 가장 상위급 버전에 속하는 M760Li xDrive는 BMW가 추구하는 다이내믹함의 정수를 그대로 보여주는 럭셔리 세단이다. 상대적으로 벤츠 S클래스가 우아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그렇다.

■ BMW만 아이덴티티 보여주는 디자인 감각

BMW는 시간에 구애없이 당초 표방하고자 했던 디자인 철학을 보여준다. 변함이 없다. 그런만큼 BMW만의 아이덴티티는 소비자들의 뇌리에 깊숙히 박힌다. 스포티하면서도 럭셔리한 감각이 묻어난다.

M760Li xDrive는 최고급 럭셔리 세단으로서의 위용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다이내믹한 디자인 감각이다. 차체 색상은 광택을 없애고 도장을 마감한 것도 눈에 띈다. 후드 상단의 완만한 캐릭터 라인, 전통적인 BMW만의 키드니 그릴, 주간주행등을 포함한 면발광 LED 헤드램프는 여전하다. 범퍼 하단에 적용된 MM760Li 전용 에이프런이 자리잡는다.

측면 비율은 롱후드 숏데크 형상을 취하고 있는데, 럭셔리 세단 리무진 버전인 만큼 휠베이스는 3210mm로 길게 세팅됐다. 캐빈의 공간거주성을 높이기 위한 때문이다. C필러 쿼터 글래스는 윈도우 라인이 살짝 두텁게 처리해 고급감을 살렸다. ‘M’과 ‘V12’ 배지는 고성능차임을 나타낸다. 차체 하단에는 크롬 가니쉬를 적용해 포인트를 줬다.

후면에서도 LED 리어램프가 적용됐는데, 좌우 램프 사이에는 크롬바를 길게 적용했다. 최근의 디자인 트렌드이기도 하다. 범퍼 윗쪽에 리플렉터를 적용해 시인성을 높였다. 듀얼 트윈머플러와 디퓨저는 깔끔한 모양새다.

실내는 럭셔리한 감각이 묻어난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수평으로 설계됐으며, 크러쉬 패드에서 도어트림에는 새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라인이다.

대형의 디스플레이와 센터페시아에 적용된 버튼류는 최소화 시켜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인다. 세밀한 스티칭, 고급소재의 시트, 곳곳에 적용된 앰비언트 라이팅은 럭셔리한 감각을 더한다. 페달은 고급차이면서도 알루미늄을 덧대 스포티한 감각도 엿보인다.

■ 안락한 세단과 스포츠카 성향이 동시에 묻어나는 주행감각

BMW M760Li xDrive는 7시리즈 중 가장 고성능 모델로 배기량 6592cc의 트윈터보 V12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무려 609마력(5500~6500rpm), 최대토크는 81.6kg.m(1550~5000rpm)의 엔진 파워를 지닌다. 럭셔리 세단이지만, 출력 면에서는 스포츠카가 다를 바 없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엔진회전수 600rpm 전후에서 실내 소음은 39dB을 가리킨다. 속삭이는 소리나 조용한 도서관, 조용한 시골길을 연상시키는 정도다. 엔진룸이나 차체 하단에서 유입되는 소음이 적절히 차단된다.

출발은 시원시원하다. 굳이 풀스로틀로 달리지 않아도 된다. 파워가 넉넉하기 때문에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차가 들썩인다. 차체 중량이 2310kg이나 나가는 거구지만, 가벼운 감각이다. 응답력이 빠른데다, 민첩성도 돋보인다. 툭 치고 달리는 맛이다.

주행 감각은 조용하고 안락한 승차감이다. 버킷 시트는 양쪽 허리를 지긋이 잡아주고, 주행중에는 2중 접합으로 처리된 윈도우가 외부의 바람소리를 적절히 차단한다. 시속 100km로 정속하는 경우 엔진회전수는 불과 1400rpm을 밑돈다. 차량 속도가 빨라지더라도, 실내에서 느끼는 속도감은 오히려 덜한 맛이다. 럭셔리 세단으로서 안락한 주행감은 만족스럽다. 과속방지턱을 시속 100km로 달려도 출렁거림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정도다.

주행 중에는 차선을 이탈하게 되면, 스티어링 휠이 전자적으로 차선을 바로 잡아준다. 반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레벨 2단계에 속한다. 사실 고속도로에서는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달려도 안전에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BMW그룹은 오는 2020년부터는 완전자율주행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주행 모드는 에코와 콤포트, 인디비주얼, 스포츠 모드 등으로 구분돼 운전자의 개성이나 취향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그야말로 스포츠카 이상의 펀-투 드라이빙 맛을 느낄 수 있다. 엔진회전수 4000~7000rpm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엔진사운드는 그야말로 매혹적이다.

사실 M760Li xDrive의 엔진 파워는 워낙 강하기 때문에 에코 모드나 스포츠 모드를 굳지 구분할 필요는 없다. 에코 모드에서도 가속 성능이 뛰어나 다이내믹한 주행감을 동시에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랜스미션은 스텝트로닉 8단 스포츠 자동변속기와 조합되는데, 시프트 업 다운에서 직결감은 부드럽고 빠르다. 패들시프트는 좀 더 스포티한 주행감을 느낄 수 있는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이용률은 유럽에 비해서는 낮다.

핸들링 감각은 압권이다. BMW의 사륜구동 시스템인 xDrive가 적용돼 와인딩 로드에서도 슬립이 거의 없는 정도다. 2톤이 넘는 차체가 쏠림없이 운전자의 의도대로 따라준다.

후륜구동 방식이지만, 스티어링 휠 반응은 뉴트럴에 가깝다. 타이어는 앞 245mm, 뒤 275mm로 사이즈가 다르게 세팅됐는데, 접지력이 뛰어나다. 빠르게 빠져나와야 하는 아웃코스에서 뒷바퀴가 밀어주는 힘은 안정적이다.

M760Li xDrive의 복합 공인 연비는 6.6km/ℓ 수준이다. 실제 시승 과정에서는 평균 6.2km/ℓ를 나타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5.0km/ℓ를 밑돌았지만, 에코 모드에서는 평균 9.2km/ℓ를 넘겼다.

■ M760Li xDrive의 시장 경쟁력은...

BMW M760Li xDrive은 전형적인 쇼퍼드리븐용 럭셔리 세단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성능 모델이라는 점에서 펀-투 드라이빙을 원한다면 오터드리븐으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일부러 경계를 긋는다는 건 사실상 의미없는 노릇이다.

BMW 7시리즈는 지난 1977년에 처음으로 소개됐는데, V12기통을 얹은 건 1987년 750i에서 부터 비롯된다. BMW의 다이내믹한 주행감각이 강조된 때문이다.

최고급 럭셔리 세단은 해당 브랜드 각각의 브랜드 철학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성향이 차별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우아함’, 렉서스 LS는 ‘정숙함’이 강조된 반면, BMW는 다이내믹한 주행감각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BMW M760Li xDrive의 국내 판매 가격은 2억2370만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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