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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상 칼럼] 노후경유차의 공회전..‘유독가스’ 내뿜는 셈
유럽을 다녀온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스위스는 신호 대기 중에도 정지선 세 번째 차량부터는 시동을 꺼야 한다고 한다. 물론 공회전방지 장치가 장착된 것도 아니고 대부분이 수동으로 꺼야 한다.
운전 중 물건을 사기 위해 상점 앞에 차를 시동을 켜 놓은 채 두면 앞에 서 있던 차의 운전자가 일부러 나와 “왜 시동을 끄지 않고 다녀왔느냐?”며 지적하는 일도 흔하다고 한다. 에너지와 환경문제에 민감한 선진국에서는 잠시 차를 멈출 때에도 반드시 시동을 끄는 것은 생활 습관 정도로 생각한다.
국제원유 가격이 급등하자 스위스와 독일은 신호등 앞에서 오래 정차할 때 시동을 끄자는 운동까지 벌어졌다. 일본 도쿄의 경우, 사업용 차량은 공회전 제한장치 부착을 의무화했다. 일반운전자에게도 불필요한 공회전은 물론, 주행 중 1분 이상 공회전은 수동으로 시동을 끄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은 2004년 7월 22일 ‘운행차공회전 시 배출물질 규제’(In-use idling airborne toxic control measure(ATCM) 채택, 2005년 10월 20일부터 발효하여 캘리포니아 내에서 정차 시 5분 이상 엔진 공회전 금지(차량 등록지 무관), 2008년식 포함 신차는 5분 이상 정차 시 시동 엔진을 정지하는 것이 의무화 되었다.
매우 엄격하게 대기오염물질로 규제되고 있는 NOx(질소산화물)배출 기준을 지켜야 하며 운행차는 정차 시 수동으로 엔진 정지 유도를 권장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한등 끄기, 사용하지 않는 콘센트 뽑기, 격층 승강기 이용 등 에너지 절약 차원의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였지만 그보다 수십 배 이상의 환경피해가 큰 공회전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실정이다.
여름철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시동을 켜놓은 채로 10분간 세워두면 평균 200㏄의 휘발유가 소모된다. 휘발유를 ℓ당 1700원으로 계산하면, 한 달이면 1만2백 원, 1년이면 12만2400원이나 되고, 이산화탄소는 150kg 정도를 배출한다. 소나무 1그루가 연평균 이산화탄소 7kg을 흡수한다고 하니 큰 소나무 20그루를 베어버리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숲이 기후변화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경제 효과가 연간 2조3000억 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전국 숲을 대상으로 산림조사를 실시해 얻은 연간 바이오매스변화량(2007년 기준 2천300만㎥)을 수종에 따라 차별화한 전환계수로 적용해 추정한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4100만t에 달한다고 한다.
자동차 공회전의 일반적 개념은 “원동기가 운전 중으로 사용되지 아니하고, 가속페달의 미작동 및 부하가 없는 상태에서 엔진 또는 자동차제작사에 의해 지정된 매분 회전속도(RPM)에서 엔진이 작동하는 현상”이다.
마찰 토크나 마찰 마력이 같아져서 평형을 이루면서 회전하는 현상이다. 즉, 자동차 공회전은 자동차 운행패턴이 연속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주·정차 시 엔진이 계속 가동되는 상태이다. 출발 전 공회전은 엔진 마모를 방지하는 윤활작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예열 과정이다.
승용차에 필요한 예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과거 생산된 기화기(Carburetor) 방식의 승용차에 해당되는 개념으로, 전자제어 연료분사(Fuel Injection)방식의 승용차에는 맞지 않다.
필요 이상으로 이루어지는 과도한 공회전은 기계적인 측면에서도 윤활유의 유막 형성 기능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미연소 퇴적물 생성을 촉진시켜 실린더 마모 및 연료 소비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장시간의 엔진 공회전에 의한 촉매 활성화 미만의 온도에서는 배출가스 발생을 증가시킨다. 촉매반응효율이 50% 수준으로 떨어지는 활성온도(light-off temperature)는 약 350℃인데 장시간 엔진 공회전시 배출가스 온도는 약 200~300℃로써 배출가스 정화효율이 10% 이하로 떨어진다.
요즈음 지상에 車 없는 아파트 단지가 늘면서 지하주차장이 보편화 되면서 승·하차 보행이 늘 수밖에 없다. 지하주차장에서 냉간시에 공회전으로 인한 배출가스 오염물질은 촉매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전이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배출된다.
장기간 엔진 공회전을 할 경우에 활성온도 도달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정상적인 재시동 때보다도 오히려 배출가스를 과다하게 발생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노후경유차의 공회전은 치명적이다. 미세먼지저감장치( DPF)가 미부착 되고 1년에 1번 정상적인 클리닝을 하지 않은 노후경유차의 공회전은 ‘유해가스’ 수준이다. 서울시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DPF가 미부착 된 노후경유차는 운행을 규제한다.
앞으로 아파트단지에서도 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 매연을 배출하는 DPF 미부착 노후경유차는 지하주차장 출입과 공회전을 금지한다는 경고 문구를 보게 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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