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트위지는 르노의 고성능차 사업부 르노스포츠가 개발을 주도한 마이크로 모빌리티로, 콘셉트카로 머물던 트위지 콘셉트의 양산형 모델이다.

‘이런 차를 누가...’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누구’는 전 세계적으로 2만명을 훌쩍 넘는다. 국내 시장에서도 이미 1500여대 이상의 트위지가 팔려나갔다.

인기는 폭발적이다. 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뿐이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보조금을 수령한 실구매가보다 더 비싼게 현실. 그 마저도 들어오는 족족 팔려나간다는 게 중고차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리고 약 6개월여 만에 다시 트위지를 시승했다. 본래 겨울 중 시승을 계획했으나, 첫 시승 이후 몸살감기에 시달렸던 걸 생각한다면 지레 겁부터 났다.

■ “또 탄다고?”

시승 계획을 보고 받은 국장은 약간은 의아한 모습이었다. 이미 타본 적이 있는 차를 굳이 한번 더 시승 할 이유가 있냐는 반응. 아무래도 지난 시승 이후 몸살감기로 고생을 했던 게 걱정이셨나보다.

아무튼 컨펌을 받았고, 시승 일정에 맞춰 시승 차량을 받았다. 군용 레토나에서 봤던 비닐 소재의 창문이 달려있었는데, 창문이 달려 있다. 생색내기 용이 아닌, 진짜 창문이다.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의 슬라이딩 타입 윈도우. 34만5000원에 추가할 수 있는 옵션 사양으로, 기존의 지퍼 타입 윈도우 보다 12만원 높게 책정됐다. 그럼에도 만족도는 높다.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럽다. 지퍼를 여닫는 수고로움 없이, 슬라이딩 타입으로 열고 닫을 수 있다는 점도 편리한 부분. 마치 레이스카를 연상시키듯, 완전 개방이 아닌 일부만 열린다.

때문에 눈이나 비 등 악천후 상황에서의 만족도는 제법 높은 편이다. 불행히도, 시승 중 비가 온 적은 없지만, 의도적으로 물을 뿌려 봐도 차체 내부로 들어오는 물의 양은 현저히 적었다.

■ “야 오지마 그냥 가”

퇴근길이 겹치는 동네 죽마고우들이 간간히 있는 편이다. 때문에 시승 차량이 있는 경우, 퇴근 길을 같이 하며 차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한다.

그리고 트위지를 시승하던 이 기간에도, 동네 친구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같이 퇴근할 사람이 있는지를 물었다. 무슨 차를 가져오냐는 질문에 ‘트위지’라 답하자 친구들의 반응은 이내 냉랭해졌다.

독일 자동차회사의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차에 워낙 관심이 많다 보니, 트위지에도 흥미를 느낄 수 있을거란 생각. 무엇보다 트위지의 2열에 탑승해본 결과를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늘 반기던 친구인데, 트위지를 타고 있다니 “야 그냥 가 오지마 창피해” 라는 친구. 콩 한쪽도 나눠먹고, 같이 힘들고 같이 기쁜 죽마고우인줄 알았는데, 실망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친구의 일을 도와주지 않는다니...이 자리를 빌어 유감을 표하고 싶다.

다행히도 퇴근길 전철역에서 다른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강제로 2열에 탑승시켰다. 버스 정류장 앞에 선 트위지는 퇴근길 시민들의 시선을 한 눈에 받기에 충분했고, 여느 슈퍼카처럼 열리는 도어에 또 한번 시민들의 시선을 뺏었다.

귀가 빨개진 친구를 뒤에 태운 채 정릉을 향해 달렸다. 키 181의 성인 남성 두 명이 앉았음에도, 트위지의 가속 성능은 거침이 없다. 6.1kWh급의 배터리와 13Kw급의 전기모터를 장착, 17.1마력과 5.8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트위지는 두 성인 남성을 태우기에 충분했다.

“야 이거 앉으니까 생각보다 편한데? 의자 뒤로 더 밀어도 돼” 라는 말이 운전석 뒤편에서 들려온다. 사이드 미러를 확인하다 옆을 바라보니 운전석 양 옆으로 토실한 두 다리가 뻗어있다.

트위지를 타고 아내와 장을 보러 가곤 한다는 르노삼성 관계자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던 순간. 앉아보지도 않고 바라보자면, 2열의 존재 유무에 의구심이 들 만도 하지만, 트위지의 2열 공간은 생각 외로 넉넉한 레그룸을 영위할 수 있었다.

■ “이거 언덕 못올라간다며? 방송에서 봤어”

기자가 살고 있는 서울 정릉동은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탓에 언덕이 유독 많다.

그래서인지 언덕을 오르는 상황에선 주행가능거리가 뚝 떨어진다. 많은 힘을 쓰면 그에 상응하는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는 건 당연한 법이지만.

트위지의 완충 주행가능거리는 평균 50km 수준, 주행 상황에 따라 최대 60~70km까지 주행이 가능하지만, 성인 남성 한명을 태우고 급경사로를 오르내리니 주행거리가 30km대까지 뚝 떨어진다. 배터리가 가득 차 있음에도 말이다.

중요한 건 ‘언덕을 올랐다’는 것이다. 지하 주차장의 경사로는 물론 25~30도 수준의 급경사를 오르는 데에도 무리가 없다. 가속이 더딘 건 사실이지만, 꾸준한 토크감 덕분에 30~40km/h를 꾸준히 유지한다.

“이거 못올라가면 밀고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친구의 농담은 결국 농담이 되어버렸고, 의외로 괜찮다는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에는 그로부터 얼마 걸리지가 않았다.

■ “이거 차에요?”

도로에서 높은 주목도를 받는 만큼씩이나, 길을 가던 행인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이거 차에요?” “어느회사 꺼에요?” “충전하면 몇 km 정도 주행해요?” “얼마에요?” 등....잠시나마 르노삼성 영업사원에 빙의해 트위지에 대한 설명을 한참 하고 나서야 구경꾼들은 트위지에게서 멀어진다.

트위지의 판매 가격은 1500만원 선. 여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합해지면 트위지의 실 구매가격은 400만~600만원 선으로 떨어진다.

기자가 생활하고 있는 서울특별시를 기준으로 할 경우, 모든 보조금을 수령할 경우엔 622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형식상 경차로 분류되는 탓에 취등록세 감면 등 다양한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으며, 충전기 설치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튜닝 용품들도 다양하다. 국내의 일부 튜닝 업체들이 트위지에 단점으로 지적되는 창문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고, 냉난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풍시트와 열선시트를 장착할 수 있는 튜닝도 제법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트위지 동호회들을 살펴본 결과, 이러한 만족스러운 튜닝을 모두 거칠 경우 차량 구입 가격을 뛰어넘는 비용이 발생한다는 우스갯소리들이 나온다.

열선 및 통풍시트, 휠타이어 튜닝, 서스펜션 튜닝, 창문 개조, 차량용 카페트 맞춤제작, 시트 가죽 작업 등을 했다는 한 트위지 고객은 이미 500만원 이상의 비용을 들였단다.

이 정도의 비용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을까, 차라리 국산 경차를 구매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으나, 트위지는 그만한 가치를 지닌 자동차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소위 ‘깡통’ 옵션이지만, 트위지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자동차가 아닌 초소형 모빌리티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느껴지는 가치들은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초기 비용을 감내하더라도 유지비는 사실상 대중교통 요금보다도 저렴하다는 점에서 경제성도 높다. 주행 패턴이 도심 주행 위주로 맞춰져 있다면, 트위지는 이동수단으로서의 좋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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