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지난 3일 오후 1시 45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 R&H 성능개발동.

축구장 넓이 수준의 규모로 위치한 이곳은 타이어, 서스펜션, 모듈 등을 시험하는 13개의 실험장비가 갖춰져 있다. 겉으로 봐선 한 동의 건물이지만, 건물 자체가 실험장비라는 게 현대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R&H 성능개발동은 실차 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현상들을 재현, 이를 통해 승차감과 조안성, 조타감 등 주행성능의 근본적인 향상 방안을 도출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주행 테스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현가장치 등 주요 부품의 움직임, 진동의 폭을 데이터화 하는 점은 눈길을 끌었다.

■ “타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과거엔 타보기 전엔 몰랐지만, 지금은 타보기 전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날 설명을 맡은 성능개발팀 소속 이용섭 책임은 R&H성능개발동의 역할에 대해 이 같이 요약했다. 과거 신차를 개발할 때에는 주행테스트를 통한 데이터 수집에 오랜 시간을 요했지만, 지금의 현대차는 다양한 실험 장비를 통해 개발 초기 단계부터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설명을 들으며 입구를 지나니, 길게 뻗은 복도가 눈길을 끌었다. 복도엔 실험장비를 제어하는 컴퓨터가 가득했고, 복도의 양 옆으론 다양한 실험 장비가 분주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건물 한 동이 하나의 실험장비인 만큼, 복도는 일종의 ‘조종실’ 역할을 하는 셈.

이 책임은 “다이내믹 K&C 장비의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3개 정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연구소가 보유한 장비의 경우 가장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탓에, 타 브랜드에서도 사용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이내믹 K&C 장비는 구조물 위에 차체를 얹고 이를 구속, 각각의 휠의 거동을 재현하는 장비다. 부품의 중요 부분에는 센서가 부착됐으며, 부품의 주요 움직임은 초고속카메라를 통해 촬영된다.

이를 통해 주행 테스트를 실시하지 않아도 다양한 조건의 데이터를 취득할 수 있는 건 K&C 장비의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가상의 주행조건 시나리오는 무한에 가까운 수준의 변수를 갖춘다.

■ “K&C 통해 개발한 첫 차는 고성능 N..주행 완성도 높였죠”

“가진 시작해주세요”

이 책임의 무전 신호가 끝나자 K&C 장비에 구속된 주요 부품들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임의로 설정된 값에 따라 휠과 서스펜션이 상하좌우로 요동쳤고, 센서로 받아들여진 측정값이 모니터에 즉각 표시됐다.

긴급 회피, 선회 제동, 서킷 주행 등 다양한 주행 상황에 따라 나타나는 타이어와 서스펜션의 반응이 제각각 이었다. 타보기만 했지, 바퀴와 부품의 움직임을 이렇게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은 드문 편이다. 긴급 회피 시 타이어가 벗겨질 듯 요동치는 모습은 잠시나마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 책임은 “실차 주행 실험의 경우 이 만큼 상세한 데이터를 얻기는 어렵다”며 “차량 성능을 사전에 예측하고, 제작 전부터 부품-시스템-실차 성능 간 상관관계를 분석함으로써 주행 품질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주행 테스트 값과 K&C 시험 값은 오차를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그의 설명이다.

벨로스터 N과 i30 N은 K&C 장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개발된 차라는 점은 주목된다.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의 오랜 테스트를 거쳤지만, K&C 장비를 통해 검증에 검증을 거쳤다는 것.

주행 중 차체의 강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 같다는 지적에도 이 책임은 “차체 강성은 K&C 및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출된 최적값에 맞게 설계된다”며 “이를 통해 더 완벽에 가까운 차를 개발하기 위한 검증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는 향후 개발되는 모든 차량 개발에 K&C 장비를 투입, 주행 품질과 완성도를 끌어올리는데에 매진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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