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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폭스바겐 티구안의 스파링 상대..푸조 3008 GT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드디어 제대로된 스파링 상대가 나타났다. 푸조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해만 총 3대의 SUV 신차를 내놓은 푸조가 이제는 조금 할 만 해졌다. 맞수로 덤빌 수 있는 폭스바겐 티구안이 한국 시장으로 돌아왔기 때문. 열심히 샌드백만 치고 있으려니 제법 지루했을지 모르겠다.
실제로 폭스바겐을 의식해서일까, 푸조는 일찍이 충분한 격차를 벌려두려는 것 같다. ‘푸조 SUV는 모든 삶에 옳다’ 라는 캠페인이 그것이다. 푸조 SUV라니,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푸조는 시승행사와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마케팅으로 자신들의 강점을 어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3008이다. 가격이나 사양으로나, 수입차 시장에서 직접적인 경쟁을 펼치기엔 푸조 3008과 폭스바겐 티구안의 체급은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 티구안과 대척점에 선 디자인.
과거 3008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흑역사’ 라고 하는 과거사진을 숨기기 급급한 심리가 3008과 비슷할 것 같다. 이전 디자인이 민망해질 정도로 훌륭하다는 뜻이다.
신규 플랫폼이 적용된 탓에 차체 사이즈는 더 커졌다. 이전 3008 대비 전장은 88mm 늘어난 4450mm의 차체 사이즈를 지녔으며, 특히 휠 베이스는 62mm 늘어난 2675mm에 달해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전면부 그릴은 최근 푸조의 디자인 방향성에 따른 크롬 패턴이 적용됐는데, 그릴 자체에도 입체감을 강조해 고급스러우면서도 유니크한 감각을 선사한다.
독특한 형상의 풀 LED 헤드램프 또한 재밌는 디자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특히, 헤드램프를 뚫고 들어가는 듯 한 전면 범퍼의 캐릭터 라인이 인상적이다.
앞범퍼 하단에 덧댄 스키드 플레이트, 플라스틱 처리 등은 이 차가 SUV의 감성을 강조했다는 걸 드러내는 디자인 포인트다. 그래서 차명도 ‘3008 SUV'다.
후면부는 푸조의 어떤 콘셉트카를 보는 듯 한 아이코닉한 디자인이 잘 묻어난다. 푸조 측이 ‘사자가 할퀸 듯 한 형상’이라고 강조하는 3D LED 타입의 리어램프는 푸조의 후면부 디자인의 핵심적인 포인트다.
여기에 최상위 트림 ‘GT’ 에서는 전면부와 후면부 색이 다른, 투톤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 직선 위주의 간결한 맛을 가진 티구안 보단 화려함을 챙겼다. 타보진 않았지만, 디자인에선 티구안 보다 3008에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콘셉트카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는 독보적
운전자를 완벽하게 감싸는 인테리어는 우주선을 연상케 할 정도로 미래지향적이다. 소재의 촉감과 마무리 등의 감성품질에도 제법 공을 들인 모습이 보인다.
푸조만의 인테리어 디자인 ‘아이 콕핏’은 새롭게 디자인된 콤팩트 스티어링 휠, 풀 LCD 타입의 클러스터가 핵심이다.
LCD 디스플레이는 별도의 조작 버튼을 통해 총 4가지의 디스플레이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이 콤팩트한 사이즈로 세팅된 탓에, 계기반을 가리지 않아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한 강점이다.
이는 3008 뿐 아니라 푸조의 전 라인업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인데, 온전히 전방 시야만을 주시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은 운전 편의는 물론, 미적 감각도 동시에 챙긴 프랑스차만의 독특함이다.
편의사양도 대거 강화됐다.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운전자 주의 알람 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액티브 블라인드 스팟 디텍션 시스템,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등 첨단 주행보조시스템(ADAS)가 기본 적용된 것은 눈길을 끈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4존 독립형 에어컨, 핸즈프리 자동식 테일게이트, 개폐가 가능한 파노라믹 글래스루프 등 고급화된 사양은 인상적이다. GT의 경우 나파가죽과 알칸타라 소재도 아낌없이 적용됐다.
