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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선 칼럼] 한국은 해치백의 무덤..게임체인저로 등장한 르노 ‘클리오’
[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르노삼성이 유럽시장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클리오를 한국시장에 전격 투입했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전통적으로 안락한 승차감이 강조된 세단이 강세인데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르노삼성의 이 같은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클이오의 성공 여부에 눈길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한국 해치백 시장은 B, C세그먼트를 모두 합해도 연간 4만대 판매를 밑도는 수준이다. 국내 시장이 연간 180만대 판매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치백의 시장 점유율은 불과 2.2% 수준이다.
클리오(Clio)는 프랑스 르노(Renault) 브랜드의 정통 해치백으로 지난 1990년 처음으로 소개된 이후 지금까지 28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1400만대 이상 판매된 스테디셀러에 속한다.
지난 1991년과 2006년에는 유럽에서 ‘올해의 차’에 오르는 등 두 번이나 정상을 차지할 정도로 디자인을 비롯한 퍼포먼스 등 성능 측면에서 인정을 받았다. 유럽인들에게는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익숙한 모델로 연비효율성뿐 아니라 실용성과 운전의 재미까지 쏠쏠한 해치백으로 평가받는다.
클리오 3세대 모델의 경우에는 유로 NCAP 충돌테스트에서 해치백 모델로서는 유일하게 5-Stars를 획득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19년간 판매 1위를 기록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유럽 소형차의 아이콘으로 불려온 이유다.
클리오는 한국시장에는 1.5 dCi 디젤 모델이 투입됐는데, 푸조 208이나 폭스바겐 폴로 등이 주력 경쟁 모델로 꼽힌다. 여기에 한국시장은 해치백 모델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과 판매 가격 등을 두루두루 감안하면 미니(Mini) 쿠퍼 D뿐 아니라 현대차 i30 등과의 시장 경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실 르노삼성차라는 브랜드는 대중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마케팅 전략을 처음부터 구사해봤다는 점에서 여느 자동차 브랜드와는 방향성이 차별적이다. 그런만큼 시장의 트렌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오히려 시장을 이끌어가는 선구자적 이미지가 강했다.
한 예로 지난 2013년 12월에는 한국시장에서는 제대로 무르익지도 않았던 소형 SUV 시장을 확대시킨 바 있다. 르노삼성이 소개한 QM3는 사전 계약을 시작한 지 불과 7분만에 초도물량 1000대가 완판되기도 했다. 전설적인 얘기다. 우리나라의 소형 SUV 시장 확대에 르노삼성이 사실상 주춧돌이 됐다는 건 당연한 평가다.
같은 해 11월에는 국내 완성차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준중형급 패밀리 세단 전기차인 SM3 Z.E.를 출시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전기차에 대한 소비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에는 전기차 누적 판매 대수가 2만대 가까운 수준일 정도로 인기다.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급에도 르노삼성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또, 1998년 3월에는 르노삼성의 전신인 삼성차에서 중형세단 SM5를 내놓으면서도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중형차=쏘나타’라는 공식이 깨진 것도 르노삼성 SM5가 등장하면서 부터였다. SM5는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되는 등 약 15년여간 국내 중형세단 시장에서 최강자로서의 면모를 지니기도 했다. 현대차의 텃밭이자 놀이터였던 걸 SM5가 빼앗은 형국이었다.
이처럼 르노삼성 브랜드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발전뿐 아니라 시장 트렌드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가운데 르노삼성의 새로운 도전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시장은 그야말로 ‘해치백의 무덤’으로 통해왔다. 르노삼성이 전격 투입한 ‘클리오’가 한국 해치백 시장의 부흥기를 이끌어 낼지도 주목된다. 클리오가 한국시장의 트렌드를 새롭게 변화시킬지, 또 게임체인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지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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