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이라는 어느 유행가의 말처럼, 근래 청년층에게 결혼이라는 건 막연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결혼 이야기에선 자유롭지 않다. 명절이면 결혼 이야기로 괴롭고, 오래 만난 여자친구를 둔 친구놈들은 술자리에서 결혼 이야기가 으레 나오곤 한다. 더 이상 남 이야기 같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와중에 혼다 파일럿을 시승했다. 파일럿은 혼다가 내놓은 8인승 대형 가솔린 SUV에 속하는데, 다른 시승기에는 유독 ‘아빠’라는 키워드가 두드러진다. 시승 해본 결과, 실제로 가족을 위해선 이만한 차가 없겠단 생각이 문득 스쳤다. ‘미혼’ 이라고 해도 그랬다.

■ 넉넉함으로 대변되는 모든 것들.

모든 대형 SUV가 그렇겠지만, 파일럿은 유독 ‘덩치’에 압도된다. 존재감으론 포드 익스플로러 보다 더 크다.

번쩍이는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이 그렇다. CR-V, 어코드 등에서 보여진 혼다 특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담겼지만, 이보다는 과장된 성격이 짙은 탓에 존재감은 크다.

때문에 사진으로 모두 담아내지 못하는, 그런 무언가가 있다. 전장 4955mm, 휠베이스 2820mm, 전폭 1995mm, 전고 1775mm의 파일럿은 기아차 모하비와 유사한 차체 사이즈를 지녔으며, 전폭은 파일럿이 모하비 대비 80mm 넓다. 때문에 여느 주차 라인은 꽉 들어채우는 크기를 갖는다.

측면부는 큼지막하게 들어찬 윈도우가 눈길을 끈다. 때문에 철판 부위의 비중이 적어보이는데, 이 탓에 측면에서 볼땐 차체가 커보인다는 느낌 보다는 껑충하다는 표현이 더 와닿는 모습이다.

후면부는 전면부의 강력한 존재감과는 달리 다소 밋밋하다. 얇게 세팅된 테일램프 디자인이 그것인데, 조금 더 과장된 맛을 줬어도 됐을 것 같은 느낌이다.

실내는 ‘넉넉함’이라는 모든 단어로 대변된다. 헤드룸이나 레그룸은 물론, 심지어 콘솔박스와 USB 포트까지, 모든 게 넉넉하단 느낌이다.

압권은 기어노브 뒤쪽에 자리 잡은 거대한 센터콘솔이다. 슬라이딩 타입으로 설계된 콘솔박스는 좌석별로 개별 구비된 팔걸이가 없다면 팔이 빠지기 딱 좋을 정도로 깊게 세팅됐다. 때문에 조금은 큰 모바일기기나 카메라를 넣어두기에도 부족함은 없다.

2열 거주성도 만족스럽다. 차량의 덩치를 생각한다면 더 넉넉할 수도 있겠단 생각은 들지만, 그럼에도 모든 탑승자가 편안한 시트포지션을 갖춘 채 자신만의 공간을 영위할 수 있다는 건 강점이다.

버튼 하나로 2열 시트를 손쉽게 접을 수 있는 ‘2열 워크 인 스위치’도 적용, 3열 승하차의 편의성을 높인 점도 눈길을 끌지만, 대부분의 7인승 SUV가 그렇듯, 3열에 누군가를 앉히기에는 다소 민망하다.

첨단 안전 및 편의 시스템은 경쟁 차종 대비 강점이다. 올 뉴 파일럿에는 혼다 센싱 기술을 통한 자동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ACC)를 비롯,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과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CMBS), 차선 이탈 경감시스템(RDM) 등이 적용됐다.

■ 세단에 가까운 주행감각, 그리고 의외의 연비

파일럿은 3.5리터 V6 i-VTEC 가솔린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 최고출력 284마력, 36.2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사륜구동 시스템이 기본 탑재된 파일럿의 국내 연비는 8.9km/l.

가솔린 엔진의 특성상 정숙성은 최고의 강점이다. 가속 시 엔진의 회전질감은 매끄럽고, 노면의 충격을 걸러내는 실력도 수준급이다. 짐짓 세단을 연상케 하는 감각이다.

284마력의 출력은 2톤이 채 모자란 무게를 끌고 나가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빠르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충분하고 편안하게 속도를 올려나가는 모습이 만족스럽다.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세단을 연상시키는 안락함은 파일럿의 강점이다.

혼다는 소형차에 대한 노하우가 주를 이룰 것 같은데, 큰 차를 만드는 데에도 제법이란 생각이다. 차고가 높고, 일정 부분 롤링을 허용하지만, 그 와중에도 안정적인 감각을 보인다. 서스펜션의 한계가 매우 깊다는 듯 코너가 반복되는 고갯길에서도 자세를 유지하는 모습이 기특하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 측면에서도 경쟁 차종 대비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다. 균일하지 않은 국내 도로의 여건을 생각한다면, 고속도로 주행 상황에서의 풍절음과 로드노이즈 또한 충분히 억제된 수준.

연료 효율은 다소 의외의 모습이다. 당초 파일럿의 복합연비는 8.9km/l 수준이지만, 고속 주행에서는 12km/l를 훌쩍 넘는데다, 시내 주행에서도 복합연비 내외를 오가는, 가솔린 중형세단 수준의 연비를 나타낸다.

■ 혼다 파일럿의 시장 경쟁력은...

혼다 파일럿의 가격은 5390만원. 기아차 모하비의 최상위 트림인 ‘프레지던트’가 4915만원, 포드 익스플로러 에코부스트 모델이 5790만원으로, 모하비보단 비싸고, 익스플로러보단 싸다.

대형 SUV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익스플로러지만, 파일럿의 상품성은 결코 익스플로러에 꿀릴 바가 없다는 생각이다.

책잡을 게 없는 주행성능과,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패키징이 그것. 방향 지시등을 작동할 시 우측 상황을 카메라로 비춰주는 기능은 물론, ‘혼다 센싱’으로 대표되는 첨단 안전사양까지 갖췄다는 점들은 ‘보여지는’ 상품성에서 충분하다.

익스플로러가 2.3리터, 모하비가 3.0리터 디젤이라는 점은 3.5리터 엔진을 가진 파일럿이 세금 측면에서 다소 뒤쳐질 수 있지만, 넉넉한 거주성과 풍부한 편의사양, 가격을 생각한다면 파일럿은 전혀 뒤쳐짐이 없다.

어느덧 도로에서 흔해진 익스플로러와는 다른 대안을 찾고 싶다면, 5000만원대의 가솔린 SUV로서 파일럿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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