경사로 속도 조절장치인 힐 어시스트 디센트, 어드밴스드 그립컨트롤 등 SUV로써의 성격을 강화하는 주행 편의장치도 함께 적용됐다. 티구안엔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되지만, 3008은 전륜구동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린 여기서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푸조는 다카르랠리와 WRC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활약해온 브랜드라는 것을.
■ 핸들링부터 오디오까지..달리는 즐거움 갖춰
“오디오를 체크 해보는 데엔 배캠 만한 게 없죠, 재즈부터 락까지 다양한 노래를 틀어드리니까요”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며 퇴근하는 길, 자동차가 아닌, ‘오디오’를 테스트 하고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이와 같은 답을 한다. 미처 신청곡을 적지 못했다는 걸 깨달은 순간, 강렬한 헤비메탈 곡을 선곡해준다.
3008 GT에는 프랑스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포칼’의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됐다. 푸조는 자동차 브랜드로선 최초로 포칼과의 협업을 거쳐 이를 3008에 적용시켰는데, 10개의 스피커와 인텔리전트 앰프는 선명하면서도 또렷한 음색을 뽐낸다.
높은 톤의 일렉기타 소리가 귀를 때리면서도 베이스, 드럼 각각의 소리가 모두 또렷이 들리는 게 제법 만족스럽다. 음량을 조금 높게 키워도 노이즈는커녕, 모든 영역이 다 또렷이 들리는 탓에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음장감을 경험할 수 있다.
강렬한 헤비메탈 사운드와 프랑스차, 그리고 탁 트인 도로...어딘가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3008 GT가 주는 인상적인 주행성능은 이런 어색함을 느낄 틈도 허용하지 않는다.
3008 GT는 2.0리터 블루 H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EAT6'가 결합된다. 최고출력은 180마력, 40.82kg.m 수준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복합연비는 13km/ℓ(도심 12km/ℓ, 고속 14.3km/ℓ)를 발휘한다.
여기에 유로6를 넉넉하게 충족하는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system, 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 과 DPF(Diesel Particulate Filter, 디젤 입자 필터) 기술을 조합하여 질소산화물(NOx) 배출은 90%, 미립자 오염물질(PM)은 99.9%까지 제거해 뛰어난 친환경성도 확보했다.
1.6리터 엔진이 장착된 3008도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보다 여유로운 배기량과 넉넉한 토크를 갖추니 출력에 아쉬움을 갖기란 어렵다. 빠르기 까지 하다.
반복된 코너링에서도 안정적인 움직임이다. 장거리 운전과 산길이 반복되는 주행에서도 스트레스는 별반 크지 않다. 다소 거친 노면을 주행하는 상황에서도 차체는 흐트러짐이 없다.
그립 컨트롤은 다분히 SUV로써의 주행감각을 강조한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한 차는 아니지만, 구동력 제어를 통해 험로 주파능력을 강화한 푸조의 좋은 아이디어다.
일반 도로, 모래, 진흙, 눈길, ESP 오프 등 총 5가지 주행 모드를 제공하는 그립 컨트롤은 비단 오프로드 주행뿐만이 아닌, 도로 보수 및 비포장길, 악천후가 잦은 국내 지형에도 잘 맞는 시스템이다. 2륜구동 대비 연료 효율이 떨어지는 사륜구동 보단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 돈의 문제가 아닌 만족도의 문제.
시승 차량인 3008 GT는 4990만원, 5000만원에 육박한다. 티구안의 최상위 트림은 4720만원, 티구안 보다 270만원 비싸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상위 트림이다.
포칼 오디오, 첨단 주행보조시스템, 고급 소재가 대거 적용된 내장재를 생각한다면, 티구안과의 가격 격차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 중 하나. 독특한 디자인도 한 몫을 할거란 생각이다. 270만원을 더 주더라도 더 예쁜 차를 살 지도 모르기 때문.
사륜구동이 없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티구안에 쳐지는 건 전혀 없다. 티구안의 판매가 본격화 되더라도 3008의 판매는 되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모름지기 경쟁자가 있으면 시장의 판은 더 커지는 법. 국산차 수준의 풍부한 편의사양, 높은 연비효율과 검증된 주행성능까지 갖춘 3008은 독일 브랜드의 대체재가 아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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